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주택시장 침체와 모기지 규제 강화로 주말 경매에 입찰하는 이들 가운데는 제 시간에 담보대출 승인을 받지 못해 입찰을 하지 못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지난 주말(14일) 엔모어(Enmore)의 테라스 주택 경매 현장. 이 주택은 3명이 입찰을 신청했으나 당일 입찰자는 단 한 명이었다.
단 한 명이 입찰한 엔모어 테라스 하우스, 105만 달러 낙찰
시드니 주택시장이 침체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주말 경매시장 또한 예비 구매자가 모기지(mortgage) 승인을 받지 못해 입찰을 포기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주택매매 에이전트들은 경매 매물에 입찰하려는 예비 구매자들이 경매 당일까지 주택대출을 승인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입찰자들이 더욱 줄어들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주말(14일) 도심 인근 엔모어(Enmore) 찰스 스리트(Charles Street) 상의 한 주택 매매를 진행한 ‘Raine & Horne Newtown’ 사의 마이클 해리스(Michael Harris) 판매 에이전트는 대출승인 문제로 한 명의 예비 구매자가 입찰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주택에 관심을 보인 많은 예비 구매자가 있었다”면서 “이중 입찰을 하려고 했던 한 구매자는 이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으로, 경매 당일까지 모기지 승인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엔모어의 2개 침실 테라스 주택은 단 한 명이 입찰한 가운데 95만 달러에서 경매가 시작됐고, 경매를 맡은 찰스 파월(Charles Powell) 경매사는 입찰자와 판매자 사이를 오가며 가격 협상을 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입찰자는 파월 경매사의 권유로 102만 달러에서 105만 달러까지 가격을 제시했고, 경매사는 이 제시 가격을 판매자와 논의한 후 105만 달러에서 낙찰하기로 했다. 그는 “이 낙찰 가격은 비싼 것도 아니고, 현재의 사장 상황과 주택 조건을 감안할 때 적정한 금액이었다고 말했다.
88.5스퀘어미터 부지에 자리한 2개 침실의 이 테라스 주택이 가장 최근 거래된 것은 지난 2005년으로, 당시 매매가는 49만5천 달러였다. 현재 엔모어 지역의 중간 주택 가격은 145만 달러이다.
이날 경매를 마친 후 파월 경매사는 “현 주택 시장에서 그래도 경매를 통해 매매를 하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면서 “주말 경매에서 예비 구매자들이 제 시간에 담보대출 승인을 얻지 못해 단 한 명만이 입찰하는 사례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 소유주를 대신하여 이 주택 매매에 나선 ‘Real Estate Expertise’ 사의 티아 맥카시(Tia McCarthy)씨는 예비 구매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는 대출규제 강화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 규제로 주택담보 대출 승인을 얻기까지 보통 4-6주가 소요될 만큼 은행 융자를 받는 것이 더욱 까다로워졌다”는 그는 “예비 구매자들은 이에 대한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엔모어의 테라스 주택 경매와 같은 상황은 시드니 남부, 로즈베리(Rosebery)에서도 나타났다. 보타니 로드(Botany Road) 상의 2개 침실 아파트는 매물로 등록된 이후 4주 동안 30여 그룹이 인스펙션을 하는 등 관심을 끌었으며 최소 3명이 입찰 의사를 밝혔으나 정작 이날 입찰한 사람은 단 한 명이었다. 이 또한 경매 당일까지 모기지 승인을 받지 못한 때문이었다.
매매를 진행한 ‘McGrath Maroubra’ 사의 아담 피어스(Adam Pierce) 에이전트는 입찰자와 판매자 사이에서 협상을 주도해 잠정 가격보다 1만5천 달러 낮은 102만5천 달러에 거래를 성사시켰다. 현재 로즈베리 지역 중간 주택 가격이 88만5천 달러임을 감안하면 비교적 좋은 낙찰가였다.
피어스 에이전트는 “주택을 매물로 내놓은 이들은 지금 시장이 1년 전과 확연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소유 주택을 꼭 판매하고 싶다면 현재의 시장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개 침실 아파트이건 5개 침실 주택이건 지금의 경매시장은 1년여 전과는 분명 다르다”고 덧붙였다.
워털루(Waterloo), 버크 스트리트(Bourke Street) 상에 자리한 2개 침실 아파트 내부. 이 매물 또한 예비 구매자들의 관심은 많았지만 경매 당일 입찰자는 한 명뿐으로 이날 경매는 무산됐다.
한편 워털루(Waterloo)의 버크 스트리트(Bourke Street) 상에 자리한 2개 침실의 아파트 또한 단 한 명만이 입찰, 이날 경매는 무산됐다. 워털루의 이 주택 또한 매물로 등록된 후 20여 그룹이 인스펙션을 하고 3명이 입찰을 예약했지만 이중 2명은 모기지 승인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70만 달러의 잠정 가격이 책정된 이 아파트 경매는 진행되지 못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 2011년 43만5천 달러에 거래된 바 있다. 현재 워털루의 중간 주택 가격은 84만5천 달러로 집계되어 있다.
북서부, 손리(Thornleigh)의 브릿지뷰 크레센트(Bridgeview Crescent) 상의 3개 침실 주택은 140만 달러의 잠정 가격에서 다소 낮은 131만5천 달러에 거래가 이루어졌다. 매매를 진행한 ‘Soames Real Estate Northern Districts’ 사의 패트릭 구드(Patrick Goode) 에이전트는 예비 구매자와의 협상을 위해 다소 높은 잠정 가격이 책정된 것으로, 이날 낙찰가는 현 상황에서 적정한 금액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주택은 지난 2013년 86만5천 달러에 거래된 바 있다. 현재 손리의 중간 주택 가격은 130만 달러이다.
60여년 만에 처음으로 시장에 나온 발메인(Balmain)의 트라우턴 스트리트(Trouton Street) 상에 자리한 2개 침실의 작은 주택은 119만500달러의 낙찰가를 기록했다.
1850년대 지어진 이 주택은 발메인 지역 초기 주택 중 하나였다. 부동산 중개회사 ‘Cobden & Hayson’ 피터 고든(Peter Gordon) 에이전트는 매물로 등록된 이후 60여 그룹이 인스펙션을 했다면서 호주의 초기 주택 양상을 보여주는 것이어서인지 높은 관심을 받았다고 말했다. 현재 발메인의 중간 주택 가격은 193만5천 달러이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