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질병발생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호주 왕립의사협회(RACP)는 올 첫 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이상기온으로 더 많은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장균 발생도 최악... “질병, 기후변화와 관련 없다” 의견도
지난해 식중독의 원인이 되는 살모넬라(salmonella) 등의 발생이 최소 5년 이래 최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전문의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공공보건이 위급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경고했다고 금주 월요일(9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가 전했다.
올 첫 주 발표된 보고서는 무더운 날씨에 번식하는 레지오넬라 질병(legionnaires' disease. 특히 에어컨으로 전파되는 세균으로 인한 급성 폐렴), 살모넬라증(salmonellosis), 리스테리아증(listeriosis), 대장균(E. coli. Escherichia coli), 뎅기열(dengue fever) 등의 질병 발생이 극성을 부린 최악의 해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수치는 건강을 위협하는 이상기온에 따른 것으로, 수개월간 비가 오는 날씨가 계속됐던 서부 호주(WA) 리버리나(Riverina) 지역의 경우에는 ‘로즈리버 바이러스’(Ross River virus) 경고가 5배 이상 증가했으며, 일부 해안에서는 ‘이루칸지 해파리’(Irukandji jellyfish) 이동 또한 눈에 띠게 늘어났다.
호주 왕립의사협회인 ‘Royal Australasian College of Physicians’(RACP)는 이 같은 질병 발생 관련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공공보건의 위기”라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의 경우 가장 취약한 국가는 아니지만 기온이 올라가면서 호흡기 질환(respiratory illness), 설사(diarrhoea) 및 불안한 정신상태(morbidity) 증상으로 병원 입원을 요구하는 환자 수가 급증했으며, 무더위와 가뭄이 계속된 농촌 지역에서는 자살률 수치도 크게 늘었다.
보고서를 발표한 RACP는 국가 차원의 이상기후 대책, 보건 전략 및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sation)는 지구 온난화로 2030년에서 2050년 사이 매년 25만 명 이상이 사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NSW 주 야당 내각의 보건 담당인 월트 시코드(Walt Secord) 의원은 공기 냉각 시스템의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홍수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질병 증상을 해당 지역 거주민들에게 알리는 보건 캠페인 및 방역 작업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지오넬라 질병은 에어컨이나 냉각탑을 통해 번지는 것으로, 보건 당국은 더운 날씨에 에어컨을 장시간 사용했다면 이 질병 발생은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코드 의원은 지난해 6월과 7월, 장기간 계속된 온화한 기후로 인해 보육원(child care centre)과 양로원 등에서 더 많은 위장염 환자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NSW 주의 경우 박테리아의 번식을 최대화시키는 공기 냉각 시스템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전까지만 해도 NSW 주에서 알려지지 않은 모기 전염의 열대성 질병이 발견되고 있다”면서 “불행하게도 NSW 주 북부 해안에서 발견되던 질병이 남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확인하고 있을 뿐 아니라 내륙 중서부 및 남부 해안 지역에서도 모기 전염의 열대성 질병 발생을 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시코드 의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국민 연립 정부는 여전히 기후변화가 주민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모른 척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까지 NSW 주에서 뎅기열은 발생된 사례가 없었지만 지난해 이 질병이 발생함으로써 관계자들은 호주 내 다른 지역 또는 해외에서 전염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NSW 주 질병방역 책임자 제레미 맥카널티(Jeremy McAnulty) 박사는 “기후변화와 질병발생 사이에 분명한 연결고리가 있다는 장기간의 충분한 조사 자료가 없다”며 “설령 질병 발생 확대 추세가 있다 하더라도 이상기온에 따른 것으로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살모넬라와 같은 위장 관련 질병은 더운 날씨로 박테리아가 크게 번식하는 여름 시즌에 많이 발생했다.
맥카널티 박사는 “살모넬라 질병이 일반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증가할 것이라는 점은 타당할 수 있으나 우리(방역 당국)는 실제로 그랬는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모기 매개 질병(mosquito-borne disease)과 유사하게 그것이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실제로 불분명하다”고 설명하면서 “우리는 기후변화가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질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주시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향후 어떤 질병이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속단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ANU 대학 교수이자 RACP 연구원인 데이빗 할리(David Harley) 교수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특정 질병 위험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할리 교수는 “기후변화가 질병 위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도, 또 일부 질병이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논리적이지 않다”면서 “이는 아주 복잡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모델링을 제시하면서 뎅기열의 경우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북부 퀸즐랜드(North Queensland)에서의 위험은 적어지지만 이의 매개인 모기의 최적조건인 남쪽으로 이동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기후위원회(Climate Council)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 40년간 여름철 사망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며 “기후변화가 이미 사망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