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각 주의 지방 지역 학생들의 대도시 대학 진학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NSW 주 지방 학생들의 시드니 소재 대학 진학 증가세는 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NSW 주 북부, 그라프톤 출신으로 NSW대학교에 진학한 루신다 벨(Lucinda Bell) 학생.
학업 및 일자리 기회 대문... 시드니 외면은 높은 주거비 탓
루신다 벨(Lucinda Bell)은 시드니에서 북쪽으로 약 600킬로미터 지점의 그라프톤(Grafton), 창밖으로 야생 캔거루가 보이는 2.5에이커의 집에서 살아왔다. 대학 학업을 위해 시드니로 온 그녀는 이제 아침마다 창문을 통해 캥거루 대신 시드니 도심의 스카이라인을 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올해 18세인 루신다는 아미데일(Armidale)이나 브리즈번(Brisbane)에 있는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고, 시드니로 와 NSW대학에서 비즈니스 및 정보 시스템을 공부하고 있다. 그녀는 대학 측에서 장학금을 받을 수 있어 매우 행복하다고 말한다.
“장학금은 대부분 숙소 비용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현재 공부하는 프로그램은 여러 산업 분야에서 하고 있는 것”이라는 루신다는 “내가 이전가지는 가져보지 못했던 기회”라고 덧붙였다.
그라프톤에서 함께 자란 루신다의 학교 친구들 중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은 대부분 브리즈번 또는 브리즈번 인근 대학을 선택했다.
루신다처럼 지방에서 거주하던 학생들의 주요 도시 내 대학 진학이 75%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NSW 주 지방 학생들의 대학 선택은 NSW 주보다 다른 주가 더 많았다.
금주 월요일(27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호주 고등교육 관련 기구인 ‘National Centre for Student Equity in Higher Education’(NCSEHE)의 자료를 인용, 지난 5년간 지방 지역 학생들의 대도시 내 대학 진학이 76.3%나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NCSE 조사 자료는 지난 2008년 지방 지역 학생들의 대도시 소재 대학 진학은 2만9천 명이었으나 2014년에는 5만1천 명에 달했다.
학위 과정을 시작한 각 학생의 주소지를 기반으로 한 이번 조사는 또한 지방 지역 학생들의 고등교육기관 진학률이 2008년에서 2014년 사이 38.8% 증가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조사의 연구원 중 하나인 라 트로보 대학(La Trobe University)의 벌리 카닥(Buly Cardak) 부교수는 “대학 2학년에 진학하면 학생의 집 주소를 현재 거주하는 도시의 우편주소로 변경이 가능한데, 본래의 출생지역 주소를 제외하고 현 거주지 주소로 지방 지역 학생들의 고등교육 진학 지역을 보면 두드러지게 달라지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즉, 지방 지역 출신으로 고등교육 기관에 진학한 학생들 중 3분의 1에 가까운 24.2%가 대도시 대학에 재학하고 있으며 7.5%는 다른 지역을 선택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NSW 주 지방 학생들의 타 지역 이탈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NSW 주 지방 지역 학생의 타 지역 이탈은 4,435명에 달했다. 이는 2008년 2,775명에 비해 62.5%가 늘어난 것이다.
NSW 주 지방, 작은 타운의 학생들은 시드니보다는 더 가까운, 다른 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퀸즐랜드 주 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QLD 주 대학에 진학한 지방 지역 학생은 1,955명이 늘었다. 뿐 아니라 ACT는 1,923명이, 빅토리아는 1천700명이 증가했다.
카닥 교수는 “NSW 주 지방 학생들이 타 주의 대학으로 진학하면서 학생 유출이 크게 늘었다”면서 “다른 주와의 경계에 가까운 NSW 주 타운에 비교적 많은 인구가 거주하며, 여기에다 시드니의 높은 주거비용 탓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이 부문의 수치를 보면, 다른 지역 대학을 선택한 학생 증가 비율은 2008년에서 2014년 사이 156%, 학업뿐 아니라 다른 이유로 대도시를 선택한 비율은 149.5% 늘어난 것이다.
카닥 부교수는 “데이터를 수집하면서 지방 학생들이 대도시를 선택하는 것은 학업뿐 아니라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더 많은 기회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지방 지역 학생들의 대학 진학이 늘어남에 따라 연방 정부 차원에서 이를 감안한 정책 논의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도시 및 지방 소재 대학 지원기금 정책을 입안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라 트로보 대학교의 매트 브레트(Matt Brett) 연구원은 “지방 학생들의 대도시 이주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고등교육 기금 정책 결정에서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