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곳곳에는 멋진 풍경을 간직하고 있되 가까이 접근할 수 없어 아쉬움을 주는 여행지가 많다. 이런 여행지에 만들어진 보행로(walkway)는 숨겨진 풍광을 더욱 즐기면서 또한 짜릿함을 주는 ‘어드벤처 코스’가 되기도 한다. 사진은 스페인 말라가(Malaga) 엘 초로(El Chorro)의 한쪽 바위 절벽에 만들어진 ‘엘 까미니토 델 레이’(El Caminito del Rey).
빼어난 풍경 속, 몸서리치는 아찔함과 짜릿한 스릴... 그리고 쾌감
오늘 날 여행 패턴은 단순한 ‘관광’을 벗어나고 있다. 멋진 풍광으로 여행자들을 끌어들이기는 하지만 여기에 더해 색다른 맛을 선사함으로써 ‘산업적 측면’에서의 효과를 배가하려는 움직임은 전 세계 유명 여행지들이 시도하는 새로운 트렌드이다.
이 같은 움직임 가운데 하나가 멋진 풍경을 보다 속 깊이 보여주기 위한 ‘Walkway’이다. 더불어 이는 여행자들에게 색다른 스릴과 짜릿한 쾌감을 선사함으로써 이들로 하여금 다시 찾아오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여행지는 전 세계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런 곳들 가운데 여행가들이 소개하는 11곳의 짜릿한 또는 아름다운 ‘Walkway’를 소개한다.
1. Europabruecke, Switzerland
스위스에서 가장 높은 산봉우리 중 하나인 돔(Dom) 산(해발 4545미터)에 설치된 보행자 도로이며 총 길이 777미터에 달하는 세계 최장 길이의 다리로 기록되어 있다. 제르마트(Zermatt)와 그래첸(Graechen) 마을을 잇는 알프스 최고 하이킹 코스 중 하나로, 그라벤구퍼(Grabengufer) 협곡 위, 190미터의 아찔한 높이를 자랑한다.
이 다리는 오스트리아의 대표적 관광도시이기도 한 인스부르크(Innsbruck) 남쪽 지점에 자리하며, 예전에는 오스트리아 서부에서 이탈리아 사우스 티롤(South Tyrol)을 연결하는 주요 루트이기도 했다.
2. Camonito Del Rey, Spain
‘왕의 좁은 길’(The King's Little Pathway)이라고도 불리는 엘 까미니토 델 레이(El Caminito del Rey)는 스페인 말라가(Malaga) 엘 초로(El Chorro)의 한쪽 바위 절벽에 만들어진 좁은 길이다. 본래 ‘왕의 길’(King's Pathway)이라는 뜻의 ‘Camino del Rey’에서 유래됐으며, 스페인 현지에서는 ‘엘 까미니토’(El caminito)라 부른다. 지상에서 100미터 높이의 절벽에 볼트로 받침대를 만들어 낸 이 길은 3킬로미터 길이이며 목재 바닥의 폭은 약 1미터 남짓하다. 지난 1999년과 2000년, 이 길에서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함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산책로’라는 이름이 붙었다. 지난 2001년부터 4년간의 보수 공사를 거쳐 2015년 재개방됐다.
3. Tianmen Mountain Skywalk, China
용이 몸을 뒤틀고 있는 듯한 모습에서 ‘Coiling Dragon Path’라고도 불리는 중국 후난성의 ‘장자제 국립삼림공원’(Zhangjiajie National Forest Park)에 있는 ‘하늘길’(skywalk)이다. 높이 300미터 지점에 놓인 100미터 길이의 다리로, 바닥이 내려다보여 더욱 아찔한 공포감을 준다. 그야말로 공중을 걷고 있는 듯한 가상체험을 주는 다리인데, 300미터의 까마득한 산 아래 계곡이 그대로 드러나 일부 여행자는 네 발로 기어가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장자제는 한국에서 장가계(張家界)로 불리며, ‘중국 명산 여행’ 상품도 다수 나와 있다.
4. Walkways, Iguazu Falls, Argentina / Brazil
캐나다의 나이아가라 폭포, 잠비아와 짐바브웨의 국경을 가르는 빅토리아 폭포와 함께 세계 3대 폭포 중 하나인 이과수 폭포에 있는 산책로이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국경에 걸쳐 있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나이아가라 폭포에 비해 폭과 낙차는 더 크다.
이과수 폭포의 Walkway는 폭포를 가장 잘 관람할 수 있는 지역까지 만들어진 철제 다리로, 이 폭포 여행의 핵심인 ‘악마의 목구멍’(Garganta del Diablo)으로 가는 1 킬로미터의 보행로이다.
