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부동산 개발 부지에 대한 중국계 투자 비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중국계 개발회사들이 매입한 개발부지는 전체 공급량의 38%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중국 투자자 유입을 상징하는 이미지.
2016년 호주 전역 개발부지 3분의 1 이상 잠식
끝 모르게 치솟는 시드니 주택가격 상승 배경으로 중국계 투자자의 시장 진입을 한 요인으로 지적하는 목소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를 어느 정도 증명하는 자료가 나왔다. 지난 달 말 나온 한 조사 자료는 지난해 호주 전역의 주거지 개발 부지에 중국계 투자자들이 쏟아 부은 자금은 50억 달러에 이르며, 이는 신축 주거지의 40%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시드니와 멜번에서 이들이 잠식한 부지는 엄청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거 및 상업용 부동산 컨설팅 사인 ‘Knight Frank’가 내놓은 ‘The Rise of Chinese Developers in Australia’ 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것으로, 이에 따르면 중국계 투자자들은 2016년 한 해에만 24억 달러의 주거용 부동산 개발 부지를 사들였다. 이는 지난해 매각된 개발 부지의 38%에 달하는 규모이다.
‘Knight Frank’ 사의 주거용 부동산 부문의 미셸 시실스키(Michelle Ciesielski) 수석 연구원은 “그 이전 해인 2015년 중국계 투자자들이 구매한 전체 개발부지가 12%였음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의 경우 호주 전역의 부동산 개발 부자 판매가 부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계 개발업자들에 대한 부지 매각과 이들의 투자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2년 중국계 개발업자들이 매입한 개발부지는 2만1,045스퀘어미터였으나 지난해에는 이의 18배 규모로 늘어났다. 이는 고밀도 주거지를 개발해 오던 중국계 투자자들이 저밀도 주거지로 눈을 돌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실스키 수석 연구원은 “중국계 투자자들이 처음 호주에 들어왔을 당시 이들은 호주에도 중국과 같은 고층의 고밀도 주거단지가 있음을 알았고 중국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이를 개발했지만 이제는 대도시 외곽의 부지 매입으로 투자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계 개발회사들이 대도시 외곽에 투자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이다. 2016년 6월, 베이징에 본사를 두고 있는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인 ‘폴리 그룹’(Poly Group Corporation)은 시드니 도심에서 서쪽으로 50킬로미터 지점인 펜리스(Penrith) 인근 웨링턴(Werrington)에 3만610스퀘어미터 부지를 매입했다. 이 회사는 이곳에 총 68세대의 주택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시드니 에핑(Epping)과 멜번 CBD 및 사우스 야라(South Yarra)에서 주거지 개발을 진행한 바 있는 ‘폴리 그룹’ 측은 시드니 외곽의 단독주택 개발에 눈을 돌린 데 대해 “장기적인 목표”와 “시드니 지역 주거지 개발을 위한 토지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대도시 도심 지역에서 고밀도 주거지 개발에 주력했던 중국계 개발회사들이 먼 외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사진은 상하이(Shanghai)에 본사를 둔 다화 그룹(Dahua Group)이 시드니 남서부 바디아(Bardia)에 매입한 개발 부지.
시드니 도심(CBD)에서 멀리 덜어진 외곽 지역에 눈을 돌린 또 다른 개발회사는 중국 상하이(Shanghai)에 본사를 둔 다화 그룹(Dahua Group)이다. 이들은 시드니 남서부, 도심에서 약 45킬로미터 거리의 바디아(Bardia), 70킬로미터 지점의 메낭글 파크(Menangle Park)에서 주거지 개발을 추진 중에 있다. 이들은 또한 멜번 남서쪽 25킬로미터 지점의 포인트 쿡(Point Cook)에서도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시드니 지역 로즈빌(Roseville)과 파라마타(Parramatta), 브리즈번 지역 눈다(Nundah)와 투웡(Toowong)에서 아파트를 개발한 치웨이랜드 그룹(Chiwayland Group) 또한 이 같은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7월 4천만 달러를 투입, 펜리스의 캐든스(Caddens) 주거 부지 11만4,270스퀘어미터를 매입했다. 치웨이랜드 그룹은 시드니 서부 지역 구매자를 위해 400채의 아파트와 364채의 타운하우스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전 세계 부동산 개발 부지를 소개하는 베이징 기반의 부동산 회사 주와이(Juwai)의 찰스 피타르(Charles Pittar) 대표는 “대도시에서 살아온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아파트에서 자라고 아파트에서 지내 왔으며 자기 소유의 토지를 가진 주거지를 갖는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중국계 개발회사들은 호주에서 주거지 건설을 진행하면서 단층의 주택 또한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단독 주택에 그래니 플랫을 추가하여 대가족이 거주하는 것 또한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시드니를 비롯해 대도시 지역의 인프라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의 투지 및 주택 패키지 또한 인기가 높아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조사 및 연구, 컨설팅을 제공하는 BIS 슈라프넬(BIS Shrapnel) 사의 주거용 부동산 부문 수석 연구원인 앤지 지고마니스(Angie Zigomanis)씨는 “호주에서 부동산 개발을 진행하는 해외 투자자들이 한 번에 엄청난 규모의 부지를 매입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지만, 이들이 고밀도의 아파트 개발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거단지를 개발하고 주택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넓은 토지가 필요하며, 이는 도심에서 벗어나 먼 외곽으로 눈을 돌린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현재 중국의 투자자들이 이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에도 중국계 개발업자들의 주거용 부동산 투자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미 올해 초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인 아쿠아랜드(Aqualand) 사는 시드니 북서부 버큼힐(Baulkham Hills)에 9천만 달러를 들여 12.5헥타르의 부지를 매입했다. 아쿠아랜드는 71채의 단독주택과 75채의 다세대 주거지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들의
호주 부동산 개발부지 매입 비율
-2016년 : 38%
-2015년 : 26%
-2014년 : 27%
-2013년 : 11%
-2012년 : 2%
Source: Knight Frank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