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갖지 않은 여성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여성들이 자녀 출산을 거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ABC 방송은 아이를 갖지 않기로 결정한 4명의 여성을 인터뷰, 그들의 이야기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은 결혼하면서 아이를 갖지 않기로 합의한 에이미(Amy)와 브래드 거드(Brad Gurd)씨 부부.
자기 분야 경력 쌓기 매진, “아이 없어도 충분히 행복하다”
사회적 압박으로부터 자유롭지만, 나이 들면서 불안감도
호주의 낮은 출산율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만큼 결혼 후 아이를 갖지 않으려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제각각 이유가 있다. 자기 일에 대한 프로의식, 산모로서의 감정 부족, 인구 증가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한 선택이라는 진단이다.
매 10년 단위로 구분해 여성의 출산율을 보면, 아이가 없는 기혼여성 비율은 지속적으로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호주 통계청(Australian Bureau of Statistics)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6년 45-49세 연령층 여성 가운데 자녀가 없는 여성 비율은 14%에 이른다. 이는 10년 전인 1996년의 11%, 1986년의 9%에 비해 상당히 늘어난 비율이다.
그렇다면 여성들의 서로 다른 삶의 단계에서 아이를 갖지 않기로 선택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금주 화요일(21일) ABC 방송은 “오늘날 호주 여성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아이가 없는(Childfree) 삶을 원한다”면서 몇 명의 여성을 소개, 눈길을 끌었다.
현재 브리즈번에 거주하면서 범죄학 박사 과정에 있는 에이미 거드(Amy Gurd)씨는 하이스쿨 재학 당시 이미 ‘Childfree’를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일 때문에 아이를
갖고 싶지 않다”
브리즈번(Brisbane)에 거주하는 27세의 커리어우먼 에이미 거드(Amy Gurd)씨는 “내 삶에서 뭔가를 입증하고자 아이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확고하게 말한다.
결혼 5년차인 그녀는 남편인 브래드(Brad)씨와 ‘아이 없는 삶’(childfree life)을 선택했다고 말하며, 이를 확실히 하고자 브래드씨가 정관수술을 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거드씨는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거나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지만 아이를 갖지 않기로 했다는 결정에 대해 지속적으로 마주쳐야 하는 제3자의 시선이나 판단에 피곤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내 결정이 사람들 대화의 주제가 되는 것에 짜증이 난다”는 거드씨는 “여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 아이를 돌보는 엄마의 역할을 잘 할 것인지 아닌지로 결정된다”고 불평했다.
현재 범죄학 박사 과정에 있는 그녀는 이미 하이스쿨 당시,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갖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 공부하고 있는 범죄학 분야에서 경력을 쌓으며, 전 세계를 여행하는 것이 그녀가 만들어가는 삶의 계획이다.
“자기 일과 엄마로서의 역할을 다 잘 할 수 있는 여성이 있음을 알고 있지만, 일단 아이를 갖게 되면 내 쪽이나 아니면 남편 쪽 경력에 상당한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을”이라는 거드씨는 “현재 남편과 함께 있는 것으로 충분히 행복하고, 또 우리에게는 돌보아야 할 두 마리의 개가 있다”고 말했다.
거드씨는 이어 “여성은 결혼 후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이 사회의 보편적 사고에 순응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거짓은 종종 회피의 수단이 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자신이 아이를 갖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 적당히 둘러대야 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내게 아이가 있다면,
방치되었을지도 모른다”
시드니 거주하는 여성으로 자기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가고 있는 나타샤 데이빗(Natasha David. 43)씨는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압박에 굴복하지 않은 스스로에 대해 잘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작가로 활동하는 그녀의 남편은 아이를 갖기를 원했고, 나타샤씨의 반대로 아이를 갖지 못하자 자살을 선택했다. 그 트라우마가 아직도 크게 남아 있지만 그럼에도 ‘Childfree’를 견지한 자신의 선택에 안심한다는 얘기다.
