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섭취로 인한 암 발병으로 매년 2천5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가운데 호주인 각 개개인이 연간 알코올 소비를 1리터만 줄여도 간암 발병률을 15%가량 감소시킬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CAPR-FARE, ‘연령별 음주인구 감소에 따른 영향’ 연구에서 언급
매년 호주에서는 알코올 섭취로 인한 암 발병으로 2천500명 이상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전체 암 사망 3%에 해당하며, 이중 유방암(1천330명)과 대장암(830명)이 가장 많다.
최근 영국 ‘London School of Hygiene and Tropical Medicine’ 연구팀이 지난해 주류제조 기업 27곳의 웹사이트 및 문서를 조사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알코올 섭취가 일부 암 발병률을 낮추기도 한다”며 “주류업계가 잘못된 주장을 퍼뜨리고 있다”고 지적한 가운데(본지 1260 보도), 호주인 개개인이 1년에 음주량을 1리터만 줄여도 두경부암(head and neck cancer), 또는 간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최근 들어 호주 전체의 음주량은 줄어든 반면 기존에 음주를 즐기던 이들의 알코올 소비, 다시 말해 주당들의 음주량은 더욱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 상황에서, 이번 연구는 특히 50세 이상 남성의 암 사망 수치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암시적 증거를 제시한 결론이라고 금주 월요일(25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가 보도했다.
이번 보고서는 호주 라 트로보대학교(La Trobe University) 내 ‘알코올 정책연구소’(Centre for Alcohol Policy Research. CAPR)와 ‘알코올 연구-교육재단’(Foundation for Alcohol Research and Education. FARE)이 지난 1968년에서 2011년 사이, 성별-연령별 음주인구 감소에 따른 영향을 분석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지난 20년 사이 호주인의 음주량은 연간 1리터 줄었으며, 이에 따라 남성의 두경부암 사망은 11.6%, 여성은 7.3%가 감소했다.
특히 알코올 섭취가 인체의 암 발병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은 50세 이상 남녀 모두에게서 강하게 나타났으며, 남성의 경우 간암 발병률은 15%가 감소했다. 다만 각 개인의 알코올 소비와 췌장암 사망 사이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알코올과 암 형태 사이의 관련성 또한 명확하지는 않았다.
그 동안 장기간의 알코올 섭취는 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이는 각 개개인별 연구를 통해 알코올과 암 관계가 다루어졌던 것이며, 호주 전체 인구를 분석한 연구는 거의 없는 실정이었다.
알코올과 암 발병의 연관성에 대해 호주인들의 인식은 여전히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50년간 알코올 섭취로 인한 두경부암 사망이 남성이 6.5%, 여성은 4.1%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또 알코올로 인한 남성의 간암 사망은 8.4%로 추정됐으며, 여기에는 흡연비율과 의료비 부담이 고려됐다.
‘CAPR’의 부소장인 마이클 리빙스턴(Michael Livingston) 교수는 “알코올이 특정 질환을 일으킨다는 역학적 증거를 통해 호주인의 질병군에 있어 알코올이 하나의 주요 원인이 된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보고서의 저자인 제이슨 지앙(Jason Jiang) 연구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호주인들이 왜 알코올 섭취를 줄여야 하는지를 밝혀냈다”고 말했다.
‘FARE’의 마이클 손(Michael Thorn) 이사장은 “호주인들에게 있어 알코올이 암 발병 요인이 된다는 인식이 크게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연구는 암 및 암 관련 질환과 사망을 줄이기 위한 공공보건 교육 차원의 캠페인, 알코올에 대한 보다 나은 공공 보건정책 및 알코올 가이드라인 향상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이사장은 이어 “성인의 경우 하루 두 잔 이상의 알코올을 섭취하지 말아야 한다는 공식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호주인 가운데 알코올 관련 암 사망자는 매년 2천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암을 비롯해 알코올 관련 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연간 5천500명에 이르며 내년 15만7천 명이 입원치료 수준의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이 같은 수치는 알코올이 호주인들에게 있어 가장 큰 보건문제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호주 1인당 알코올 섭취는 지난 1950년에서 1970년 사이 크게 증가했지만 최근 수십 년 사이 두드러지게 감소했다. 호주 통계청(ABS)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알코올 소비는 9년 만에 다시 증가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