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코리아포스트) 현재 국내에서 사는 ‘흑고니(black swan)’는 오래 전부터 이 땅에 서식하던 흑고니와는 다른 종류이며 당시 흑고니는 호주 흑고니와는 다른 종류였다는 학설이 제기됐다.
이 같은 의견은 오타고 대학 고생물유전학 연구실의 닉 로렌스(Nic Rawlence) 박사의 연구 결과 나왔는데, 마오리어로 포우와(Poūwa)로 불리는 토종 흑고니는 과거 13세기에 마오리 부족이 들어온 뒤 인간에 의해 멸종됐다.
로렌스 박사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200~300만년 전 홍적세 빙하기에 호주에서 뉴질랜드 본토와 채텀(Chatham)섬으로 처음 유입됐던 흑고니는 이후 처음보다 몸집이 거의 두 배 가까이 커지는 등 유전적으로 호주 흑고니와는 다른 종류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학자들은 마오리들이 처음 정착하던 당시에 뉴질랜드에 흑고니가 이미 살고 있었으며 현재 국내에 서식하는 흑고니들 역시 이와 같은 종류인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미 유럽인들이 도래하던 시기에 토종의 흑고니는 이미 멸종 당했으며 이들의 자취는 현재는 당시에 살던 인간들의 유골과 함께 발견되고 있을 뿐이다.
한편 로렌스 박사는 또한, 출토된 흑고니의 다리 뼈 길이를 분석한 결과 흑고니가 다른 토종 조류들처럼 점점 비행 능력을 상실해가는 과정 중에 멸종된 것으로 보이는 흥미로운 결과도 도출됐다고 전했다.
현재 국내 각지에 서식하는 흑고니는 1860년 무렵 호주 멜버른에서 처음 가져오는 등 국내에 인위적으로 도입한 것들의 후손들인데, 기러기목 오리과에 속하는 흑고니는 호주 토종 조류이며 다른 종류들과는 달리 한 곳에 터를 잡고 사는 텃새이다.
흑고니는 1697년에 네덜란드의 탐험가인 윌리엄 드 블라밍(Willem de Vlamingh)이 호주 서부에서 처음 발견해 지금도 서호주주를 상징하는 동물로 호주에서는 1974년부터 보호종이 됐다.
한편 이른바 ‘블랙 스완’이라는 말은 ‘검은 백조’라는 말 그대로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것을 의미했는데, 그러나 호주에서 흑고니가 실제 발견된 후에는 관찰과 경험에 의존한 예측을 벗어나 예기치 못한 극단적 상황이 일어나는 것을 뜻하는 말로 바뀌었다.
이 용어는 특히 지난 2007년 월가의 허상을 파헤치며 2008년의 증시 대폭락과 국제 금융위기를 예언했던 경제분석가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쓴 베스트셀러의 책 제목이었던 ‘블랙 스완’을 통해 더 널리 알려졌다. (사진은 로토루아 호수의 흑고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