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국가별로 도로 상의 자동차 주행 레인이 다르다 보니 해외 여행지에서 자동차를 렌트하는 여행자들은 다소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호주나 영국처럼 자동차 운전석을 오른쪽에 두는 국가는 전 세계적으로 35%에 이르고 있는데, 도로의 왼쪽 또는 오른쪽 레인을 주행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영국, 호주 등 도로 왼쪽 주행, 미국 등 65% 국가 오른쪽 도로 주행
호주는 물론 영국, 가까이로는 말레이시아 등을 여행하면서 자동차를 렌트하려는 이들이 다소 어려움을 겪는 것 중 하나가 운행선 문제이다. 다시 말해 자동차 운전석이 왼쪽에 있는 한국과 달리 오른쪽에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도로에서도 반대편 레인(lane)을 주행해야 한다.
대부분의 시스템이 영국을 모방한 호주 또한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다. 호주로 이주한 한인 동포들이, 익숙해지기까지 운전에 부담을 갖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자동차 앞좌석에 앉았을 때를 기준으로 오른쪽에 운전석을 둔 것은 영국에서 시작된 것이다. 반대로 미국은 왼쪽이다. 그리고 이 방식은 오른쪽 운전을 하는 국가들보다 훨씬 많은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른쪽 운전, 즉 왼쪽 레인을 주행하는 영국인들의 운전 습관은 과연 특이한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아니다”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운전석을 오른쪽에 두고 왼쪽 도로를 주행하는 데에는 분명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오른쪽 좌석에서 운전을 하도록 시스템은 비단 영국만이 아니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35%가 오른쪽 운전석을 사용하고 있다. 호주는 물론 아일랜드, 일본, 동남아 일부 국가, 카리브 제도 등이 이에 해당된다.
BBC 아메리카(BBC America)에 따르면 본래 전 세계 대부분 국가는 도로 왼쪽 레인을 이용했다. 물론 당시 사람들의 이동 수단이나 물자수송 방식은 오늘날과 달랐다. 간단하게, 네 개의 바퀴가 달린 자동차와 내 개의 다리로 움직이는 짐마차를 생각하면 될 듯하다.
사람들의 보편적으로 오른쪽 손을 사용한다. 중세시대, 말을 타고 적과 대결하는 기사들의 경우 (승마 상태의 본인을 기준으로) 왼쪽 면에서 적을 향해 달려드는 것이 적의 오른쪽 팔과 더 가까웠다. 상대방이 왼손잡이라면 물론 상대를 향해 오른쪽으로 전진하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전체의 10~15% 정도이다. 다시 말해 왼손잡이는 많아야 전체 인구의 15%정도라는 얘기다.
또한 승마(乘馬)를 하거나 하마(下馬)를 할 때도 말의 왼쪽을 이용하는 것이 쉽고 또 안전하다. 도로 오른쪽에 말을 대고 타거나 내릴 때 도로 안쪽에서 움직여야 하기에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영국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도로 왼쪽을 이용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이다.
(이와 함께, 일찍이 마차를 이동수단으로 활용했던 영국인들이 마차를 모는 좌석에 앉아 오른손으로 채찍을 휘두를 때 인도에 지나가는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도로 왼쪽으로 이동하면서 채찍이 인도상의 행인들에게 닿지 않도록 하려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부분에서 당연하게 하나의 질문이 따르게 된다. ‘그럼에도 오늘날 65% 국가의 사람들이 오른쪽 도로를 주행하는가’ 이다.
호주의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지판 중 하나. 영국의 도로주행 규정을 그대로 시행하는 호주는 도로 왼쪽 레인(운전자 기준)을 주행한다.
본래 도로의 왼쪽을 주행하던 습관은 대형 짐마차가 등장하면서 도로 오른쪽을 이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은 미국의 도로를 운행하는 버스.
이것이 바뀐 것은 1700년대 말, 미국이나 프랑스 등이 한꺼번에 많은 양의 농산물을 운반하고자 보다 큰 마차를 이용하면서이다. 물자 수송용 대형 마차에는 마차를 모는 좌석이 따로 없었고, 물자 운반인은 마차를 끄는 여러 필의 말 가운데 맨 뒤쪽 말 가운데 왼쪽 말을 타고 채찍을 휘둘렀다.
왼쪽 말 등에 앉아 있다 보니 맞은편에서 같은 크기의 마치가 오는 경우 두 마차가 비켜가는 데 다소 어려움이 생겼다. 그래서 마차를 모는 이들은 맞은편에서 마차가 오는 경우 자기가 앉아 있는 말의 왼쪽으로 지나가도록 했다. 서로 부딪힐 수 있는 위험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영국은 도로 왼쪽 주행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1773년에는 도로 왼쪽 주행을 제도화하는 ‘일반 도로주행 법’(General Highways Act)을 도입했다. 이는 이후 1835년 영국 ‘고속도로 법’(The Highway Act)의 기반이 됐다.
그런 가운데 나폴레옹(Napoleon)이 집권한 프랑스는 도로 오른쪽 레인을 주행하는 법을 도입했다. 그리고 영국과 프랑스는 당시 경쟁적으로 확장해 가던 식민지 국가에 자국의 도로주행 법을 그대로 적용시켰다.
오늘날 호주, 뉴질랜드, 인도, 말레이시아 등 영국 식민지였던 국가의 운전석이 왜 오른쪽에 있는지, 아프리카 대부분 국가가 오른쪽 레인을 주행하는지는 바로 이런 배경에서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떤가. 1908년, 미국 자동차 산업의 선구자 헨리 포드(Henry Ford)가 ‘T’ 모델을 발표했을 당시 운전석은 영국과 달리 왼쪽에 있었다. 이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이들이 도로 오른쪽 레인을 주행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세계적 다큐멘터리 잡지인 ‘내셔널 지오그라픽’(National Geographic)에 따르면, 이는 많은 국가에 영향을 미쳐 1920년대 캐나다, 이탈리아, 스페인은 도로 오른쪽 레인 주행을 법제화했고 곧이어 1930년대 동유럽 국가들도 왼쪽 운전석을 선택했다. 가장 최근(1967년)에 미국처럼 오른쪽 레인 주행으로 바뀐 국가는 스웨덴이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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