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디어, 기업, 비정부 기구(NGO)에 대한 호주 국민들의 신뢰도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또 하나의 사회적 문제로 제기됐다.
세계적 PR 기업 ‘에델만’ 조사... 기업-미디어 등 대상 불신풍조 팽배
호주 국민들의 국가 주요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다고 시드니 모닝 헤럴드가 지난 주 토요일(21일), 최근 발표된 조사 자료를 통해 보도했다.
세계 1위 홍보(PR) 기업 ‘에델만’(Edelman)이 매년 발표하는 ‘2017년 신뢰도 지표 조사’(Trust Barometer)에 따르면 2개국 중 1개국에서 ‘국가 신뢰도 붕괴’(implosion of trust)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호주도 이에 포함되어 있다.
해당 국가 국민들은 주류 정치와 엘리트들이 주도하는 정부, 기업, 미디어, NGO의 전반 시스템이 붕괴되었다고 믿고 있으며 이민, 세계화, 가치관의 변화에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학자이자 유명 사회과학 분야 작가이기도 한 휴 맥케이(Hugh Mackay)씨는 페어팩스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정부기관이나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사회 불신 풍조‘가 서구사회의 큰 그림을 형성하고 있으며 특히 호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호주는 응답자의 평균 이상이 ‘국가 시스템이 붕괴하고 있다’고 답변한 10개국 안에 포함되어 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엘리트들이 사회 전반을 독점하고 있는가 여부’, ‘일한 만큼의 보상 보장’, ‘국가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여부’ 등에 대한 답변을 토대로 분석됐다.
조사에서 호주 국민들의 정부와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는 세계에서 가장 큰 하락폭을 보이며 작년보다 8%포인트 떨어져 37%에 머물렀다. 멕시코, 러시아, 캐나다도 호주와 비슷한 수준의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조사국 중 영국은 가장 안정적인 국가 신뢰도를 확보하고 있는 나라였으며, 미국은 작년보다 8%포인트 오른 47%를 기록했다.
신문, 방송, 잡지를 포함한 미디어 신뢰도 또한 약화된 것으로 드러나 호주인의 32%만이 미디어를 신뢰한다고 답변했다. 이는 작년보다 10%포인트 하락한 수치이며 세계 평균의 두 배에 달하는 낮은 수치이다. 영국, 캐나다, 아일랜드, 아랍 에미리트 연합국도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미국의 미디어는 꾸준히 동일한 신뢰도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호주의 기업 신뢰도에서도 하락세는 이어졌다. 조사에 따르면 2016년은 전 세계 CEO들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한 한해였다. 전체 28개국의 기업 신뢰도가 12%포인트 낮아진 37%를 나타냈다. 호주 국민의 기업 신뢰도는 13%포인트나 하락, 응답자들의 26%만이 최고경영자를 믿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
비정부 기관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선단체와 같은 NGO기관에 대한 신뢰도는 조사 대상국 전체에서 2%포인트, 호주에서는 5%포인트 하락했다.
이번 자료에 따르면 호주인들은 미국 및 영국과 달리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특별히 부정부패를 걱정하지도 않지만, 세계 평균 이상의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불신과 함께 이민, 세계화, 사회 가치관의 붕괴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맥케이씨는 “호주에 만연한 불신풍조는 정치인들의 부정 여행수당 청구, 종교인들의 성범죄, 노동조합의 부패, 은행들의 비리행각 등으로 점철된 주요 기관들의 잘못된 행실이 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관들도 개인과 같다. 권력을 얻으면 부패하게 되고 이기적으로 변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보고서를 통해 사람들은 자신과 같은 일반인들을 기술적 전문가나 학자들만큼이나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온라인 미디어의 강세로 이어져, 전통 미디어에 대한 신뢰도는 5%포인트 하락(57%)한 반면 온라인 매체 신뢰도는 5%포인트가 증가(51%)했다.
한편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입소스’(Ipsos)가 이번 조사 후 며칠 뒤 발표한 조사 결과는 호주인의 70%가 ‘부강하고 풍요로운 국가들 만들기 위한 강력한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절반은 “규칙을 깰 수 있는 지도자를 원한다”고 답변했다.
‘에델만’의 리차드 에델만(Richard Edelman) 대표는 “불신은 체제의 붕괴를 낳는다”며 신뢰의 위기에 빠진 사회를 우려했다.
맥케이씨는 ‘신뢰의 위기’에 대해 “매우 걱정되는 일”이라면서 “또 다른 기회를 의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와 양당 분열이 회복되면 극복될 수 있는 문제”라며 “4대 주요기관들에 대한 국민들의 무관심과 불신은 결국 호주가 보다 나은 방향으로 회복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델만 신뢰도 지표 조사는 전 세계 18개국의 여론 주도층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정부, 기업, NGO, 미디어 등 사회 주체 대상의 신뢰도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분석하는 것으로, 2001년부터 매년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에서 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달간 28개국에서 선정된 1,15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온라인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됐다.
■ 대정부 신뢰도
(각국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도 변화. 괄호 안은 2016 / 단위 %)
-Global 28 : 41(42)
-UK : 36(36)
-Australia : 37(45)
-Japan : 37(39)
-Germany : 38(39)
-Canada : 43(53)
-Russia : 44(53)
-US : 47(39)
-Indonesia : 71(58)
-China : 76(79)
■ 미디어 신뢰도
(각국 국민들의 미디어에 대한 신뢰도 변화. 괄호 안은 2016 / 단위 %)
-Global 28 : 43(48)
-Russia : 31(38)
-Australia : 32(42)
-Japan : 32(38)
-UK : 32(36)
-Germany : 42(44)
-Canada : 45(55)
-US : 47(47)
-China : 65(73)
-Indonesia : 67(63)
■ 기업 신뢰도
(각국 국민들의 기업에 대한 신뢰도 변화. 괄호 안은 2016 / 단위 %)
-Global 28 : 52(53)
-Russia : 39(38)
-Japan : 41(43)
-Germany : 43(42)
-UK : 45(46)
-Australia : 48(52)
-Canada : 50(56)
-US : 58(51)
-China : 67(70)
-Indonesia : 76(71)
■ 비정부기구(NGOs) 신뢰도
(각국 국민들의 비정부기구(NGOs)에 대한 신뢰도 변화. 괄호 안은 2016 / 단위 %)
-Global 28 : 52(53)
-Russia : 21(27)
-Japan : 31(34)
-Germany : 39(45)
-UK : 46(50)
-Australia : 52(57)
-US : 58(57)
-Canada : 59(61)
-China : 61(71)
-Indonesia : 64(57)
Source: 2017 Edelman Trust Barometer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