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는 매년 전 세계 여행자들이 방문하고 싶은 도시 순위에서 상위에 랭크되지만 정작 시드니에 거주하는 시드니사이더(Sydneysiders)들은 이 도시의 번잡함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시드니로의 국내 이주보다 인구 유출이 더 많은 것이다. 사진은 올해 파라마타(Parramatta)에서 열린 단편영화제 ‘트롭페스트’(Tropfest)를 즐기는 사람들. 사진 : aap
지난 40년간의 인구조사 자료를 통해 본 시드니 인구 변화는
하루 평균 85명 유입, 시드니 떠나는 사람은 매일 129명 달해
시드니는 전 세계 도시들 가운데 ‘살기 좋은 10개’ 도시에 포함되는, 잘 알려진 호주 최대 도시이다. 해외여행자들을 대상으로 한 ‘방문하고 싶은 도시’ 리스트에서도 상위에 꼽힌다.
하지만 정작 시드니 사람들(SYdneysiders)은 떠나고 싶어한다. 이 대도시의 번잡함을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다.
매년 호주로 유입되는 해외 이민자들 중 가장 많은 수가 시드니를 첫 정착지로 선호한다. 이로 인해 지난 수십 년 사이 시드니 인구는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 40년간의 자료를 보면, 정작 시드니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 이들의 수가 다른 주요 도시들보다 크게 높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부분이다.
지난 일요일(25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가 호주 통계청(Australian Bureau of Statistics. ABS) 자료를 입수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과거 45년 사이 호주 각 도시별 인구 유출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빠져나간 도시는 바로 시드니였다.
호주는 매 5년마다 인구조사(Census)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 1971년부터 가장 최근의 센서스인 2016년 사이 인구 흐름을 보면, 시드니에서 호주 전역으로 유출된 인구는 71만6,832명에 달했다. 이는 호주 내에서 가장 높은 수이다.
이처럼 많은 인구가 유출되었지만 시드니 내 출생률, 그리고 해외 이민자 유입으로 도시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그런 반면 시드니사이더들의 타 지역 이주는 인구통계 내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는 분석이다.
1976년, 시드니 거주 인구의 출생지 비율을 보면 해외 출생자(이민자)는 4명 중 1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40년 후인 지난 2016년 센서스 자료를 보면 이들(해외이민자) 비율은 거의 40%에 달한다.
시드니 기반의 사회연구소 ‘McCrindle Research’의 사회학자 마크 맥크린들(Mark McCrindle)씨는 “지속적인 시드니 인구의 타 지역 이주는 ‘시드니사이더들이 이 도시의 문제를 안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시드니는 분명 대도시이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도시이지만 실제 거주민들이 맞닥뜨린 큰 문제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시드니 거주민들,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나
ABS가 5년마다 시행하는 인구조사 설문 항목에는 수많은 질문들이 있다. 이 가운데 ‘5년 전에는 어느 지역(도시)에서 거주했었는가’를 묻는 내용도 있다. 이 항목은 지난 5년간 호주인들의 이주 상황을 파악하는 스냅샷이 된다.
지난 1971년 이래 시드니를 떠난 210만 명의 시드니사이더들이 가장 많이 이주한 지역은 시드니가 자리한 NSW 주 지역이었으며, 그 수는 전체 이주자의 절반에 달했다.
이는 직장이나 교육을 위해 또는 이전과 다른 삶의 단계를 위해 거주지를 옮기는 인구 흐름의 한 양상인 셈이다. 주목할 것은, 이 기간 동안 호주 최대 도시인 시드니를 떠난 이들이 같은 기간에 시드니로 유입된 이들보다 34만 명이 더 많다는 것이다. 다른 도시에 비해 시드니가 이례적인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인구 측면에서 호주의 두 번째 대도시인 멜번(Melbourne) 또한 시드니와 마찬가지로 유입 및 유출 수가 두드러지는 과정을 반복했으며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에는 특히 두드러졌다. 하지만 지난 20년 사이, 이들 두 도시 인구를 보면 멜번은 도시를 벗어난 이들보다 유입 인구가 더 많았다. 멜번이 향후 수십 년 이래 시드니를 능가하는 대도시가 될 것으로 전망하는 배경은 이런 점에서 기인한다.
지난 20년 사이, 호주 각 주 도시들 가운데 인구 유출이 유입보다 더 많았던 도시는 시드니와 남부 호주(South Australia) 주도인 애들레이드(Adelaide)였다. 북부 호주(Northern Territory) 다윈(Darwin)은 큰 차이가 없었으며 퀸즐랜드(Queensland) 주도인 브리즈번(Brisbane)은 인구 호황을 누렸다. 이는 바로 시드니사이더들의 이주에 힘입은 것이었다.
지난 1971년 이래 시드니에서 북쪽의 주(state) 경계선을 넘어간 이들(퀸즐랜드 주 이주)은 50만 명에 달했으며, 이들 유출인구의 절반가량이 브리즈번에 정착했다.
맥크린들씨는 각 주별 인구이동에 대해 지방 지역(regional area)으로의 이동보다 다른 도시로의 이주가 더 높다고 설명하면서 “시드니사이더들은 이 도시를 벗어났지만, 그렇다고 ‘도시’에서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광역시드니 내
지역별 이주 상황은
광역시드니 내 각 지역별로 볼 대 인구 유출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시드니 서부 지역들(Sydney’s western suburbs)이었다.
