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카툼바(Katoomba)에서 진행된 안작데이(ANZAC Day) 기념행진. 올해 블루마운틴 RSL 지부는 테러대비 비용 부담이 어려워 일부 퍼레이드 등 주요 행사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카툼바 RSL’ 등 “테러 대비 보안비용 감당 어렵다” 밝혀
유럽 전역에서 지속되는 테러 공포가 호주에도 위기감을 주고 있는 가운데 블루마운틴(Blue Mountains) 일부 지역에서는 호주 현충일인 올해 안작데이(ANZAC Day. 4월25일) 행사의 핵심인 전역 군인들의 퍼레이드를 취소키로 했다고 금주 목요일(12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 등 호주 언론들이 보도했다.
안작데이 행사를 주관하는 호주 재향군인 단체 ‘RSL’(Returned and Services League)의 블루마운틴 일부 지부는 호주 전역에서 펼쳐지는 모든 행사에 소요되는 테러대비 보안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올해 안작데이 행사에는 테러차량 돌진에 대비해 물을 채운 특수 방책이 설치된다. 지난해 7월 프랑스 니스에서 발생한 트럭 테러와 지난 달 독일 베를린의 크리스마스 마켓 트럭 테러 이후 고안해낸 것으로, 퍼레이드가 진행되는 도로를 보호하기 위한 대비책이다.
카툼바 RSL(Katoomba RSL)의 데이비드 화이트(David White) 회장은 “이러한 완화장치 설치비용을 부담하기가 버겁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블루마운틴 국립공원 남부를 따라 블랙히스(Blackheath)를 시작으로 카툼바(Katoomba)와 스프링우드(Springwood)를 거쳐 글렌브룩(Glenbrook)에 이르기까지 안작 퍼레이드 행사는 모두 취소되었다.
화이트 회장은 “오랫동안 사랑받은 전통 행사인 만큼 원활한 진행을 위해 예방 조치를 취하는 것은 좋지만 해외에서 발생한 테러에 호주 정부와 시민들이 너무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부 기념행진은 제외되더라도 블루마운틴 국립공원 남부, 로슨(Lawson)에서는 민간자금으로 퍼레이드가 진행될 것이며 새벽 추모행사도 원래대로 개최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작데이 행사와 관련해 블루마운틴 RSL 지부는 지방정부에 비용 지원과 교통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그러나 블루마운틴 카운슬은 지난 2년간 기념행사를 위해 7만 달러를 지출했다며 올해는 재정지원이 불가능하다고 거부의사를 밝혔다.
금주 수요일(11일) 저녁 NSW 경찰청의 데니스 클리포드(Denis Clifford) 부청장은 “아직까지 안작데이 기념행진을 겨냥한 테러위협은 보고된 바가 없다”며, 일부 행사가 취소된 것에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클리포드 부청장은 이어 “올해 안작데이 기념행사에서 참전 군인들과 가족들, 관계자 및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안작(Australian and New Zealand Army Corps) 기념행사는 1차 세계대전 발발 이듬해인 1915년, 영국군의 요청으로 터키 갈리폴리 작전에 병사를 투입했다가 전사한 호주 참전용사들을 기리는 이벤트로 시작됐으며, 이후 한국전을 비롯해 호주가 참전한 전 세계 모든 전투에서 전사한 호주 군인들을 기리는 행사로 확대됐다.
안작데이인 4월25일은 안작 부대가 갈리폴리에 도착한 날이며, 호주의 기념일 가운데 호주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날이기도 하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