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정부 프로그램 실패... ‘커뮤니티 통합’ 절실

 

중동지역 이슬람 극단주의자달의 테러가 전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가운데 호주 또한 이들의 국내 테러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호주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IS(Islamic State)의 테러 조직원 모집이 속속 드러나면서 젊은층의 급진화 경향도 호주 대테러 당국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주 토요일(28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UN 특파원으로 있는 데이빗 로(David Wroe) 기자의 기사를 통해 호주사회가 젊은층의 급진화 경향을 어떻게 차단해야 하는지를 제시, 눈길을 끌었다.

“마약밀매업자, 조폭이 되고 싶은 양아치, 건달, 범죄자들. 이것이 당신이 찾을 수 있는 공통적인 주제가 될 것 같다.”

로 특파원은 한때 극단주의에 물들었던 캐나다인 무빈 샤이크(Mubin Shaikh)씨의 말을 인용했다. 샤이크씨는 서구사회에서 젊은이들이 이슬람 성전 전사로 급진화 되는 과정을 언급하면서 최근 파리 테러에 참여했던 이들 중 최소한 한 명이 그랬고 호주의 악명 높은 과격분자들 중 많은 이들이 이 과정을 통해서 급진화됐다고 설명했다.

물론 샤이크씨의 급진화는 이와 달랐다. 그는 인도 출신 캐나다 국적의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으며 학교 성적도 우수했고 군 복무 경험도 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그는 정체성 위기를 겪은 뒤 과격분자들의 네트워크에 걸려들었다.

그는 토론토 소재 집으로 찾아간 로 특파원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이들을 영웅으로 여겼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게는 그들이 모험심과 종교적 열정을 가진 이들로 보였다”면서 “정치적 불만은 그 이후에 왔다”고 말했다. 샤이크씨는 그러나 “몇몇 이들에게는 이 같은 과정이 확실히 다르다”면서 “이들에게는 정치적인 불만이 먼저 오게 되고, 그 뒤 건달들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게 된다”고 말했다.

샤이크씨는 9.11 테러 이후 자진해 이슬람 성전 운동에서 빠져나왔다. 이후 ‘토론토 18’이라는 계획 아래 캐나다 정보당국의 위장잠입 정보원으로 일하며 대규모 이슬람 테러리스트 재판에서 증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오늘날 그는 급진주의를 연구하는 학자로 변신, 서구사회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왜 이슬람 급진주의에 빠지게 되는지 그 동기를 찾고 있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와 대비되는 호주 건달 출신 칼레드 샤로프(Khaled Sharrouf) 등 다양한 사례가 보여주듯 급진화되는 과정은 항상 일정하지 않다. 9.11 테러 사건이 일어난 지 14년이 흘렀지만, 서구사회의 이슬람 급진주의에 대한 연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에 따라 서구사회 젊은이들의 급진화를 방지하고자 하는 프로그램들도 개발되고 있다. 물론 정부나 정보기관 관계자들을 포함해 많은 이들 또한 이 과정은 요원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호주 국가정보국(Australian Security Intelligence Organisation. ASIO)의 긴급처리 사안이 400여 건이나 밀려 있고, 갈수록 급진화되는 무슬림들의 나이가 어려지는 가운데, 이들의 의식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노동당 정부는 ‘커뮤니티 복원 운동’(Building Community Resilience) 정책을 통해 각 커뮤니티간 통합을 촉진하고 대규모 의식화 방지 대책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최근 모나시대학교와 호주국립대학교 공동연구에 의해 드러난 것처럼 하워드(John Howard) 정부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이 같은 기본 대책들은 오히려 심각한 문제들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제로 이런 대책들이 극단적인 의식화와 이에 따른 폭력을 줄였다는 증거는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 이러한 정책의 주요 타깃으로 선정된 특정 커뮤니티를 낙인찍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마이클 키넌(Michael Keenan) 연방 교정부 장관은 한 신문에 게재한 칼럼에서 최근 정부가 새롭게 도입하는 방안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추진했던 기존의 노동당 정책과는 차이가 있다며 급진화의 위기에 있는 각 개인을 대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전 애보트(Tony Abbott) 정부에 의해 조성된 ‘간섭과 분산'(Intervention & Diversion)이라는 대테러 추가 예산 1천340만 달러 중 1천100만 달러는 각 주정부가 향후 4년에 걸쳐 준비하는 프로그램에 사용될 예정이며, 190만 달러는 각 커뮤니티 그룹 대상의 일회성 지원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모나시대학교 연구 보고서는 이를 적당한 수준의 자금 지원이라고 보고 있다.

야당 내각의 법무 담당인 마크 드레퓌스(Mark Dreyfus) 의원은 이를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이 분야에서 키넌 장관이 정치적 이익을 챙기려는 행위는 부끄럽기 짝이 없는 것”이라며 “모든 이들이 젊은이들 사이의 급진화 경향을 막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빅토리아 주의 지난 5월 예산에는 폭력적 급진주의 예방을 위한 2천500만 달러 기금이 포함되어 있다. 다니엘 앤드류스(Daniel Andrews) 빅토리아 주 수상은 이외에도 빅토리아 경찰청에 테러 방지를 위한 특별 예산 4천900만 달러를 배정하기도 했다.

