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대중적 담론에서 호주의 가치 또는 이념에 대한 주제는 가장 자주 반복되면서 쉽게 정의될 수 없는 사안이기도 하다. 호주 또는 호주인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문제이기도 한 이 주제에 대해 한 유명 칼럼니스트가 개인 의견을 전제로 호주의 가치를 제시했다. 사진은 호주 건국기념일인 ‘Australia Day’를 즐기는 시민들.
호주의 가치에는 ‘불량배 기질을 가진 반항적 자유인’ 성향도 있다?
칼럼니스트 벤 포비씨, Democracy sausages-A sport obsession 등 제시
호주, 호주인의 가치 또는 이념을 정의하는 요소들에게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호주의 대중적 담론에서 가장 자주 반복되는 주제 가운데 하나는 ‘호주의 가치’, 그리고 이를 어떻게 알리고 전파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아닐까 싶다.
사실 18세기 후반, 영국의 죄수 유배지로 시작되어 하나의 국가로 형성된 호주 역사에서 확고하게 정리된 국가 이념을 말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다만 230여년의 짧은 역사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구성원들의 의식 속에 자리잡은 것을 꼽는다면 ‘모든 이들의 동등한 관계’를 보여주는 동료애(mateship)와 평등의식, 그리고 여기에서 비롯된 공정성(호주에서는 이를 ‘a fair go’로 표현한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호주인들의 동료 의식은 죄수 유배 당시부터 형성된 끈끈한 감정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영국의 한 탐험선이 발견한 아주 먼 남쪽의 섬, 미지의 땅으로 유배된다는 것은 사실 영국으로 돌아갈 희망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했으며, 그러기에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죄수인 동료들과의 끈끈한 관계는 더욱 절실했을 터이다. 물론 이는 죄수들 뿐 아니라 이들을 관리하는 군인, 식민지 정부 관리자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본국(영국)으로부터 충분한 물자를 기대할 수 없었기에 식민지 초대 총독이었던 아서 필립(Arthur Philip) 당시부터 지금의 파라마타 강(Parramatta)을 중심으로 농장개발에 적극성을 보였고, 이런 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적 자원이었다. 식민정부는 형기를 마치고 NSW 식민지에 남는 이들에게는 죄수였던 전과를 가리지 않고 동등하게 대우했으며 기술이나 능력을 가진 이들을 적극 활용했다.
그 한 예로, 영국 콘월(Cornwall) 지방의 농부로 가택침입 및 기물파손으로 7년 형을 받고 복역하다가 형기 18개월이 남은 상태에서 첫 죄수선박인 ‘First Fleet’으로 호주 땅을 밟은 죄수 중 제임스 루스(James Ruse. 1760년 8월9일-1837년 9월5일)는 형기를 마친 뒤 필립 총독에서 농장 부지를 신청, 당시 루스 힐(지금의 파라마타 인근인 Rose Hill)에 30에이커의 농장을 불하받아 처음으로 밀 농사에 성공했던 인물이다. 현재 시드니의 최고 명문 셀렉티브 학교 중 하나로 자리잡은 제임스루스 농업고교(James Ruse Agricultural High School)는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특히 5대 총독으로 부임한 라클란 매콰리(Lachlan Macquarie) 총독은 이런 점에서 가장 혁신적인 지도자로 평가된다.
이 같은 동료애 이를 기반으로 한 평등 의식, 공정하고 공평한 기회는 호주라는 신흥 국가를 형성하는 국민적 공감대가 되었으며 여기에 여러 요소들이 가미되면서 호주의 가치(또는 이념)를 형성해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말콤 턴불(Maicolm Turnbull) 총리는 호주의 가치를 더욱 강조한다는 취지로 시민권을 취득하려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테스트(Australian citizenship test) 내용을 변경한다고 발표하면서 “정치인들이 호주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것이야 말로 모든 호주인들이 바라는 바”라고 주장했다.
자유당의 앤드류 래밍(Andrew Laming) 하원의원은 특별히 이를 언급하고자 호주 국가(national anthem)의 가사에 이를 삽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렇다면 정확히 그것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턴불 총리는 “호주인들에게는 어떤 독특함이 있다”며 “부인하기 어려운 그 무언가”라고 말한 바 있다. 래밍 의원은 조금 더 구체적이다. 그는 약간의 불량끼(larrikinism), 탄력성(resilience, 또는 회복력), 노력에 대한 보상을 포함해 익살스런 유머 감각 등, 호주의 가치를 설명하는 요소들을 언급하면서 특히 “솔직히 말하면(Let's face it), 익살스러움이야 말로 최고의 요소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그런 한편 우익 성향이 강한 보수주주의자로, 지난해까지 연립 여당을 구성하는 국민당 대표로 현 집권 정부의 부총리 자리에 있다가 공보 보좌관과의 불미스런 관계로 모든 정부 직책에서 사임한 바나비 조이스(Barnaby Joyce) 의원은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보여주듯 “호주의 가치에는 민주주의, 자유, 공정성(a fair go)이 포함되며 반바지 착용(wearing shorts)도 그 요소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호주에서는 반바지에 어두운 계열의 목이 긴 양말, 그리고 구두를 신을 경우 정장을 착용한 것으로 본다).
