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러시아 월드컵 공식 응원도구가 된 ‘Spoons of Victory’은 러시아 민속악기를 응용한 것으로, 마치 주방용 집게처럼 숟가락 두 개를 부딪쳐 소리를 만들어내는 도구이다. 개최국인 러시아는 이 도구가 8년 전의 남아공(부부젤라), 4년 전 브라질(캑시롤라) 월드컵 당시의 응원도구에 비해 소음을 한결 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 : 'Ruptly' 사이트 동영상 캡쳐.
축구 팬을 위한 공식 응원도구로, 소음 덜하고 리듬감 살아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관중들이 응원 도구로 사용했던 부부젤라(vuvuzela)는 색다른 도구로서의 화제보다는 오히려 경기를 방해하고 경기 관람의 집중도를 떨어뜨린다는 비난이 강하게 제기된 바 있다.
4년 뒤인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경기장을 소음으로 만든 응원도구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당시 공식 응원도구는 ‘캑시롤라’(Caxirola)였다. 브라질 전통 악기인 ‘Caxixi’를 응용한 것으로 플라스틱 통 안에 쇠구슬을 넣어 통을 흔듦으로써 소리를 내게 하는 것이다. 또한 표면이 울퉁불퉁하게 되어 있어 이를 막대기로 문질러 소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물론 이는 부부젤라에 비해 소음은 덜한 편이지만 경기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여 이를 집어던지는 바람에 선수들이 다칠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이런 지적이 올해 러시아에서는 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월드컵 개최국인 러시아는 부부젤라처럼 요란한 소음을 만들어내는 도구 대신 러시아 전통 도구인 ‘러시안 스푼’(Russian spoon)을 택했다고 금주 화요일(12일) ABC 방송이 전했다.
숟가락의 둥그런 부분을 마주보게 만들어, 한손으로 이를 부딪쳐서 소리를 만들어내는 이 도구는 러시아 전통 악기를 응용한 것으로(러시아 민속 공연에서는 온 몸에 여러 개의 목제 숟가락을 내단 뒤 한 손에 잡은 숟가락으로 다른 숟가락을 두드려 흥겨운 리듬을 만들어낸다), ‘부부젤라’나 ‘캑시롤라’에 비해 소음이 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14년 월드컵에서 응원도구로 비난받았던 점을 의식한 개최국 러시아는 부부젤라처럼 경기장 전체를 소음으로 뒤덮는 도구 대신 보다 소리가 적으며 리듬감을 살릴 수 있는 응원도구를 원했다. 이에 러시아 디자이너 루스탐 누그마노프(Rustam Nugmanov)가 전통 악기를 본따 이를 고안했으며 ‘Spoons of Victory’라는 이름으로 정부 지원을 받아 제작했다.
이번 월드컵 관중들은 나무로 제작된 숟가락뿐 아니라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것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피파(FIFA) 주관의 세계적 대회에서 공식 응원도구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09년 남아공에서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에서였다. 월드컵 개최 한 해 전에 열리는 이 대회는 다음해 개최국에서 열리며, 당시 플라스틱 뿔 형태의 부부젤라는 대륙간컵 대회를 중계하는 방송사들조차 시끄러운 잡음으로 상당한 불평을 쏟아낸 바 있다.
이런 불만에도 불구하고 피파는 월드컵에서 경기에 앞서 갖는 양국 국가 연주를 제외하고 그 외 시간에는 부부젤라를 불어도 좋다고 허용했다.
그 4년 후에도 응원도구의 소음 문제는 또 한 번 제기됐다. 브라질 대회에서 등장한 ‘캑시롤라’는 부부젤라에 비해 소음 강도는 낮았지만 경기 관람이나 방송사의 중계를 방해할 만큼 소음을 발생시켰으며 도구 자체의 위험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올해 대회 개최국인 러시아는 지난 두 차례의 월드컵 대회에서 제기된 이런 문제들을 의식했음인지 “우리는 숟가락을 선택했다”며 ‘Spoons of Victory’는 경기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관중들이 경기와 함께 이 도구를 이용해 마음껏 응원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월드컵 본선에서 러시아 전역 12개 경기장에 울려 퍼질 ‘Spoons of Victory’가 얼마나 많은 소음을 만들어낼 것인지는 오늘(15일) 새벽 1시(호주 동부 시간) 열린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에서 확인된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