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이어진 시드니 주택 가격 상승으로 자선기관들의 기부금 수입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달, 동산 및 부동산 자산을 세인트 빈센트 병원(St Vincent 's Hospital) 기부를 약정한 도널드 스톤(Donald Stone)씨. 그의 젊은 시절 촬영된 것이다.
‘부동산 유산’ 기부로... 기부자 가족과의 재산 분쟁 발생도
시드니 남부 카링바(Caringbah)에 거주하는 케리 돌란(Kerry Dolan)씨는 평생 교사로 일하다 은퇴했다. 그녀는 자기 생이 다할 경우 거주하고 있는 타운하우스를 사회단체 기관에 기증하기로 마음먹었다.
돌란씨는 자기 소유의 주택을 팔아 다른 용도로 쓰거나 가족 또는 친척들에게 유산으로 남겨주는 대신 전 재산인 주택이 호주의 시각장애자 안내견(guide dog) 프로그램에 사용되기를 원했다.
“그들(안내견 프로그램 운영 기관)에게 내 집과 관련된 모든 것을 위임하겠다”는, 올해 61세의 돌란씨는 “아이를 갖지는 않았지만 재산을 기부함으로써 뭔가를 남기고 싶다”며 이 같은 결심의 배경을 설명했다. “우리 가족의 이름이 자선사업에 관계되는 것을 원한다”는 것이다.
지난 5년여 이어진 시드니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미 주택을 소유하고 있거나 이에 투자한 이들, 임대업자 및 주택개발 회사들은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주택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이익을 본 그룹은 이들만이 아니라고 지난 일요일(22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 부동산 섹션인 ‘도메인’(Domain)이 전했다. 돌란씨처럼 자기 재산을 특정 기관에 유산으로 남기려는 이들로 인해 각 사회복지 단체들의 수익도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시각 장애인 안내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Guide Dogs NSW / ACT’의 샐리 빌스(Sally Biles) 매니저는 “유산 기부가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기부받은 유산 가치가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녀에 따르면 크게 치솟은 주택 가격을 감안할 때 유산으로 기부된 주택 수입은 일반적인 기부금액의 7배에 달한다.
이어 “기부된 유산 가운데는 수백만 달러 가치를 가진 여러 채의 주택도 있다”고 말한 빌스 매니저는 “매년 우리에게 유산으로 기부되는 주택은 80-90채에 이른다”면서 “크건 작건 주택 가치가 높아지면서 단체운영 수익도 늘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회기관들의 기부금 증가는 비단 ‘Guide Dog’만은 아니다. ‘St Vincent’의 기부금 관련 기구인 ‘Curran Foundation’의 샨티니 나이두(Shanthini Naidoo) 대표는 “평소에 자선 기부금을 내지는 않지만 죽음을 앞두고 전 재산을 기부하는 이들을 종종 만난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최근 사례로 시드니 동부 랜드윅(Randwick)에 거주하는 도널드 스톤(Donald Stone)씨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지난 3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현금과 함께 거주하는 아파트를 세인트 빈센트 병원에 기부한다고 약속했다.
나이두 대표는 “스톤씨는 평생 결혼하지 않아 가족이 없다”면서 자기 재산이 다른 이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사용되기를 원하는, 매우 합당한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약정이 항상 원활하게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시드니 기반 로펌인 ‘Maurice Blackburn Lawyers’의 유언장 및 부동산 담당인 앤드류 심슨(Andrew Simpson) 변호사는 “시드니의 높은 주택 가격을 감안할 때 자선기관에 기부된 자산에 대해 남은 가족들이 반박을 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면서 “동산이든 부동산이든 자선기관에 기부된 자산에 다른 가족 구성원이 이의를 제기하는 사례를 많이 보아 왔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부모 중 한 사람이 사망한 뒤 유언장을 공개했을 때, 부동산 및 기타 자산이 자녀들에게 돌아가지 않는 내용일 경우 이의를 제기한다”는 것이다.
‘Fundraising Institute of Australia’의 자선캠페인 책임자인 헬렌 메릭(Helen Merrick)씨는 “자기 자산을 자선 또는 사회복지기구에 기부할 때 남은 가족과 의논하지 않은 채 결정하는 경우 이런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녀에 따르면 이런 사례는 전체 유산기부 중 5%에 달한다. 메릭씨는 “우리는 자산을 기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마지막 결정을 내리기 전 가족들과 충분히 의논하라고 권한다”며 “그렇지 않아 분쟁이 생길 경우 우리는 재판을 위해 돈을 써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심슨 변호사는 “자산기부 결정자는 자신이 원하는 바에 대한 권리가 있지만 배우자나 가족을 위한 적절한 준비를 하지 않을 경우 본인의 결정이 도전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가족에 대한 의무를 다하는 것 외에 세금 관련 사항, 자선기관의 자산사용에 대한 구체적인 명시 등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