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내 대학에 중국인에 대한 혐오를 담은 전단지가 나붙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모나시대학교 클래이튼 캠퍼스 게시판에 붙어 있는 반중국 혐오를 담은 전단지(사진). 전단지 아래 부분에는 중국유학생회, 전국대학생연합(NUS) 등 단체의 로고가 담겨 있지만 이 전단지 제작 및 게시가 이들 단체와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측, 즉시 수거... 경찰에 해당 지역 CCTV 전달, 수사 의뢰
중국 유학생이 크게 증가한 멜번(Melbourne) 소재 대학의 일부 건물에 ‘중국 학생 출입 금지’한다는 차별적 내용의 전단지가 나붙어 학교 측이 수사를 의뢰하는 일이 일어났다고 금주 수요일(26일) 호주 언론들이 보도했다.
최근 중국 공산당과 연계된 중국계 호주인 기업인들의 정치 후원, 스파이 의혹 등과 맞물려 반 중국 정서 확산이 우려도 나오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멜번대학교 내 ‘더그 맥도넬’(Doug McDonnell) 동쪽 게이트 유리문에 ‘중국 학생 출입금지’를 담은 내용의 전단지가 부착됐다. 중국어로 쓰여진 이 전단지는 ‘중국인은 건물 출입을 금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추방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날, 전단지를 발견한 이 학교 학생 리사 루(Lisa Lu)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를 발견하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루씨는 이어 “새 학기가 막 시작된 시점인데,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장난일지언정 전혀 재미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멜번대학교 보안 직원들은 이날 발견된 전단지를 즉시 수거하고 이 건물의 CCTV 자료를 경찰에 제출, 조사를 의뢰했다.
대학 측은 성명을 통해 “(타인에 대한) 증오나 무관용은 용납되지 않는다”고 강조하면서 “우리 대학은 역동적이고 포괄적이며 다양성이 인정되고 또 존중되는 대학 공동체를 유지,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멜번대학교 측은 이어 “우리 대학 캠퍼스는 공개되어 있다”며 “우리 대학과 관계된 누군가가 이 전단지를 제작, 배포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멜번대학교에서 발견된 것과 똑같은 글자체(font)와 문구로 제작된 ‘중국인 혐오’ 전단지는 같은 날, 멜번 소재 모나시대학교(Monash University)에서도 발견됐다.
멜번대학교 더그 맥도넬(Doug McDonell) 빌딩 동쪽 출입문에 부탁되어 있는 전단지. 내용은 모나시대학교에 부착되어 있는 것과 같아 동일 인물(또는 단체)이 작성해 부착한 것으로 보인다.
모나시대학 측은 페이스북(Facebook)을 통해 “우리 학교 보안팀이 클레이튼 캠퍼스(Clayton campus)의 게시판에서 공격적이며 인종차별과 증오를 담은 여러 장의 포스터를 발견했다”면서 “대학은 이를 즉시 수거하고 학생회 간부들에게 연락한 뒤 지역 경찰 및 모나시 시티 카운슬에도 신고했다”고 밝혔다.
모나시대학 또한 해당 지역 CCTV 자료를 경찰에 전달, 수사를 의뢰하는 한편 이 전단지 조사에 협조를 당부했다.
이와 관련, 전국대학생연합(National Union of Students. NUS)의 소피 존스턴(Sophie Johnston) 대표는 “편협한 짓”이라고 비난하며 “이번에 발견된 포스터에는 NUS의 로고가 허가 없이 사용됐다”고 말했다. 존스턴 대표에 따르면 두 번째로 발견된 전단에는 나치(Nazi)의 과격 문구도 포함되어 있다.
그녀는 이어 “소셜 미디어를 추적한 결과 ‘호주인의 저항’(Antipodean Resistance)으로 불리는 조직에서 자료가 시작되었음을 추적했다”고 말했다. 전단지를 보여주는 트위터에서 이 조직은 ‘비백인들 세상이 됐다’(pranked non-whites)는 말이 게시돼 있었다는 것이다.
존스턴 대표는 NUS 로고의 불법사용에 대해 법적 조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