맥크린들씨는 “시드니 서부의 경우 북부나 동부 지역에 비해 적정한 주택 가격으로 주거 측면에서는 더 유리할 수 있으나 다른 여러 부문에서는 대도시 거주에 맞는 라이프스타일 기회를 제공하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흔히 은퇴한 이들이 해안가 지역으로 이주했을 것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 이주 인구의 가장 큰 연령 카테고리는 25-44세 및 0-14세였다”면서 “이는 비교적 젊은 계층 가족의 이동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유출과 달리 시드니로 유입된 인구 가운데 가장 많은 연령층은 15-24세 사이의 젊은이들이었다. 이는 바로 ‘3E’, 즉 교육(education), 고용(employment),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때문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는 게 맥크린들씨의 말이다.
시드니사이더들이 떠나는 이유는...
그렇다면 시드니 거주민들이 다른 지역(도시)으로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맥크린들씨는 자신의 연구소인 ‘McCrindle Research’가 지난 2015년 실시한 조사 내용을 기반으로 “시드니사이더들이 이 도시의 매력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더 많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1천 명의 시드니 거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시드니가 5년 전보다 더 나빠졌다’고 응답한 비율은 64%에 달했으며, ‘앞으로 5년 후 시드니가 안고 있는 문제는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답한 이들은 66%에 달했다.
시드니의 중간 주택 가격이 멜번과 캔버라(Canberra)를 제외하고 다른 도시들에 비해 2배에 달한다는 것은 다른 도시로의 이주를 결정하는 데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맥크린들씨는 시드니의 높은 주택 가격이 미디어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지만 그 외에도 이 도시의 생활비는 다른 도시에 비해 상당히 높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인구 증가는 도시 혼잡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맥크린들씨는 “이런 요소들로 인해 시드니 거주민들은 다른 지역(도시)으로의 이주에 대해, 실제로 맞닥뜨릴 문제들보다 더 큰 환상을 갖고 있으며 또한 자녀세대를 생각해 이주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도시화’ 진행 중”
찰스다윈대학교(Charles Darwin University) 인구연구소의 수석 연구원인 톰 윌슨(Tom Wilson) 박사는 시드니에 대해 “해외에서의 인구 유입과 국내인구 유출 양상은 런던과 같은 글로벌 도시 형태를 구축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윌슨 박사는 시드니가 전 세계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요인으로 “거대한 노동시장과 국제적 입지”를 언급하며 “전 세계 각 지역에서 이미 들어와 정착한 수많은 다문화 커뮤니티가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해외에서 유입된 이들이 정착해 각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어 해외 이민자들이 이주한 후에 이들과 쉽게 네트워크를 가질 수 있으며, 지원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 “아마도 인식의 차이”라면서 “호주 국내에서 시드니로 이주하는 이들은 본래 거주하던 지역에서보다 높은 생활비와 번잡함에 익숙해져야 하지만 다른 국가에서 시드니로 이주하는 이들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아울러 윌슨 박사는 “거주민들의 이탈로 시드니가 떠안게 될 부정적인 영향은, 지방 지역에서보다 높은 출생률로 이 도시에 젊은 계층의 인구가 많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10년 동안 시드니의 출생 인구는 사망자보다 42만 명이 많았다. 하지만 시드니에서 출생한 20만 명의 인구가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다. 같은 기간, 해외에서 시드니로 유입된 인구는 50만 명에 달했다.
■ 1976-2016년 사이 시드니 인구 증가
(연도 : 호주 태생 / 해외 출생)
-1976년 : 128,241명 / 30,950명
-1981년 : 208,161명 / 118,805명
-1986년 : 289,502명 / 201,527명
-1991년 : 267,172명 / 358,343명
-1996년 : 322,344명 / 452,055명
-2001년 : 357,863명 / 537,468명
-2006년 : 377,323명 / 608,972명
-2011년 : 523,157명 / 805,180명
-2016년 : 642,781명/ 1,075,056명
Source: Australian Census data, 1971-2016
■ 1976-2016년 사이 시드니 인구이동
-Rest of NSW→Sydney : 694,032명
-Sydney→Rest of NSW :1,033,782명
-Melbourne→Sydney : 159,567명
-Sydney→Melbourne : 177,557명
-Brisbane→Sydney : 114,336명
-Sydney→Brisbane : 228,052명
-Rest of QLD→Sydney : 118,426명
-Sydney→Rest of QLD : 282,559명
-ACT→Sydney : 75,483
-Sydney→ACT : 96,673
-Perth→Sydney : 63,869
-Sydney→Perth : 95,638
-Adelaide→Sydney : 60,516
-Sydney→Adelaide : 64,159
-Rest of VIC→Sydney : 39,721
-Sydney→Rest of VIC : 42,496
-Hobart→Sydney : 13,749
-Sydney→Hobart : 17,042
-Darwin→Sydney :13,171
-Sydney→Darwin : 17,039
-Rest of WA→Sydney : 13,467
-Sydney→Rest of WA : 18,508
-Rest of SA→Sydney : 10,763
-Sydney→Rest of SA : 11,517
-Rest of TAS→Sydney : 12,224
-Sydney→Rest of TAS : 19,280
-Rest of NT→Sydney : 7,129
-Sydney→Rest of NT : 9,008
Source: Australian Census data, 1976-2016
■ 시드니를 떠나는 이유
(복수 응답)
-높은 생활비 : 73%
-높은 주택가격 : 59%
-교통체증, 출퇴근 소요 시간 과다 : 52%
-직업 / 고용 문제 : 29%
-거주 과정에서의 스트레스 : 29%
Source: McCrindle Research. 'The Future of Sydney' 조사 결과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