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자원, 레크리에이션 비용, 직-간접 고용 등 전반적인 측면에서 호주 최대 자연유산인 그레이트배리어리프(Great Barrier Reef)의 가치가 560억 달러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이 거대 산호초 지대는 온난화로 인한 해수온도 상승으로 3분의 2가량이 산호초 백화 현상의 영향을 받고 있다. 사진은 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산호초들.
호주의 대표적 자연유산...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12개 맞먹어
호주 동부, 퀸즐랜드(Queensland) 주 2천 킬로미터 길이에 펼쳐진 세계 최대 산호초 지역인 그레이트배리어리프(Great Barrier Reef)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금주 월요일(26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한 경제 컨설팅 기관의 자료를 인용, 호주 최고의 자연유산인 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가치가 560억 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는 호주 최고 경제 자문기관 중 하나인 딜로이트 액세스 이코노믹스(Deloitte Access Economics. DAE)가 경제-사회 및 상징적 브랜드로써의 가치를 계량화한 것으로, 자연 유산이 지닌 가치를 금액으로 산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DAE는 6개월 이상 그레이트배리어리프와 관련된 수십여 경제-사회적 연구 자료를 분석하고 또한 10개국 이상 1천5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 이 자연유산의 가치를 560억 달러로 산출했다.
DAE가 산출한 가치 가운데 관광상품으로 얻는 290억 달러는 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가치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며, 직접 이 대산호초 지역을 방문하지 않지만 그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고 있음을 의미하는 ‘간접 또는 비사용 가치’(indirect or non-use value) 238억 달러, 아울러 수중 다이버 등의 레크리에이션 가치 32억 달러이다.
이번 연구는 ‘그레이트배리어리프 재단’(Great Barrier Reef Foundation)의 의뢰에 따라 실시된 것으로, 이에 따르면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지난 2015-16 회계연도 퀸즐랜드 주 39억 달러를 포함해 호주 경제에 64억 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제공했다.
그레이트배리어리프와 관계된 일자리는 직접 고용 3만9천명, 그리고 호주 전체로 볼 때 이와 연계된 고용인 수는 6만4천명에 이른다. 호주 주요 기업인 NAB(National Australia Bank)의 직접 고용 인력 3만4천명, 텔스트라(Telstra) 3만3천명, 콴타스 항공(Qantas Airways) 3만4천명과 직접적으로 비교되는 수치이다.
그레이트배리어리프 재단의 스티브 사전트(Steve Sargent) 이사장은 “호주 브랜드로써 이보다 더 크게 기여하는 곳은 없다”면서 “560억 달러의 가치는 시드니 오페라하우스(Sydney Opera House) 12개와 같은 규모”라고 말했다.
사전트 이사장은 이어 “이번 DAE 보고서는 자연 생태계로서는 물론 경제적 가치 측면에서도 그레이트배리어리프가 세계적인 보물임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전 세계 10개국 이상의 여행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관광 자원으로서의 중요성과 상징적인 개념, 호주 외에는 이와 같은 것이 없다는 인식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그레이트배리어리프를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0% 이상은 지구 환경의 중요성 측면에서, 미래 세대가 이곳을 방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생물 다양성 부문에서 그레이트배리어리프를 보존하기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으며, 또한 도덕-윤리적으로 보호되어야 한다는 반응이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자연유산의 하나이기도 한 그레이트배리어리프는 호주가 가진 브랜드 상징성 측면에서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는 진단이다. 사진은 이 지역 해양 생물을 관찰하는 수중 다이버.
미국 부통령을 역임한 뒤 환경운동을 펼치는 엘 고어(Al Gore) 전 미국 부통령은 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가치에 대해 전체적 시각에서 보아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고어 전 부통령은 “이 위대한 자연유산을 인류가 보호하지 못한다면 호주뿐 아니라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DAE의 파트너이자 이번 보고서 작성자인 존 오마호니(John O'Mahony) 경제분석가는 “이 산호초 지대는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이 거대한 산호초 지대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보고서는 비용적 측면에서 이 중요한 가치를 인식하고 또한 이를 어떻게 보존해 나갈 것인지를 검토해 가는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ADE는 이번 연구에서 산업연관표, 계량경제학, 사고비용, 민감도 분석, 브랜드 자산 감정 등 여러 경제적 기법을 활용했다.
근래 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산호초들은 산호초 백화(coral bleaching)로 심각한 위협에 처해 있으며, 지난 2년 사이 전체 산호초의 3분의 2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례 없는 해수 온도 상승으로 그레이트배리어리프 1천500킬로미터 일대의 산호초들이 흰색으로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 산호초 백화 현상은...
산호초에 붙어서 살고 있는 산호충은 바닷속의 조류와 서로 공생하는데, 이 산호충은 자신의 배설물을 조류에게 거름으로 주고, 조류가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 내는 당분을 얻는다. 이 과정에서 산호초의 아름다운 색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바닷물의 온도가 30℃를 넘으면 더 이상 조류가 살 수 없게 되어 다채로운 색을 띠던 산호가 앙상한 골격만 남아 삭막한 흰색으로 변하게 되는데, 이를 산호초 백화 현상이라고 한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