인류는 구석기 시대부터 동굴 벽면 등에 그림을 남겼다. 20세기 들어 이 벽화는 국가 이념을 대중들에게 쉽게 전달하는 방법으로 활용되었으며 오늘날에는 거리 미관을 바꾸고 지역 사람들에게 긍정적 변화를 유도하는 수단으로 확산되고 있다. 거리 예술가가 애들레이드(Adelaide)의 한 건물에서 벽화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
거대한 벽화 하나로 거리 풍경을 바꾸어놓다
인류가 벽에 그림을 그려온 것은 구석기 때부터였다. 전 세계 곳곳의 동굴벽화가 이를 증명한다. 당시 동굴 등의 벽화는 주로 동물 형상으로, 이는 풍요를 기원하거나 숭배의 대상이었을 것으로 여겨지며 혹은 사냥을 하고자 하는 동물을 그린 것으로도 보여진다. 사실 이 동굴의 벽화는 당시 어떤 동물들이 있었는지를 짐작케 하고 또 사람들이 어떤 사냥도구를 사용했는지를 알게 하는 주요한 학술적 가치를 지닌다. 고구려 구분벽화, 신라 왕릉에서 발견된 그림들만 봐도 이를 짐작케 한다.
오늘날, 이 벽화는 ‘사회적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관심을 받고 있다. 공공장소의 건물이나 담, 길거리 위를 장식하는 거리 예술이 일반 대중에게 상징적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이다. 이 때문에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통치이념을 상징하는 벽화에 집중하기도 했다. 물론 사회주의 국가뿐 아니다. 20세기 초 멕시코는 혁명 직후 벽화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혁명을 통해 구성한 새 정부는 대중교육 및 계몽이라는 취지에서 문화장려 정책을 펼쳤는데 그 일환으로 주요 장소 곳곳에 멕시코의 역사, 신화를 담은 수많은 벽화를 선보였다.
벽화는 여기서 머물지 않고 ‘도시 미관’이라는 목적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낙후된 지역이 벽화 하나로 유명 관광지가 된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의 경우 부산 감천마을, 통영 동피랑 마을, 서울 이화동 골목, 청주 수암골 벽화는 마을의 아름다움을 살려내면서 여행객까지 끌어들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분명, 거리 예술은 해당 지역의 분위기를 바꾸어 놓고, 사람들의 느낌마저도 보다 긍정적으로 만드는 효과가 있다.
지난 주 금요일(16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 부동산 섹션인 ‘도메인’(Domain)은 거리 예술이 지역민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증명하는 전 세계 대표적 벽화를 소개했다.
신문은 각 지역의 거리 예술을 사진으로 제시하면서 “건물 벽이나 담장 등도 포토리얼리스틱 예술(photorealistic art. 사물을 사진처럼 정확하고 상세하게 묘사하는 예술 기법)의 캔버스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 Athens, Greece
그리스 아테네 외곽의 한 허름한 단층 건물에 그려놓은 올빼미 그림은 이 거리의 쓸쓸함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Owl of Athens’, ‘아테네의 올빼미’라는 제목의 이 벽화는 ‘Wild Drawing’으로 알려진 그리스의 유명 거리 예술가 WD의 작품이다. 그는 이 벽화에 대해 “올빼미는 지혜를 의미하며 또한 이 도시의 이름을 제공한 여신 아테나를 상징하는 새로, 특히 어둠 속에서도 먼 거리를 볼 수 있는 빼어난 시력을 갖고 있다”면서 “어두운 시기를 견뎌내고 있는 지금의 그리스에서 올빼미의 지혜를 기억해야 할 때라는 생각을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 Sham Shui Po, Hong Kong
홍콩의 샴수이포우(Sham Shui Po)는 과거의 모습이 많이 남아 있는 지역이며 중산층 이하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이다. 이곳의 한 건물을 장식한 이 벽화는 스페인 거리 예술가인 오쿠다(Okuda)씨로, 그는 올해 ‘HK Walls festival’를 더욱 알리고 또 이곳 샴수이포우를 새로 단장하기 위해 직접 홍콩으로 가 이 벽화를 그려냈다. 그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곳에 벽화를 그려냄으로써 단순한 낙서보다 벽화가 더 많은 것을 담아낸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고자 했다고 밝혔다. 10층 높이 건물의 이 벽화는 단 3일 만에 완성한 것이라고.
■ Pachuca, Mexico
멕시코 파추카(Pachuca)에 있는 한 산동네 주택 외벽을 새롭게 단장한 것이다. 벽화 작업 넓이만 약 2만 평방미터로, 이 작업은 ‘Germen Crew’라는 이름의 거리 예술가 그룹이 현지인들과 합작하여 완성한 ‘무지개’라는 제목의 대형 벽화이다. 이 거리 예술가 그룹은 이 작업을 통해 이 지역 청소년들로 하여금 의미 있는 일을 하도록 변화시키고자 했다고.
■ Brives-Charensac, France
프랑스 ‘Brives-Charensac’이라는 작은 마을의 한 아파트 벽에 그린 프레스코(fresco) 벽화로, 프랑스 거리 예술가 패트릭 코머시(Patrick Commecy)와 그의 팀이 완성한 것이다. 코머시씨는 거리벽화 제작을 자신의 비즈니스로 확대한 예술가로, 그의 벽화는 프랑스 시골 마을 풍경을 주로 담아내고 있다. 이 벽화 또한 Brives-Charensac를 흐르는 강과 이곳에서 빨래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놓았다.
■ Puy-en-Velay, France
프랑스 중남부의 작은 시골마을 퓌앙벌레이(Puy-en-Velay)에 있는 벽화이다. 멀리서 이 그림을 보면 실제로 사람들이 발코니의 문을 열고 청소를 하거나 거리를 내다보고 있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다. 이 벽화도 패트릭 코머시(Patrick Commecy)와 그의 팀이 작업했다.
■ Glasgow, Scotland
스코틀랜드 글래스고(Glasgow)의 한 아파트 한쪽 외벽을 장식한 대형 벽화이다. 이 작품은 ‘Smug’라고만 소개한 예술가가 만들어낸 것으로, 그의 ‘인스타그램’(instagram)에는 그가 작업한 많은 벽화 그림이 담겨 있다. 그는 지난 2014년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커먼웰스 게임’(Commonwealth Games. 영 연방국가의 스포츠 대회)을 기해 수많은 벽화 작업을 의뢰받았다고 한다.
■ Poznan, Poland
황량하기만 했던 건물 외벽을, 여러 복합건물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처럼 만들어 놓았다. 벽화 안에는 중세 기사의 모습, 트럼펫을 부는 남자, 지붕에는 산책하는 고양이도 있다. 폴란드 포즈난(Poznan)이라는 도시의 한 건물(아파트로 보인다) 외벽을 장식한 벽화이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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