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가 바위에서 낚시를 즐기다가 사망하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안전을 위해 이들에게 구명조끼 착용을 위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NSW 주 정부 응급서비스 장관은 “자기 안전은 스스로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규명조끼 의무 착용 규정 요구에 “자기 안전 스스로 책임져야”
해안가 바위 등지에서 낚시를 즐기다가 갑자기 덮친 파도에 휩쓸려 사망하는 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주 정부는 낚시를 즐기는 이들로 하여금 의무적으로 구명조끼를 입도록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를 거부했다.
금주 화요일(14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 보도에 따르면, 최근에도 해안 암벽에서 낚시를 즐기다 바다에 빠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모든 해안가 낚시에서 반드시 구명조끼를 입도록 규정을 제정해야 한다는 요청에 대해 주 정부는 “자기 안전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며 이를 거부했다.
2년 전, 낚시 도중 사망한 9명의 사망자 검시를 맡았던 검시관은 이후 주 정부에 ‘해안 바위 낚시에서 반드시 구명조끼를 착용하도록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암벽 낚시에서 의무적으로 구명조끼를 착용하도록 명시한 곳은 랜드윅 카운슬(Randwick Council)뿐으로,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채 낚시를 하는 경우 100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고 명시했으며, 다만 1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현재 이 규정을 촉구하고 있는 ‘Surf Life Saving NSW’는 랜드윅 카운슬뿐 아니라 NSW 전 지역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금주 월요일(13일)에는 시드니 남부 기메아(Gymea) 지역의 해안 바위에서 낚시를 하던 27세의 남성이 바다에 빠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일요일(12일)에는 맨리(Manly) 소재 블루피시포인트(Blue Fish Point)에서는 바위 낚시를 하던 3명의 남성이 파도에 쓸려 바다에 빠졌다가 2명은 구조됐으나 다른 한 명은 사망했다. 사망자는 23세의 태국 국적 남성으로 알려졌으며, 3명 중 이 남성만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대해 NSW 주 응급 서비스부 트로이 그란트(Troy Grant) 장관은 “모든 해변과 바위, 수영장에서조차 구명조끼 착용을 강요할 수는 없다”면서 “각 개인은 자신의 안전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안가 바위에서 낚시를 즐기다 사망하는 사고 사례는 한인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근래에는 이에 대한 안전의식이 높아져 사고 건수가 줄었지만 수년 전까지만 해도 매년 1-2명의 사고자가 발생, 안타까움을 준 바 있다.
지난 20년 사이 NSW 주에서는 해안가 바위에서 낚시를 즐기다 실족 또는 파도에 휩쓸려 사망한 이는 150명이 넘는다.
바다의 변화가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해안가 바위에서의 낚시에는 늘 위험이 상존한다. 잠잠하던 바다 위로 순식간에 거대한 파도가 밀려 암벽 위를 휩쓸기도 한다.
지난 회계연도(2015-16년)에도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채 낚시를 하다 바다에 빠져 사망한 사람은 1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란트 장관은 일단 구명조끼 착용의무 규정을 거부했지만 NSW 주 고위험 지역으로 확산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랜드윅 카운슬 지역 내 해안은 바위낚시 포인트로 알려진 곳이 많아 사고 발생도 많았던 지역으로, 지난 10년 사이 1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바 있다. 지난 2월, 랜드윅 카운슬은 이 규정을 도입한 이후 구명조끼를 입은 이들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에 따르면 구명조끼 착용을 의무화하는 법안은 지난해 주 의회에서 통과된 사안으로, 랜드윅 카운슬 이외 지역으로 이 규정을 확대하는 데 있어 새로이 의회 승인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이 규정이 NSW 주 전역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Surf Life Saving NSW’의 앤디 켄트(Andy Kent) 구조팀 매니저는 “사고 신고를 접수한 후 우리 팀이 구조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구명조끼를 착용한 상태였다”며 “낚시 동호인들 사이에서조차 구명조끼 의무 착용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점은 참으로 실망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그란트 장관은 주 정부 차원에서 향후 3년 동안 낚시 안전 프로그램에 1천100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주 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낚시 도중 사고를 당한 150명 이상의 사망자 가운데 40%는 중국, 베트남, 한국계였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