호주의 코미디언이자 시인, 작가이기도 한 벤 포비(Ben Pobjie)씨는 스스로를 ‘자격 없는 기자’라고 칭하는 사람이다. ABC 방송을 비롯해 시드니 모닝 헤럴드, The Age(페어팩스 미디어가 멜번에서 발행하는 빅토리아 주 일간지), New Matilda, The Roar 등 여러 미디어에 독특한 주제의 칼럼을 기고하는 그는 코미디언답게 아주 재치 있는 글을 보여주는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또한 ‘호주’를 주제로 다양한 분야의 칼럼이나 제안으로 많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작가이다.
최근 그는 ABC 방송 인터넷 판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호주의 가치를 구성하는 요소들로 (많은 이들이 제시한) 심적 회복력, 반바지 착용 등의 중요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한 뒤 “호주의 가치, 이념을 성문화하려는 노력 또는 국가 가치의 법률화를 위한 시도의 한 차원에서 볼 때 보다 많은 본질적 요소들이 있다”면서 스스로 꼽은 호주의 가치 10가지를 들었다. 그가 언급한 이 요소들 또한 논란의 여기가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터이고 또 순전히 작가인 벤 포비씨의 의견이라는 전제 하에 그가 제시한 요소들을 소개한다.
1. The gift of the nature strip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품을 버리지 않고 필요한 이들이 가져갈 수 있게 하는 공유의 개념이다. 포비씨는 이를 ‘The gift of the nature strip’이라는 말로 설명했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주방기기, 게임기, 라운지 용품 등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품들을 그대로 버리기보다 집 앞에 내어놓고는 이를 필요로 하는 다른 사람들이 가져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으로, 이는 여러 세대를 거쳐 일상화되었다는 설명이다. 카운슬 규정 하에서 보면 쓰레기를 무단으로 내놓은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사용 가능한 물품을 집 앞에 두고 필요한 이들이 이를 가져다 재활용하는 것은 호주사회의 바람직한 가치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2. The front seat
호주라는 국가 형성 과정의 ‘mateship’에서 비롯된 평등의식으로 볼 수 있다. 택시를 타더라도 앞좌석을 우선해 운전기사와 동등한 관계임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운전석과 대각선 쪽의 승용차 뒷좌석이 상석이라고 인식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셈이다. 포비씨는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손님이 택시를 탈 때 의례적으로 뒷좌석에 앉는 장면을 보았지만 나 자신이 호주에서 택시를 이용할 때 뒷좌석은 아니라는 느낌을 받으며 성장했다”며 “나는 호주인이고 호주인의 방식은 택시를 이용할 때 운전자 옆 좌석에 앉는 것”이라고 단정했다. 그는 “물론 이것이 의미 없고 사소한 것이기는 하지만 동료애와 평등의식이라는 이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라는 말로 승용차 앞좌석을 고집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시드니 공항의 택시들. 택시를 이용할 때 앞좌석에 앉는 관습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운전석 옆 좌석을 지켜오는 것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과 동등한 관계임을 보여주는 동료의식의 하나로 볼 수 있을 듯하다.
3. Hating / respecting authority
권위주의에 반하는 호주인의 성향 또한 중요한 호주의 가치라는 주장이다. 권위적 의식을 거부하고 스스로를 반항적 자유인(larrikin처럼)으로 규정하는 것이 호주인의 도덕적 의무로 자리잡아 왔다는 게 포비씨의 주장이다.
