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말까지 백인들의 원주민 동화 정책에 따라 아주 먼 다른 지역으로 강제 이주되었던 ‘잃어버린 세대’(Stolen Generations)가 자신의 고향을 찾아갈 수 있었던 것은, 이들 DNA의 차이가 특정 지리적 영역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었다는 연구가 나왔다.
‘고대 DNA 연구센터’, DNA-특정 지리적 정보 연관성 입증
호주 원주민 ‘잃어버린 세대’(Stolen Generations)가 아주 먼 다른 지역으로 강제 이주되었음에도 이들이 자신의 고향을 찾아갈 수 있었던 것은, 이들 DNA의 차이가 특정 지리적 영역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지난 1928년에서 1970년대 사이,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원주민들로부터 채취한 머리카락 샘플 속의 미토콘드리아 DNA(mitochondrial DNA) 분석을 기반으로 한 연구를 통해 발견한 것이다.
이달 초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소개된 이번 DNA 분석 자료는 지금의 호주 원주민들이 5만 년 전 호주 대륙과 뉴기니섬(New Guinea)이 연결되어 있을 당시 호주에 정착한 한 부족의 후손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는 1928년부터 1970년대 백인 정착자들의 원주민 동화정책에 따라 여기저기로 흩어져야 했던 ‘잃어버린 세대’ 원주민들의 머리카락 샘플에서 얻은 미토콘드리아 DNA의 분석을 토대로 이뤄졌다.
‘호주 고대 DNA 연구센터’(Australian Center for Ancient DNA, ACAD)의 수석 연구원인 알란 쿠퍼(Alan Cooper)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호주 대륙에 첫발을 디딘 이 부족들이 약 2천년 동안 서부와 동부 해안에서 급격히 성장하다가 이후 남부 호주로 진출했음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쿠퍼 교수는 “5만 년 동안 어느 한 특정 지역에만 머물러 있었던 일부 부족도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매우 분명히 다르게 나타나는 이들의 유전자 유형이 이를 확실하게 증명한다”고 덧붙였다.
머리카락서 채취한 DNA로
원주민 유산 복원
남부 호주 박물관(South Australian Museum)에는 1928년부터 1970년대 애들레이드 대학(University of Adelaide) 인류학 연구팀(Board of Anthropological Research)이 진행한 탐험을 통해 채취한 5천개 이상의 원주민 머리카락이 소장되어 있다. 여기에는 문화, 언어, 족보, 지리에 관한 데이터가 들어 있다.
연구원들은 호주 정부의 ‘원주민 동화 및 분리 정책’이 이뤄진 이 시기에 퀸즐랜드 소재 셰보그(Cherbourg)와 쿠니바(Koonibba), 남부 호주 포인트 피어스(Point Pearce)로 강제 이주된 원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111개의 머리카락 샘플을 수집하고, 모계(母系)로만 유전되는 세포핵 밖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했다. DNA 분석은 기증자들뿐 아니라 그 자손들의 동의를 받아 이루어졌으며, 결과가 공개되기 전 가족들과의 면담을 거쳤다.
애들레이드 대학(University of Adelaide) 인류학 연구팀(Board of Anthropological Research)이 진행한 탐험 여정을 보여주는 지도. 이 지도는 남부 호주 박물관 노만 틴데일 기록 보관소(South Australian Museum Archives Norman Tindale Collection)에 소장되어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 모발 샘플을 기증한 원주민의 손녀이자, 이번 연구의 핵심 고문인 퀸즐랜드 셰보그 지역 출신 원주민 여성 레슬리 윌리엄스(Lesley Williams)씨는 이번 결과에 대해 “원주민들의 호주 대륙 정착 역사를 추적하는 데에 있어 매우 중요한 발견”이라고 극찬하면서 “원주민들의 모발 샘플이 연구의 올바른 문화적, 윤리적 틀을 세우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이번 연구 보고서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윌리엄스씨는 “원주민 역사는 아주 민감한 주제이기에 매우 정중한 태도로 이들과의 대화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대 기술이 호주 원주민 ‘잃어버린 세대’의 혈통과 자기네 문화를 이룩한 땅을 추적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주 대륙-원주민
연결 고리 발견
이번 연구는 지난해 ‘네이처’(Nature)에 소개된 호주 원주민 83명의 게놈(genome, 유전 정보) 해독 정보를 바탕으로 호주 대륙 내 원주민들의 역사를 추적해갔다.
자료를 통해 발견된 것 중 한 가지는, 사막에 거주했던 원주민들의 경우 건조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독특한 생물학적 변화를 겪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쿠퍼 교수는 이 같은 이론이 이번 연구 결과의 근거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5만 년 전 사막이나 열대지방 또는 타스마니아(Tasmania)에 살았던 사람들은 전 세계 어떤 인류도 경험하지 못한 독특한 선별적 변화(selective changes)를 겪었을 것"이라고 설명한 그는 ”이는 이들 원주민, 그리고 이들이 태어나고 자란 장소 사이에 형이상학적 연결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라고 말했다.
쿠퍼 교수는 이어 “원주민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이 땅에 살기 시작했으며 환경의 격변기를 경험했다. 따라서 극한 기후를 견디는 방법을 터득한 이들의 생존과 그 지역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덧붙였다.
호주 북부 케이프 요크(Cape York) 소재, 바위로 된 원주민 주거지.
수십 년간의 연구 재확인...
여전히 더 많은 연구 필요
한편 지난해 연구 보고서의 공동 저자이자 퀸즐랜드 주 그리피스 대학교(Griffith University)의 데이빗 램버트(David Lambert)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순히 현대 게놈을 통해 수십 년간의 연구를 재확인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인들은 229년 전 원주민들을 강제로 몰아내고 호주에 정착했다. 겨우 91년 된 머리카락 샘플을 가지고 원주민들의 유전적 다양성을 추적하는 것은 이들의 역사를 확인하는 데 있어 충분한 답변을 제공하지 못하기에 믿을만한 접근방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쿠퍼 교수는 “올해 호주 원주민 3개 부족을 추가 방문하고, 앞으로 2년 안에 1천 개 가량의 머리카락 샘플을 더 채취해 DNA를 검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세포핵 DNA를 통한 부계 혈통 조사 쪽으로도 연구를 확대할 계획ㅇ라고 덧붙였다.
■ 주요 포인트
-백인들의 원주민 동화 정책에 따라 퀸즐랜드(Queensland)와 남부 호주(South Australia)로 강제 이주된 ‘잃어버린 세대’(Stolen Generations) 원주민들의 DNA 분석 연구
-약 5만 년 전, 호주 대륙에 정착한 원주민들의 일부 집단은 특정 지역에만 거주했음을 확인
-호주 대륙과 원주민간의 형이상학적 연결고리 설명
-‘잃어버린 세대’의 흩어진 가족들을 추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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