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때문에 호주의 부모 10명 중 7명은 ‘차’에서조차 가족 간의 대화가 단절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들이 모인 차에서는 충분히 이야기보따리를 풀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저마다 스마트폰만 쳐다보느라 입을 다문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스마트 장비 탓만은 아니라면서 부모가 솔선수범해 대화의 장을 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주 디에이지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포드 자동차 호주법인이 최근 현지에서 부모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76%가 “스마트 장비 때문에 차에서조차 가족들의 대화가 단절된 것 같다”고 답했다.
응답 대상은 3살에서 16살 사이의 자녀를 둔 부모 1200명이었다.
올해 7살 아들과 5살 딸 그리고 생후 5개월 아들을 키우는 레베카와 아드리안 부부는 차로 이동하는 동안 아이들이 스마트 장비를 쓰지 못하게 했다. 부부는 등하굣길 두 자녀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만 뚫어지게 보느라 자기들과 대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레베카는 “우리 가족이 자주 차를 타는 건 아니지만, 오롯이 가족이 모인 차 안은 대화하기 좋은 장소라고 생각한다”며 “말다툼을 하거나, 이야기하는 게 별로 재미없을지라도 가족 간의 대화는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레베카는 어디까지나 스마트 장비에 의한 대화의 단절을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일 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가 ‘나쁜 물건’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호주 멜버른의 한 어린이 종합병원 설문조사 결과, 아이들의 스마트 장비 사용습관 형성에 부모의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디에이지는 전했다.
설문조사를 기획한 안데아 로즈 박사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는 아이들의 건강과도 직결된다”며 “자기 전 스마트 장비를 사용한 아이들에게서 다소 공격적인 성향이나 불면증에 시달리는 증세가 관찰됐다”고 말했다.
호주의 심리학자 사비나 리드도 “가족들이 한 곳에 모이기는 쉽지 않다”며 “‘차’라는 한 공간에 모였을 때만큼은 이야기를 나눠보는 게 좋다”고 밝혔다. 그는 “부모들은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공간과 말할 준비만 되어있다면 가족 간의 대화는 단절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리드와 로즈는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을 멀리할 수는 없다”며 “그 안에서 사람 냄새가 나고 가족들이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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