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업계가 알코올의 유해성을 애매하게 표현하는 수법으로 술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글로벌 보고서에 따르면 알코올은 섭취량에 상관없이 암 발병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글로벌 보고서 지적... 음주량 상관없이 암 발병 위험 높아
호주 건전 음주 캠페인 ‘드링크와이즈’도 비난 대상으로
주류업계가 ‘알코올과 암의 상관관계’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수법으로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매년 호주에서는 알코올 섭취로 인한 암 발병으로 1천500명 이상이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전체 암 사망 3%에 해당하며, 이중 유방암(1천330명)과 대장암(830명)이 가장 많다.
지난 주 금요일(8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가 국제적인 보고서 ‘약물과 알코올 리뷰’(Drug and Alcohol Review)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주류업계는 일명 ‘분별 있는 음주’(responsible drinking)라는 말로 알코올의 유해성을 두루뭉술하게 표현하고 적당히 먹으면 괜찮다는 식으로 포장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영국 ‘London School of Hygiene and Tropical Medicine’ 연구팀이 지난해 주류제조 기업 27곳의 웹사이트 및 문서를 조사한 연구로, “알코올 섭취가 일부 암 발병률을 낮추기도 한다며 주류업계가 잘못된 주장을 퍼뜨리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유방암과 술의 상관관계가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로 호주의 ‘드링크와이즈’(Drinkwise) 캠페인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 지난 2007년 시작된 이 캠페인은 ‘자녀가 당신의 음주습관을 배웁니다’(Kids Absorb Your Drinking)라는 구호를 내세워 호주인들의 음주 습관을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해당 연구는 이 캠페인이 ‘과음’만을 부각시키고 ‘적당한 음주’만을 강조해 ‘알코올의 유해성’을 왜곡시켰다고 주장했다.
‘약물과 알코올 리뷰’ 연구원들은 “적은 양의 술에도 암이 발생되는 경우가 있어 음주 자체가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에 따르면 ‘드링크와이즈’는 주류 제조사 및 소매업자들로부터 금주가 아닌 알코올 소비를 지속적으로 부추기도록 자금을 지원받았다. 연방정부는 건강한 음주문화를 주도한다는 명분으로 이들에게 수백만 달러를 지원하기도 했다. 2년 전부터 이 단체에 대한 연방정부의 자금 지원은 중단된 상태다.
‘London School of Hygiene and Tropical Medicine’ 연구팀의 ‘약물과 알코올 리뷰’(Drug and Alcohol Review)가 나오면서 호주 건전 음주 캠페인인 ‘드링크와이즈’(Drinkwise)도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빅토리아 암위원회(Cancer Council Victoria)의 크레이그 싱클레어(Craig Sinclair) 대표는 “알코올은 암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며, 많이 마실수록 암 발병률도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그는 “주류업계가 퍼뜨리는 ‘알코올과 암의 상관관계’에 대한 정보를 믿어서는 안 된다”며 “마치 늑대에게 닭장을 돌보게 하는 격”이라고 비유했다.
‘보건사회연구센터’(Centre for Health and Social Research)의 산드라 존스(Sandra Jones) 교수는 “‘드링크와이즈’는 음주와 관련한 호주인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 왜곡된 음주문화를 조성하고, 알코올로 인해 발생되는 질병을 교묘하게 소비자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에 따르면, ‘드링크와이즈’는 단체의 웹사이트에 해당 비난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자신들의 활동을 정당화했다. 이 단체는 “여러 보고서를 통해 밝혀진 바에 따라 알코올 섭취와 지속적인 과음이 많은 간암, 고혈압, 특정 암 등 질병의 원인임을 확인했다”며 음주와 질병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를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많은 의학 전문가들과 관련 연구들은 적당한 알코올 섭취가 심혈관계 질환 및 당뇨병을 예방하는 데에 효과적이라고 밝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런던스쿨’ 연구팀은 보고서를 통해 “주류업계가 사용하는 술 판매 전략에 대해 정부가 신속하게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