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11월 이후 4개월 사이, 자유-국민 연립 턴불(Malcolm Turnbull. 사진) 수상에 대한 유권자 지지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으며, 일각에서는 현 턴불 수상의 리더십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투표 선호도에서도 야당 우위 앞서... 수상 선호- 쇼튼 3%p ↑, 턴불 6%p ↓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사이, 자유-국민 연립 여당에 대한 유권자 지지가 상당히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페어팩스 미디어(Fairfax Media)가 여론조사 기관인 ‘입소스(Ipsos) 사와 손잡고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유권자 정당 선호도 3월 조사 결과, 자유당 인기가 시들해진 가운데 자유-국민 연립 대 노동당 선호도에서 노동당이 10%포인트나 앞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 결과는, 만약 지금 당장 연방 총선이 실시된다면 자유-국민 연립은 24석을 잃을 것으로 추정되며, 자유당 내 보수파로 알려진 피터 더튼(Peter Dutton) 이민부 장관, 사회서비스부 크리스티안 포터(Christian Porter) 장관, 케네스 와이야트(Kenneth George Wyatt)와 루크 하트수이커(Luke Hartsuyker) 국민당 하원의원 또한 당선을 보장받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치 평론가들은 이번 여론조사에 대해, “전기료 인상 등 민감한 사안을 해결하기 위한 일련의 정책을 통해 정치력 회복을 시작한 연립 여당에 충격을 주는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으며, 말콤 턴불(Malcolm Turnbull) 대표 체제 하에서의 연립 여당 미래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4개월 전인 지난해 11월(11월24-26일 3일간 실시) 조사에서 2%포인트 차이에 불과했던 양당선호도(Two-party preferred)는 그 사이 10%포인트(노동 55%, 연립 45%)로 벌어졌다. 이런 가운데 녹색당을 비롯해 닉 제노폰팀(Nick Xenophon Team), 한나라당(One Nation Party) 등은 유권자 지지 기반을 더욱 공고히 했다.
양당선호도는 지난해 7월 연방 총선 당시 자유-국민 연립이 50.4%를, 노동당이 49.6%로 박빙이었으나 4개월 뒤인 11월 조사에서 노동당이 2%포인트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번 조사에서는 그 간격이 무려 10%포인트나 벌어졌다.
“턴불의 리더십 하에서 연립당의 미래를 논의해야할지도 모른다”는 정계 일각의 진단은 이 같은 양당선호도 격차에서 비롯된다. 여야 정당간의 격차는 지난 2015년 9월, 자유당 대표가 토니 애보트(Tony Abbott)에서 현 턴불 수상으로 교체되기 1주일 전의 유권자 지지도와 유사한 수치이다. 당시 양당선호도는 노동당 54%, 연립 46%까지 벌어졌고, 결국 자유당 내에서 애보트의 리더십을 문제 삼아 말콤 턴불이 대표로 선출, 연립 집권 도중 제29대 수상 자리에 올랐다.
턴불 수상의 개인적 지지도라 할 수 있는 정책 부문(Prime Minister's performance) 승인에서도 4개월 전인 지난해 11월(45%)에 비해 5%포인트가 하락했다. 반면 그의 정책에 대한 불승인은 2016년 11월의 45%에서 3%포인트 상승한 48%였다.
지난해 10월, 자유당 의원 총회에서 애보트 대표를 밀어내고 새 대표가 되면서 수상 자리에 오른 직후 실시된 ‘페어팩스-입소스’ 조사에서 턴불의 정책에 대한 유권자 지지는 이번 조사보다 28%포인트 높은 68%까지 치솟았으며, 반면 불승인은 17%로 상당히 낮은 수치였던 것과 비교하면, 유권자들로부터 엄청난 신뢰를 잃은 셈이다.
이 부문에서는 노동당 빌 쇼튼(Bill Shorten) 대표 또한 4개월 전 37%에서 35%로 2%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불승인 비율은 53%로 4개원 전과 동일하게 나타났다.
이번 조사 결과 및 일각에서 제기된 턴불의 리더십 문제와 관련, 자유당 내 2인자라 할 수 있는 줄리 비숍(Julie Bishop) 외교부 장관은 연립 여당이 지도자를 교체해야 할 것이라는 제안을 일축하면서 “턴불 대표는 여전히 자유당 내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숍 장관은 이어 “턴불은 능력 있는 지도자”라고 강조하면서 “다음 선거에서도 그가 자유당을 잘 이끌도록 우리 당 내에서는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비숍 장관은 국방부 마리스 파인(Marise Payne) 장관이 뉴욕 총영사로 갔고 조지 브랜디스(George Brandis) 법무장관이 런던 고등판무관(High Commissioner)에 임명됐다는 내용에 대해 ‘가짜 뉴스’(fake news)라고 일축했다.
양당선호도와 여야 대표의 개인적 지지도(정책 승인 부문)에서 격차 뿐 아니라 수상 선호도(Preferred Prime Minister)에서도 양당 대표의 격차는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턴불의 수상 선호도는 45%로 4개월 전의 51%에서 6%포인트 하락한 반면 쇼튼 대표는 30%에서 33%로 3%포인트 상승했다.
턴불의 지지도 하락은 그 동안 연립 여당이 내놓은 여러 정책에 대한 실패를 의미하며, 상원에 상정한 법인세 인하 법안도 승인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턴불 정부는 현 법인세를 향후 10년간 30%에서 25%로 인하, 500억 달러를 삭감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상원의회에 상정한 상태이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당 지지도 함께 실시한 여당의 정책 가운데 ‘향후 10년간 법인세를 5%까지 인하하는 것에 대한 지지’ 여부와 관련, 연립 지지자는 67%가 찬성(19% 반대, 모르겠다 14%)한 반면 노동당 지지자 가운데는 34%만이 찬성을, 반대는 49%, 모르겠다는 응답은 18%였으며, 녹색당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압도적(64%)으로 많았다(찬성 22%, 모르겠다 14%).
일요일과 공휴일 근무에 따른 시간 외 임금률(penalty rates)이 줄어든 것과 관련, ‘이로 인해 일요일 또는 공휴일 문을 여는 비즈니스가 줄어들 것으로 보는가’를 묻는 설문에 연립 지지층의 44%는 ‘문을 여는 비즈니스가 늘어날 것’이라는 응답이었으며, ‘변동 없을 것’이라는 예측은 52%, ‘모르겠다’ 4%였다. 이와 달리 노동당 지지자들 중 69%는 ‘변동 없을 것’, ‘늘어날 것’이라는 반응은 21%(모르겠다 9%), 녹색당은 각각 74%, 19%(모르겠다 7%)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투자자의 주거용 부동산 구입에 대한 세금 감면(tax concession)과 관련, 세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18-24세 그룹에서 13%, 25-29세 23%, 40-45세 17%, 55세 이상 그룹에서 18% 등 비교적 적은 비율로 나타난 반면 ‘줄여야 한다’는 이들은 각 24%, 32%, 36%, 39%였으며 현 상태대로 유지한다는 의견은 각 50%, 39%, 43%, 36%로 높게 나타났다.
‘페어팩스-입소스’ 3월 여론조사는 지난 3월22일(수)부터 25일(토)까지 4일간 호주 전역 유권자 1천400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표본오차는 2.6%이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