연방 정부의 자금을 지원받고 있는 호주 다문화재단(Australia Multicultural Foundation)의 커뮤니티 복원 운동 프로그램에는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극단주의, 마약, 범죄 같은 나쁜 길로 빠지는 조짐을 제때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 참가자 교육이 있다. 이 재단의 하스 델랄(Hass Dellal) 사무총장은 이 프로그램에 대해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어떤 특별한 고민에 빠져있을 때 과연 누구에게 가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려움에 빠진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그 누군가는 가족, 전문 상담원, 종교 지도자, 교사, 스포츠 코치, 지역 경찰 등이 될 수 있다.

델랄 사무총장은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그 누구도 정부가 운영하는 긴급 구조시스템에 전화해 자신의 아들을 고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전임 애보트 정부에 비해 모든 분야에서 보다 부드러운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는 말콤 턴불(Malcolm Turnbull) 수상은 이달, 각 주 수상과 회의를 갖고 급진화 위험에 처한 이들이 정부 당국에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전화번호, 웹사이트, 그리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새롭게 제작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접근통로 역시 전 하워드 수상 시절 이후 테러 용의자들에 대한 위협적인 차원에서 보다 밝은 분위기로 전반적인 개선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어떤 사람이 위험하게 보일 경우 경찰은 이에 개입해 간섭할 권리가 있다. 호주 경찰은 연방, 주에 상관없이 모두들 커뮤니티 관계 전담팀을 운용하고 있다. 이 팀은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각 커뮤니티 구성원들에 대해 이른 시기에 개입하는 것이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이다. 필요하다면 심리학자, 종교지도자 등 멘토 역할을 할 수 있는 이들이 투입되기도 한다. 사안에 따라 처리해야 하고, 반면 처리 능력을 가진 이들은 부족하기에 빈약한 지원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야이기도 하다.

델랄 사무총장은 시스템 자체가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급진화 방지에 있어 어머니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면서 “어머니야말로 믿음의 중심이며 가족 구성원의 누군가에게 변화가 있을 때 이를 가장 먼저 알아채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성공사례는 같은 나이 그룹끼리의 상담이다. 문제 있는 젊은이들은 또래와의 상담을 편하게 받아들인다. 그는 “IS 테러조직에 끌리는 젊은이들은 다른 일반 젊은이들에게 그런 내용을 쉽게 말한다”며 “그들은 수염을 기르고 소리나 지르는 어른들과의 대화는 원치 않는다”고 지적했다.

모든 이들이 동의하는 한 가지는 정부의 힘만으로 젊은층의 급진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정부가 한 발 떨어져 지원자의 역할에 충실할 때 세금은 가장 효과적으로 쓰여질 수 있다. ‘평화로운 공동체’(Living Safe Together)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은 이에 따라 정부의 자금 지원을 공표하고 있지 않다.

델랄 사무총장은 애보트 정부 시절, 그의 과격한 언사와 쏟아지는 테러방지 대책으로 커뮤니티에 신뢰 관계를 쌓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는 “초반에는 이 같은 프로그램이 무슬림을 타깃으로 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진행 자체가 어려웠다”면서 “지금은 표현을 바꾸고 보다 포용적인 접근방식을 채택, 반응이 좋아 자신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슬림 커뮤니티 자체도 지난 몇 년 사이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다문화부 콘세타 피에라반티-웰스(Concetta Fierravanti-Wells) 차관은 무슬림 커뮤니티의 여기저기를 다녀본 후 모스크를 비롯해 곳곳에서 긍정적인 측면으로 개선되고 있는 부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주 작은 자금 지원에도 여성 그룹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며 “종교 지도자들이 젊은이들을 성공적으로 계도하는 모습도 자주 목격했다”고 덧붙였다.

차관은 이어 “물론 젊은이들이 급진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초기에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 더 많은 작업이 이루어져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당국에서는 이러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연구해야만 한다”며 “어머니, 교사, 종교 지도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이를 해결해 나갈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ASIO의 던컨 루이스(Duncan Lewis) 국장은 오직 사회통합만이 이슬람 성전에 빠져드는 젊은이들을 제어할 수 있는 최고의 장치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문제와 관련, 최근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높여 온 무빈씨는 “무슬림 청년들의 급진화 방지는 모든 사람들이 책임”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무슬림 커뮤니티를 향해서도 “궁극적으로 무슬림 커뮤니티에게도 존중의 의무가 있다”면서 “모스크를 짓고 자유롭게 종교를 믿을 수 있도록 하는 호주사회의 법과 제도를 존중하고 신뢰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비이슬람 지역민들에게도 “무슬림을 만나고 모스크에도 직접 가 보라”면서 “그들을 직접 대면하고 좋은 이웃이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경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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