4. Democracy sausages
‘기대할 수 있는 선거 공약’이라는 의미를 지닌 이 말은 호주에서만 통용되는 것으로, 이 용어가 만들어진 것은 2012년이지만 지난 2016년 연방 총선에서 크게 대두됐으며, 그해 12월 호주 국립사전연구센터(Australian National Dictionary Centre)가 ‘올해의 단어’ 후보로 선정하기도 했었다. 야외 활동을 좋아하는 호주인들은 공원 또는 야외 이벤트 등에서 소시지 시즐(sausage sizzle. 바비큐 대에 소시지와 양파 등을 구운 뒤 핫도그 빵 사이에 넣고 토마토 소스를 얹어 먹는 것)을 즐기는데, 선거가 있는 날 또한 각 투표소마다 특정 후보 지지자들이 ‘소시지 시즐’을 펼치기도 한다. 이 말이 지난 연방 총선(2016년)에서 부각됐던 것은, 한 투표소의 소시지 시즐을 방문한 노동당 빌 쇼튼(Bill Shorten) 대표가 갓 만들어진 소시지 샌드위치를 받아 중간부터 베어 먹으면서 “민주주의의 맛”(the taste of democracy)라고 말한 때문인데, 이 장면을 본 대다수 사람들은 중간에서 베어 문 쇼튼 대표의 행위가 소시지 샌드위치를 제대로 먹을 줄 모르는 것으로 받아들였고, 그러면서 ‘민주주의의 맛’이라고 표현한 것은 ‘뭔가 뒤틀린’ 것이라는 지적을 보내면서이다. 이렇게 볼 때 ‘Democracy sausages’는 호주인들이 가장 보편적 행위인 소시지 시즐을 제대로 즐기는 사람이 민주주의 정치에 합당한 사람이라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어찌 됐던 각 투표소에서 소시지를 구우면서 지지후보의 정책을 논하는 ‘Democracy sausages’ 또한 호주의 가치일 수 있다는 게 포비씨의 주장이다.
지난 2016년 연방 총선 당시 한 투표소를 방문, 노동당 지지자들이 마련한 소시지 시즐에서 샌드위치를 받은 빌 쇼튼(Bill Shorten) 대표. 그가 이 소시지 시즐의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말한 ‘민주주의의 맛’이라는 말이 가십거리가 된 바 있다.
5. A sport obsession
호주인들의 스포츠 사랑은, 외국인의 눈으로 볼 때 하나의 집착 또는 강박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한 여름, 높은 기온과 강한 햇살을 고스란히 받으며 하루 종일 크리켓에 몰두하거나 보호 장비도 없이 맨몸으로 부딪히는 호주 럭비 경기를 본다면 그런 생각은 더욱 굳어질런지도 모른다. 올림픽 경기에서 각 국가별로 메달 수를 전체 인구로 나누어 비교하면 호주야말로 스포츠 세계 1위 국가라는 말도 나온다. 스포츠 활동을 좋아하는 만큼 호주의 생활 스포츠 기반은 매우 뛰어나다. 그리고 이런 활동을 통해 사람들은 ‘공정하게 경기에 임하고, 비정상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 불의한 일을 행하지 않으며, 항상 상대편을 향해 예의를 지키는 것은 물론 승패를 떠나 결과에 승복한다’는 스포츠맨십(sportsmanship)을 자연스럽게 체득한다. 이것이야 말로 호주의 가치로 평가될 만하다는 설명이다.
지난 2014년 월드컵 당시, 브라질까지 찾아가 호주 국가 대표팀인 ‘사커루스’(Socceroos)를 응원하는 호주 팬들. 호주인들의 스포츠 사랑이 대단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6. A love of (TV) democracy
호주는 근본적으로 민주주의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모든 이들이 참여 민주주의에 공헌함으로써 공정한 사회를 지향하고 있으며, 이는 호주의 가장 유명한 엔터테인먼트 상인 ‘골드 로기’(Gold Logie) 수상자를 가려내는 일에도 마찬가지이다. 이 ‘골드 로기’는 호주 텔레비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인물을 선정, 호주 TV 주간을 기해 수여하는 상으로, 수상자를 일반인 투표로 선정한다는 점에서 ‘TV democracy’라고 할 만하다. 사실 인기 연예인을 가려내는 일에 이처럼 일반인 투표라는 대규모 투자를 하는 국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포비씨는 “정치적 측면에서 우리는 좀더 이중적인 부분이 있지만 TV 연예 시상에서 호주인의 민주적 방식은 절대적”이라고 주장했다.
호주 연예계 이벤트인 ‘골드 로기’ 시상은 호주의 TV 민주주의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라는 의견이다. 사진은 지난해 호주 ‘TV Week Gold Logie’ 시상에서 ‘Most Popular Personality on Television’ 부분을 수상한 호주 배우 사무엘 존슨(Samuel Johnson).
