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동부, 패딩턴(Paddington)의 오래된 테라스하우스들. 이 지역 주택 소유주들이 세입자에게 주택을 임대하는 대신 직접 숙박공유 사이트인 ‘에어비앤비’(Airbnb)를 통해 숙소를 임대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시드니 지역 ‘숙박공유’ 진단... 특정 지역 임대료 상승 부추겨
자라(Zara)라는 이름의 여성은 임대인 입장에서 완벽한 세입자였다. 주택을 깨끗하게 사용했고 조용히 지냈으며 임대료 납부도 단 한 차례 밀린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이곳에서 더 오래 거주할 기회는 없었다.
“어느 날, 소유주로부터 아파트가 필요하므로 집을 내놓으라는 메시지가 왔다”는 자라씨는 “본다이 비치(Bondi beach)에 있는 이 스튜디오를 임대한 이후 매주 $480의 임대료를 지불했는데, 몇 주 후 내가 거주하던 스튜디오가 하룻밤에 $300에 임대되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자라씨의 이야기는 시드니의 대표적 관광지 중 하나로 전 세계 여행자들의 핫스폿(hot spot)인 본다이 비치에서 너무 친숙한 사례이다.
“내가 거주하던 스튜디오가 자리한 블록의 모든 유닛은 에어비앤비 숙소로 활용되는 거주지였다”는 게 자라씨의 말이다.
자라씨의 말은 그리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사실, 시드니 동부 지역에 주소지를 갖고 있었다는 것은 호주 에어비앤비 숙소가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곳에 거주했음을 의미한다.
현재 에어비앤비 사이트는 호주에 대해 ‘성장을 지속하는’ 지역으로 묘사하고 있다. 실제로 호주 에어비앤비 시장은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호주 전역에서 시드니는 숙박공유가 활성화되는 도시로 꼽힌다.
지난 해 6월까지 NSW 주 주도인 시드니의 에어비앤비 숙소로 등록된 숙박공유 건수는 1만7천 개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6월까지 12개월 동안에만 두 배로 증가한 수치이며, 지난해 12월에는 2만2천 개 숙소로 집계됐다. 숙박공유 사이트인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임대, 보다 많은 수익을 올리려는 주택 소유자들이 지금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시드니의 대표적 해변 중 하나인 본다이 비치(Bondi beach). 이곳 해안가의 유닛들 가운데는 특히 에어비앤비 숙소들이 많다.
시드니 지역 부동산 에이전트들은 지난해 이 도시의 새로운 시장이 있음을 알게 됐다. 시드니 동부 더블베이(Double Bay)에 있는 부동산 중개회사 ‘Stone Real Estate’ 사의 대표로, 부동산 중개업계에서 20여 년간 일해 온 리스 콜만(Reece Coleman)씨는 이 지역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음을 알았다.
그는 “올해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주택임대 시장에서 기존 거주자의 임대주택이 에어비앤비 임대에 상당히 잠식되었다는 것”이라고 단정했다.
콜만씨 회사인 ‘Stone Real Estate’에 등록된 임대주택 수는 25%가량 감소했다.
대개 부동산 에이전시는 투자 부동산 소유자를 대신해 임대인을 구하고 임대료를 받으며 이들의 부동산을 관리하게 된다.
콜만씨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의뢰받아 임대하는 주택들은 늘어나지 않은 대신, 주택을 사들여 직접 에어비앤비 사이트를 통해 숙소를 임대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공유숙소의 1박 임대료 또한 상승했다. NSW 주 정부 자료는 시드니 이너 시티(inner city)의 2개 침실 주택 임대료는 지난 3년 사이 거의 15%가 올랐다. ‘이너 시티’에는 시드니 CBD(Central Business District), 시드니 동부, 이너 웨스트(inner west), 노스쇼어(north shore) 등이 포함된다.
존(John)이라는 이름의 남성은 시드니에서 35년 이상 숙박업소를 운영해 왔다. 그의 사업은 시드니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현재 그는 자신이 운영한 숙박시설 가운데 약 20개의 침실을 에어비앤비에 등록해 놓고 사이트를 통해 예약을 받고 있다.
“이 도시에는 정직하게 일하는 이들이 있다”는 존씨는 “에어비앤비에 대한 부정적인 미디어 보도가 나올 때마다 좌절감을 느낀다”면서 “우리 (에어비앤비 숙박 공유) 비즈니스가 성공적이라는 것을 보여주었기에 기업, 협회, 고객들 및 정부가 실질적으로 협력을 한다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존씨의 숙박 비즈니스 가운데 에어비앤비를 통한 숙소 임대는 전체 매출의 15~20%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에어비앤비 숙소를 이용하는 이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 노력하고 있다”면서 “윤리적인 운영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는 분명 존경받을 만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호주에서 숙박공유 사이트를 통한 숙소 임대가 늘어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이들의 연간 수입은 그리 많은 것이 아니라는 평가다. 사진은 ‘에어비앤비 시드니’ 본사 앞에 조성된 회사 로고.
존씨가 말한 수치(존씨 비즈니스 가운데 에어비앤비의 매출 비중)는 인상적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에어비앤비’ 사의 대변인은 사이트를 통한 숙소 대여 수익이 실질적으로 그리 많은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평균적으로 호주 에어비앤비에 숙소를 등록하는 집주인들의 숙소 대여 일수는 연간 28일간이다. 금액으로 보면 총 $4,500정도에 불과하다.
“호주에서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대여하는 집주인들은 대개 가족들이 차지하고 남은 방을 여행자와 공유하고 있기에 이들의 연간 수입이 실질적으로 많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결국 “숙박공유를 하는 집주인들의 경우 숙소 임대를 통해 거둬들이는 수입은 그저 모기지를 지불하는 데 도움이 되거나 기타 청구서 문제, 가계 지출에 다소 도움이 되는 정도에 그친다”는 게 에어비앤비 대변인의 말이다.
현재 시드니는 호주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전체 숙소 중 25%를 차지한다. 집주인은 이 사이트를 통해 한 개의 침실에서 주택 전체까지 임대한다고 게시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보아도 시드니는 에어비앤비 사이트에 등록된 숙소 비중에서 상위 10개 도시 안에 꼽힌다.
지난해 마지막 날(New Year's Eve), 뉴욕과 런던, 파리에 이어 시드니가 에어비앤비 사의 네 번째 인기 있는 도시로 선정되었다는 것은 분명 획기적인 사건(?)일 수 있다.
호주의 두 번째 도시이자 시드니와 전체 인구수에서 큰 차이가 없는 멜번(Melbourne)의 경우, 지난해 말 자료 기준으로 에어비앤비 등록 숙소 수에서 두 배 가까이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시드니 지역 숙소들 가운데는 절반 이상이 도심(inner city)과 울라라(Woollhara), 랜드윅(Randwick), 웨이벌리(Waverly) 지역의 주택들이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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