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시리아에서 러시아 전투기 격추 사건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터키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서방의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고, 저유가로 경제가 좋지 못하기 때문에 확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그러나 서방 언론은 푸틴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여기에다 러시아가 터키와 근동과의 관계에 대한 역사적 맥락도 이해하지 못하였다.
독재자 푸틴은 스스로 자신을 러시아 운명의 집행자로 생각한다. 푸틴에 대한 지지도는 80%를 넘어서고 있으며 의회와 언론은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다. 푸틴이 어떤 일을 벌이더라도 러시아인은 고난을 감수하고 그를 지지할 준비가 되어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의 경제 제재가 2년을 넘어가지만 그것 가지고 푸틴을 비난하는 러시아인은 어디에도 없다. IS 격퇴라는 전인류적 사명을 대신 수행한다고 생각하는 푸틴이 터키의 공식 사과도 없이 넘어 갈리는 없다. 푸틴은 터키가 이 사건을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것이라면서 시간을 두고 철저하게 보복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푸틴도 푸틴이지만 러시아 민족주의 세력도 터키와의 전쟁에 절대 물러서지 않아야 된다고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러시아는 그리스 정교를 받아들이면서 모스크바가 제3의 로마(Третий Рим)라고 선언하였다. 동로마 제국의 수도인 비잔티움이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투르크에 의해 무너지면서 모스크바는 이교도와의 전쟁에서 마지막 남은 성지라는 것이다. 기독교 문명을 대표하는 러시아가 이슬람 문명을 대표하는 터키와의 전쟁은 18세기 이후 100년간 지속되었다. 러시아는 예카제리나 2세 때 지금의 크림을 차지하고 터키를 흑해 건너편으로 쫒아내는 데 성공하였지만 곧 이어 러시아의 확장을 두려워한 영국과 프랑스의 개입으로 크림전쟁에서 패배하는 수모를 겪게 되었다. 러시아 민족주의자들은 야만적인 이슬람 문명에 대항하여 기독교 문명을 지키고 것은 러시아가 부여받는 숙명(судьба)으로 간주한다. IS와 그 배후세력인 터키의 도발은 기독교 문명, 나아가 전인류의 운명에 대한 도전이며 러시아가 전인류를 대신해서 싸워야 된다는 것이다.
푸틴과 강경 민족주의자들은 이번 전투기 사건으로 터키의 완전한 항복 이전에 절대 공세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 공세에 대해 터키도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터키는 러시아 전투기가 국경을 명백히 침범하였으며 터키는 자위권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미국이 이러한 터키의 변명을 옹호하고 있다. 미국은 시리아와 중동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결국 터키가 의지할 수 있는 세력은 서방과 사우디 등 수니파 세력이다. 만약 러시아가 터키에 대한 군사적 응징에 들어간다면 나토가 이를 동맹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함으로써 3차 세계대전이 벌어질 수 있다. 이 상황에서 러시아가 터키를 혼내주는 방법은 당장에는 경제전쟁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러시아와 터키와의 경제전쟁에서 누가 이길까? 승자는 러시아일 것이다. 경제전쟁에 대한 두 나라의 의지와는 별개로 순수한 경제적 관점에서 분석해보면 러시아가 이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세 가지이다.
첫째 양국의 교역구조가 러시아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2014년 러시아-터키 교역량은 440억 달러인데 러시아가 터키에다 약 244억 달러를 수출하고, 터키는 196억 달러를 수출하여 러시아가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두 나라가 무역을 중단했을 경우 러시아가 훨씬 손해지만 무역구조는 그렇지 않다. 터키는 주로 자동차부품, 농산물, 의류 등을 러시아에다 수출하고 러시아는 수출의 대부분이 천연가스와 석유이다. 자동차부품, 농산물, 의류 등은 대체성이 높아 러시아가 딴 나라로부터 수입하면 그만이다. 토마토, 양파, 오이 등의 최대 수입 시장을 잃게 된 터키의 농민들이 힘들게 되어 있다. 반면 천연가스는 쉽게 밸브를 잠굴 수 없다. 당장 난방이 안 되고 전력 공급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후변화회의에 참석했던 에르도안 대통령이 바로 카타르를 방문해 LNG 도입계약을 체결했지만 아직 러시아 가스를 끊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LNG는 러시아로부터 도입하는 PNG보다 훨씬 비싸며, 터키는 LNG 플랜트도 절대 부족하다. 러시아는 경제재제하는데 터키는 당분간 울며 겨자 먹기로 러시아 PNG를 계속 수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둘째, 양국 간의 투자가 중단되었을 경우 터키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2014년 러시아의 대 터키 투자의 누적액은 67억 달러로 주로 흑해 가스관과 아쿠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에 집중 되어 있다. 러시아의 투자가 중단될 경우 터키는 에너지 분야에 막대한 타결을 받을 뿐만 아니라 국내 건설 경기의 침체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반면 터키의 러시아 투자는 전무하다.
셋째, 무엇보다 인적 교류에서 터키는 치명적이다. 2014년 터키를 방문한 러시아인은 330만 명으로 관광에 쓴 비용만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 러시아는 터키로 가는 전세기를 운항 금지시켰고 러시아 여행사들은 더 이상 터키 상품을 팔지 않기로 하였다. 터키 관광산업의 부진은 대규모 실업을 야기하고 경기를 더욱 침체시킬 것이다. 여기에다 러시아는 자국에서 일하고 있는 약 20만 명의 터키 노동자들을 돌려보내기로 결정하였다. 터키는 20만 명의 노동자들이 보내는 송금액도 놓치고 이들이 실업자가 되어 터키로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아야 한다.
터키가 러시아와의 잃어버릴 것밖에 없는 경제전쟁에 돌입하는 이유는 무얼까? 러시아의 비난대로 에르도안 대통령 일가의 IS 석유 밀매 사업에 러시아가 가시 역할을 하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러시아의 개입 이후 시리아 및 중동에서 러시아의 역할이 커지는 것을 경계하고자 하는 터키와 미국, 수니파 이슬람 국가들의 이해가 작용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터키는 러시아와의 경제전쟁의 청구서를 미국이나 사우디에 내밀 가능성이 높다. 터키의 친구들이 청구서를 거부하면 터키는 러시아에다 정중히 사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터키가 IS만큼 미치지 않는다면.(윤성학 본지 객원논설위원/고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