5. Skybridge, Russia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러시아 소치(Sochi)의 여름 휴양지인 흑해(Black Sea) 인근의 끄라스나야 뽈리아나(Krasnaya Polyana) 계곡에 있다. 최고 높이 439미터 상공에 만들어진,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이다. 다리는 52밀리미터 굵기의 8개 강철 케이블에 매달려 있으며 한 번에 최대 3만 명이 건널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하늘 다리’(Skybridge)의 하이라이트는 중간 지점에 있는 번지점프대로, 무려 207미터의 자유 낙하가 가능하다.
6. Pont Des Arts, France
파스렐데자르(Passerelle des Arts)라고도 불리는 퐁데자르(Pont des Arts)는 프랑스 파리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는 명소 중 하나로, 루브르 박물관과 프랑스 학사원(Institut de France)을 이어주는 센 강(River Seine) 위의 보행자 다리이다. 다리 한쪽으로 사랑을 맹세하는 자물쇠가 수시로 가득 찰 만큼 연인들이 즐겨 찾는 데이트 명소이자 사랑을 고백하는 장소로도 유명하다. 그만큼 파리에서 가장 잘 알려진 산책로 중 하나이다. 특히 시테 섬(Ile de la Cite)과 노틀담 타워로 이어진 산책로와 함께 다른 한쪽으로, 강둑을 따라 린든나무(linden tree)가 이어진 길 또한 에펠탑을 보며 걸을 수 있어 파리의 야경을 만끽하기에 좋은 길이다.
7. Zhangjiajie Grand Canyon Glass Bridge, China
중국 후난성 장자제(Zhangjiajie)에 있는 또 하나의 Skywalk이다. ‘장자제 그랜드 캐니언’(Zhangjiajie Grand Canyon)의 300미터 높이에 만들어진, 430미터 길이의 유리바닥으로 된 이 다리는 장자제의 빼어난 풍경을 감상하면서 아찔함과 함께 짜릿한 스릴로 여행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거대한 협곡 양쪽의 절벽을 이어주는 이 다리는 이스라엘 건축가 하임 도탄(Haim Dotan)의 디자인으로, 한 번에 최대 800명이 건널 수 있도록 설계됐다. 지난 2016년 8월 개통됐다.
8. High Line, New York, US
뉴욕 맨해튼 웨스트사이드(West Side) 위, 2.3킬로미터 길이의 공중 녹지 겸 보행자 전용도로이다. 애초 화물열차를 위한 도로였으나 그 기능이 사라지면서 시민들을 위한 녹지 및 산책로로 개발돼 맨해튼의 새로운 여행 명소가 되고 있다. 특히 이 도로를 단순한 산책로가 아닌 생태공원, 다양한 문화 행사 공간 등으로 디자인함으로써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수년 전, 서울역 고가도로 철거와 관련해 한국의 시민단체들이 철거 대신 새로운 시민 공간으로 만들자는 제안을 하면서 모델로 삼은 곳이 바로 뉴욕의 ‘하이라인’(High Line)이다. 현재 이곳의 각 문화 공간에서는 오페라, 라틴댄스, 타이치 등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으며 빼어난 조경으로 사랑받는 산책로가 되고 있다.
9. Cesana Claviere Bridge, Piedmont, Italy
프랑스와의 국경지대인 이탈리아 산 게르바시오(San Gervasio) 협곡 위에 놓여진 티베트 스타일의 현수교이다. 총 길이 478미터로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로 꼽힌다. 지상에서의 높이는 100미터로, 좁고 흔들리는 다리가 짜릿한 스릴을 제공한다.
10. Taman Negara Canopy Walk, Malaysia
말레이시아 중심부, ‘타난 네가라 국립공원’(Taman Negara National Park)은 무려 4천300스퀘어킬로미터 넓이의 열대우림 삼림이자 지구상에서 가장 다양한 생태계를 간직한 곳으로 꼽힌다. 수많은 동식물 종이 있으며 아시안 코끼리, 말라얀 타이거, 표범 등도 서식하고 있다.
본래 이 길은 이 국립공원의 생물종을 연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530미터 길이의 지상 도로이나 지금은 일반인에게 개방, 말레이시아 열대우림을 살펴보는 빼어난 여행상품이 되었다.
11. Bridge of Peace, Georgea
옛 소련 연방에서 독립한 조지아(Georgea)의 수도 트빌리시(Tbilisi)에 있는 므츠바리 강(Mtkvari River)에 놓인 다리이다. 짜릿한 스릴이 있는 다리라기보다는 교량의 빼어난 아름다움으로 주목 받는 다리로 이탈리아 건축가 미켈레 디 루치(Michele de Lucchi)가 만들어낸 것이다. 흰색 강철의 아치형 지붕에 다리 양 옆은 유리로 장식했다. 밤에는 이 다리에 달린 수천 개의 LED 조명이 빛을 발해 색다른 아름다움을 만들어냄으로써 도시민은 물론 여행자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최고 산책로가 됐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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