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학군과 그렇지 않은 지역 간의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종래 사립학교와 공립학교 간에 존재했던 이 격차가 공립학교 사이에도 존재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립학교 간에도 격차 벌어져... 정부의 교육 정책 지적
시드니의 명문 공립 및 사립학교들이 위치한 유명 학군의 인기는 인근지역의 집값을 상승시키고 빈부격차를 심화시킨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금주 월요일(3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디킨 대학교(Deakin University) 엠마 로우(Emma Rowe) 교육학과 교수와 일리노이 대학교(University of Illinois) 크리스토퍼 루비엔스키(Christopher Lubienski) 교수의 공동 연구논문을 인용, 부유한 지역에 위치한 학교일수록 명문학교인 경우가 많다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두 교수는 최근 공동 조사를 통해 ‘학교 쇼핑 또는 친구 쇼핑: 공립학교와 학군 간 격차’(Shopping for schools or shopping for peers: public schools and catchment area segregation)라는 제목의 논문을 ‘교육정책 저널’(Journal of Education Policy)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서 두 교수는 일명 공립 고교들을 학교 지원자의 수에 따라 세 가지로 분류하고 학교 정책이 빈부격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부동산 가격이 높은 유명 학군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고, 호주 출생자들이 대부분이며, 종교를 갖지 않은 이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로우 박사는 “사립학교에 주류인 백인과 고소득층 자녀들이 몰려있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나, 이번 조사를 통해 공립학교들 간에도 이런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녀는 “특정 공립고교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부류의 사람들도 있다”면서 “자금이 풍부한 학교들과 그렇지 않은 학교 간의 격차가 점차 심화되고 있어 교육기회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NSW 중등학교 교장협의회’(Secondary Principals' Council)의 크리스 프레스랜드(Chris Presland) 회장은 “호주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사회경제적 불평등”이라며, 연구결과에 대한 공감과 우려를 표했다.
노스시드니 카운슬 P&C 협회의 데이비드 호프(David Hope) 회장도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환경이 학생들에게 더 이득이 된다”며 비슷한 사회경제적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인근지역에 모여 사는 호주의 실태를 지적했다.
그는 “다른 나라의 경우 학교 간 빈부격차가 거의 없어 학부모들이 자기 집 주변에서 자녀의 학교를 선택하는 반면, 호주 학부모들은 자녀가 입학하기 몇 년 전부터 미리 계획하고 준비해 있던 집도 팔아서까지 희망 학교 인근으로 이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덧붙였다.
호프 회장은 이어 “학교들이 일부 학생들을 시험점수가 아닌 블라인드 선발(blind selection)로 입학을 허가하는 제도를 마련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롭 스톡스(Rob Stokes) NSW 주 교육부 장관은 “정부가 수요 기반의 공적자금 공급 모델을 통해 학교간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장협의회의 프레스랜드 회장은 “호주의 학군 ‘쇼핑’(shopping) 현상은 정보가 부족한 학부모들이 학교간 작은 차이를 크게 부풀린 데서 발생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핀란드 사람들은 ‘집에서 가까운 학교가 최고의 학교’라는 생각이 보편적이며, 사립학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호주만큼 정부가 사립학교에 지원금을 많이 주는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정부의 지원금 정책 자체를 지적했다.
로우 박사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호주의 교육정책이 학부모들로 하여금 성적이 좋지 않은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싶지 않게 만든다”며 “잘못된 교육 지원 정책이 ‘학군 경쟁’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보다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한 학교 선택을 위해 2010년 도입된 웹사이트‘My School’을 추천했다. 그녀는 “학부모들이 얄팍한 정보를 가지고 ‘학군’을 선택하기보다 이 웹사이트를 참조해 최고의 ‘학교’를 선택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