7. Americanism
1970년대까지만 해도 호주는 다른 어느 나라에 비해 문화적 우월성을 갖고 있었다. 당시 호주 제작 영화는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인가를 누렸으며 수준 높은 영화연출자, 배우, 가수들이 배출됐다. 하지만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커지고, 이런 시점에서 호주의 작은 시장을 견디지 못한 이들이 대거 미국으로 진출하면서 호주의 문화산업은 위축되기 시작했다. 오늘날, 호주의 공중파 방송에서 방영되는 드라마 대부분은 미국에서 제작한 것들이다. 자체 제작에 소요되는 비용을 감안할 때 미국에서 제작된 것을 구입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주로 미국의 드라마를 시청하면서도 호주인들은 미국주의, 미국적 정신이라 할 수 있는 ‘Americanism’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미국산 엔터테인먼트 제작물 속에 은근히 내재되어 있는 미국 우월주의, 문화적 제국주의를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8. Creativity
이 부분에 대해 작가 포비씨는 “호주 사람들의 상상력은 극히 의심스러운데, 스포츠 경기에서 호주 팀을 응원할 때에도 오직 ‘오지 오지 오지! 오이 오이 오이!(Aussie Aussie Aussie! Oi oi oi)로 일관한다”고 말했다.
호주의 국기 또한 다른 나라의 것을 모방했고 하늘을 나타내는 군청색에 별을 그려넣어 호주의 각 이웃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호주 국기에는 오른쪽 상단에 영국 유니언 잭을 넣고 하단에 7각 모양의 별, 그리고 그 오른쪽에 별 5개가 표시되어 있다. 이 7각 별은 ‘연방 별’-Star of Federation-이라고 불리며 호주가 영국의 식민지를 벗어나 호주 연방을 구성했을 당시 호주 내 7개 지역이 하나의 ‘연방’으로 만들어졌음을 상징하며 그 옆의 5개 별은 남십자성 자리를 표시한다. 이중 별 4개는 7각이며 나머지 1개는 5각의 별이다).
이어 그는 “창의성은 호주인들의 마음속에 고무되어 있는 것이 아니며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고 미지의 것을 꿈꾸는 풍토 또한 아니다”면서 “AC/DC(호주의 유명 밴드)의 음악에서부터 가장 보편적인 술집인 펍(pub)의 절묘한 단순함에 이르기까지 호주인들은 자신들의 생각이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음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포비씨의 이 같은 설명만으로는 ‘호주의 가치’ 중 하나로 제시된 ‘창의력’(Creativity)을 이해하기는 힘든 면도 있다. 그런 한편 호주인의 보편적 정서 중 하나로 불량끼를 가진 이들에 대한 묘한 애정이 있음도 사실이다. 가령 1800년대 후반의 단순한 도둑(사람을 살해하기까지 한)인 네드 켈리(Ned Kelly)를 마치 의적인 양 묘사하는 것과 같은 이상한 정서로 받아들여진다.
9. Reasons for a day off
호주의 법정 공휴일은 전국적으로 공통된 날이 있으며 각 주(state) 별로 다른 날을 정해 공휴일로 삼은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영국 여왕 생일이라는 명분의 휴일은 호주 대부분 주에서 6월 둘째 주 월요일이지만 서부 호주(Western Australia)는 9월 마지막 주 월요일이다. 전 세계적인 노동절(5월1일) 휴일을, NSW 주에서는 10월에 갖는다. 아무튼 이 같은 법정 공휴일이 주말에 있다면, 주말을 지난 다음 날(월)을 휴일로 제공한다. ‘long weekend’라는 말은 바로 이처럼 연속된 휴일을 말한다. 이외 특정 날짜를 휴일로 삼는 경우도 있다. 이런 법정 휴일이 아니더라도 어떤 이유에서든 하루 ‘day off’를 갖는 것은 호주 노동시장에서 오랜 시간 이어져 온 노동자들의 한 ‘권리’(?)로 자리잡았고 또 그렇게 인식되어 온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하루를 쉬고자 하면서 이들이 내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포비씨는 날씨가 너무 좋아서, 머리가 아파서, 기차를 놓쳐서, 좋아하는 경마가 있어서, 축구 경기가 있어서, 전날 늦게 잠자리에 들어서, 머리를 잘라야 하기 때문에 등 말도 안 되는 이유들이 있고, 그런 반면 이것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분명 호주의 가치 중 하나라는 주장이다. 이어 그는 “하루를 쉴 이유를 생각해내고자 열심인 국가는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우리(호주)가 일하는 것만큼 휴일을 보장받을 만한 국가가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으로는 호주판 ‘국뽕’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대목이다.
10. Larrikins?
앞서 간단하게 언급했듯 죄수 유배지에서 시작해 국가 건설로 이어진 역사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호주인의 정서에는 불량끼 많은 이들에 대해 애정을 보이는 묘한 정서가 있다. 이는 호주의 사회학자들도 진단한 바 있다. 포비씨가 자신이 제시한 10가지 사항 중 마지막으로 언급한 ‘불량배’(larrikin) 부분도 이런 맥락인 듯하다. 그는 “우리는 모두 불량기를 갖고 있다. 누구도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하지만 호주인들에게는 분명 이 기질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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