나타샤 데이빗씨는 “남편의 바람대로 아이를 가졌다면 나는 내 일에 몰두하느라 아이를 돌보는 일에 소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모든 가능성을 감안할 때 아이를 갖는다는 것이 자기에게는 이기적인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이미 다섯 살 때 ‘나중에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갖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을 생생히 기억한다는 데이빗씨는 “내 말에 숙모들이 웃으며 ‘나중에 마음이 바뀔 거야’라고 말했지만 내 마음이 확고했기에 그런 말조차 기분이 상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자신에 대해 “아주 독립적인 성격”이라며 “누군가 내게 기대고 의지하려는 것에 질색이며 뭔가를 요구하는 이들에게도 참을성을 보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만약 아이가 있었다면, 그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을 거라는 얘기다.
남편이 자살한 뒤 데이빗씨에게는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기도 했다. 그 가운데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아이를 원하지 않는 남자도 있었다.
아주 어린 나이에 자신이 아이를 원치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는 나타샤 데이빗(Natasha David, 43)씨. 자녀를 원하는 남편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후 상당기간 트라우마에 고통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도 자기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가족 돌보기에
매달리다보니...
샐리 아놀드(Sally Arnold, 66)씨는 다섯 형제 가운데 맏이였다. 그녀의 어머니는 샐리 아놀드씨를 딸이 아닌 친구로 대했다. 그리고 아래로 넷이나 되는 동생들을 돌보아야 했다.
성인이 되어 자기 일을 갖게 된 후 샐리씨는 자신의 경력을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됐고, 이는 그녀 스스로 아이를 갖는 것에 흥미가 없음을 의미했다.
“어릴 때부터 나는 어린 동생들의 엄마 역할을 해야 했다”는 그녀는 “이는 나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 것이었고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녀는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내 주변에는 늘 아이(형제자매)들이 있었고, 그래서 나만의 공간은 전혀 없었다”며 “심지어 대학에 들어가서도 다른 자매와 방을 공유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호주 발레단’(Australian Ballet) 사업개발 매니저를 거쳐 지금은 멜번에서 심리치료사로 일하는 그녀는 “삶의 후반부에는 남편과 예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 때부터 어린 형제자매를 돌보아야 했던 그녀는 성인이 되어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압박을 전혀 받지 않았다. 그녀가 늦은 나이에 만남 남편은 이미 결혼했던 과거가 있고 또 자녀도 있었다. 그러기에 남편도 그녀에게 아이를 갖자는 말이 없었으며, 그녀의 부모 또한 손주를 기대하지 않았다.
그녀는 “엄마와 아빠에게 다섯 형제는 충분하고도 남았다”고 말했다. 때론 많은 자녀들로 부모가 충격을 받는 일도 많았다는 그녀는 “내 아버지에게 있어 다섯 자녀는 때로 당신 인생의 장애물이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를 갖지 않는 사회적 시선에 대해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예술 분야를 언급했다. “그것(예술)이야말로 사람들의 시선을 받지 않고 스스로를 개척할 수 있는 완벽한 공간”이라는 설명이다.
“사람들은 동성애자나 양성애자, 또는 성전환자와 함께 일하기도 한다”는 그녀는 “성적 측면에서 그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다섯 형제 중 맏이였던 샐리 아놀드(Sally Arnold, 66)씨는 어린 시절, 네 명의 어린 동생들을 돌보다 보니 결혼 후에도 아이를 원하지 않게 되었다고 말했다.
“불확실성의 자유
받아들여야...”
‘Healthy Mind Project’를 운영하는 탈리아 라비노비츠(Talya Rabinovitz)씨는 아이를 원하지 않는 30-40대 여성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이들 여성은 스스로 아이를 갖지 않기로 마음먹었지만 자녀가 없다는 점에서 불안감을 느끼기도 한다.
라비노비츠씨는 “한편으로, 아이 없이도 행복한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면서 “그런 한편 이것이 잘못된 결정은 아닌지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아이가 없는 여성들 가운데 일부는 본래 자녀를 갖고자 했으나 일에 대한 압박으로 그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을 이었다. 그 자체를 후회하는 이들을 보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50대 초반에 이른 여성들 중에서도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아이를 갖고 싶다’는 이들도 있지만, 그 나이에는 사실 너무 늦은 일”이라는 그녀는 “하지만 아이가 없는 이들은 분명, 그들 삶의 영역에서 성취감과 자유로움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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