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틴 대학교 경제사회연구기관인 ‘뱅크웨스트 커틴경제센터’(Bankwest Curtin Economics Centre)와 정부의 직장 내 성 평등 기구인 ‘Workplace Gender Equality Agency’ 공동조사 결과 기업 내 임원급(senior executives) 여성 비율이 10% 이상 증가하면 남녀 임금격차가 줄어질 수 있지만, 관리자급(management) 여성이 80% 이상을 차지하게 되면 임금격차는 오히려 늘어나는 것으로 진단됐다.
BCEC-WREA 공동 조사... 남성 인력 ‘품절’로 몸값 상승
직장 내 관리자급 여성 비율이 높아질수록 남녀 임금격차가 더 커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금주 목요일(2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커틴대학교 경제사회연구 기관인 ‘뱅크웨스트 커틴경제센터’(Bankwest Curtin Economics Centre. BCEC)와 정부의 직장 내 성 평등 기구인 ‘Workplace Gender Equality Agency’(WGEA)가 공동 조사, 발표한 새 자료를 인용, 임원급(senior executives) 여성의 비율이 10% 이상 증가하면 남녀 임금격차가 줄어질 수 있지만, 관리자급(management) 여성이 80% 이상을 차지하게 되면 격차는 오히려 늘어난다고 전했다.
이번 보고서는 ‘Gender Equity Insights 2017: Inside Australia's Gender Pay Gap’라는 제목으로 12만개 이상의 기업에 종사하는 400만 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연구 결과로, 직장 내 관리자급에 여성이 80% 이상을 차지하게 되면 남녀 임금격차는 8~17%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이번 보고서의 저자인 BCEC의 레베카 카셀스(Rebecca Cassells) 연구원은 “여성 인력이 많은 직장에서도 여성은 평균임금이 낮은 경우가 많으며, 관리자급에 여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할지라도 남녀 임금격차는 여전히 발생한다”고 말했다. “여성이 많을수록 남성 인력이 귀해져 이들을 맹목적으로 필요로 하게 되고, 임금을 더 주어서라도 이들을 고용하려고 하는 경향이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이어 “이 같은 현상은 남성이 관리자의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무의식적 편견과 틀에 박힌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덧붙였다.
카셀스 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는 직장 내에서 여성과 남성에게 주어지는 업무와 가치 평가에 차이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의 공동저자인 알란 던컨(Alan Duncan) 교수는 “그간 남녀 임금격차가 줄어든 것은 일부 기업의 임원급에 여성 인력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며 “이번 보고서가 이를 반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카셀스 연구원은 “남여 임금격차는 경제 불황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남성은 여성보다 광산 또는 건설 등의 직종에 근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직업들이 남녀 임금격차의 주범”이라고 설명했다. 경제가 호전되면 이 분야 직종의 수요가 많아지게 되고, 남녀 임금격차가 커지는 반면, 경제가 악화되면 반대로 남성에 대한 수요가 적어져 임금격차가 줄어들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따라서 남녀간 임금 차이가 이런 순환구조에서 벗어났을 때만이 진정한 사회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임금평등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보고서와 관련, WGEA의 리비 라이언스(Libby Lyons) 대표는 “남녀 인력을 균형 있게 활용하는 직장이 많아져야 임금격차를 줄일 수 있다”면서 “여성과 남성의 업무에 관한 편견을 버리고 사회,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