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난민과 무슬림 국가 시민들에 대한 입국을 금지시키겠다는 행정명령을 발표하자 전 세계에서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줄리 비숍(Julie Bishop) 외무장관(사진)이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반(反)이민’ 정책을 옹호한다고 밝혔다.
“호주-미국간 긴밀한 협력 통해 양국 원활한 출입국 도모할 것”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난민과 무슬림 국가 시민들에 대한 입국을 금지시키겠다는 행정명령을 발표하면서 전 세계에서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줄리 비숍(Julie Bishop) 외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반(反)이민’ 정책을 옹호한다고 밝혔다.
비숍 장관은 금주 월요일(3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호주 비즈니스 및 관광산업 촉진‘ 행사에 참석, 연설을 통해 “호주와 미국 간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양국 국민들의 원활한 출입국과 미국 내 자국민 여행객 관리를 지속해나갈 것”이라 언급했다고 이날 시드니 모닝 헤럴드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금) 120일 동안 난민의 입국을 금지하고 테러 우려 대상 7개국으로 규정한 이라크, 이란,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시리아, 예멘 출신 여행자의 입국을 90일 동안 차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라인스 프리버스(Reince Priebus) 백악관 비서실장은 트럼프의 행정명령에 관해 검토하고 미국 영주권(그린카드)을 가지고 있는 테러 우려 국가 출신 시민들도 미국 내 입국 금지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라고 못 박았다.
앞서 지난 일요일(29일) 미국 외교통상부가 ‘반(反)이민’ 정책을 확정 발표 후 말콤 턴불(Malcolm Turnbull) 호주 수상은 트럼프 대통령과 약 25분간 전화통화를 갖고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행정부에서 타결된 양국 난민 상호교환 합의는 존중하겠는 뜻을 밝혔다.
두 나라는 지난해 11월 난민정착 협약을 맺고 미국이 파푸아뉴기니의 마누스 섬(Manus Island)과 나우루 공화국(Nauru) 등 호주 역외 난민시설의 수용자 일부를 받아들이고, 대신 호주는 중남미 코스타리카에 있는 미국 역외 수용소의 난민을 수용키로 합의한 바 있다.
비숍 장관은 트럼프 취임 이후 두 차례에 걸쳐 마이크 펜스(Mike Pence) 미국 부통령과 대화를 나눴으며, 트럼프 행정부도 호주-미국 간 동맹에 관한 모든 자세한 사항들에 관해 보고받았다.
이번 행정명령으로 영향을 받는 호주인들은 테러 우려 대상 7개국과 이중국적을 가진 시민들이다. 이들은 미국 전자여행허가(ESTA) 또는 비자면제 프로그램(VWP)을 신청할 수 없게 됐으며, 이전에 미국 입국이 승인된 경우라도 비자가 폐지될 수 있다.
지난 일요일(29일)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마이크 플린(Mike Flynn)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브 배넌(Steve Bannon) 백악관 수석 전략가 겸 수석 고문이 함께 한 자리에서 트럼프가 말콤 턴불(Malcolm Turnbull) 호주 수상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예외적으로는 이전에 미국 입국 승인이 허용된 국제기구, 지역기구, 주 및 테리토리 정부 관계자들과 기자, 합법적인 사업 목적으로 이란이나 이라크를 방문한 호주인들에 한해 경우에 따라 입국금지 대상에서 면제시켜줄 수 있다고 미국 워싱턴의 국토안보부가 밝혔다.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 공항에서는 행정명령 발동 전 미국 밖에 나갔다 돌아오는 여행객들의 귀국길이 줄줄이 막히는 사태로 혼란이 벌어졌다. 해외 공항에서부터 미국행 비행기 탑승 자체가 거절되는가 하면 비행기를 타고 온 이들도 미국 땅을 밟자마자 억류되는 사례가 속출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반 이민 행정명령’에 제동을 거는 미국 법원의 판결이 잇따르기도 했다.
보스턴 연방판사인 앨리슨 버로스(Allison Burroughs)는 입국금지 명령이 내려진 7개국 출신 시민들에 대한 추방이나 공항 억류를 못하게 하는 판결을 내리고, 29일(일) 새벽 로건국제공항에 억류 중인 2명의 이란 출신 매사추세츠 대학 교수들을 풀어주라고 판결했다.
법조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금주 화요일(31일) 트럼프 대통령은 반(反) 이민 정책을 거부한 샐리 예이츠(Sally Yates) 법무장관 대행을 전격 해임시키기도 했다.
트럼프의 초강경 이민정책을 비난하는 각국 지도자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테레사 메이(Theresa May) 영국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반(反) 이민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고, 양국 장관회의를 통해 관련사항에 대해 논의할 것을 명령했다. 앙헬라 메르켈(Angela Merkel) 독일 총리도 “반테러 명분이 특정 배경이나 신념을 가진 사람들을 모조리 테러조직으로 의심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 영국 외무장관은 “대부분의 영국 시민들은 이 행정명령에서 제외될 것이며 해당 7개국을 다녀온 이중국적자들만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임스 카루소(James Carouso) 호주 주재 미국대사 대리는 라디오 3AW와의 인터뷰에서 “초강경 이민정책은 트럼프가 선거 공약으로 공공연하게 내건 ‘국경 봉쇄 정책’이었다”며, “대사관 업무에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라고 언급했다.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같은 국가들이 입국 금지국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는 “나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