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미르 여행기 9] 전설의 검은 호수 ‘카라쿨’, 천제 환인의 자손들이 살던 마고성이 있던 곳

 

 

중앙아시아의 숨겨진 땅

거대한 산맥을 품으며 수많은 물줄기를 만들어 내는 세계의 지붕 파미르 고원.

그곳엔 혹독한 자연속에서 살아가는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

 

                               김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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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즈콜을 떠난 나는 비포장길을 내려와 M41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달렸다. 파미르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인 카라쿨 호수로 가기 위해서다.  

   파미르하이웨이에서 제일 높은 아크바이탈(Ak-Baital,4,655m)고개를 넘어 조금 더 가야 한다.

  카자흐스탄에 살다보면  ‘검다’ 라는 뜻의 ‘카라(kara)’라는 단어가 들어간 지명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이번 파미르여행에서도 '카라'로 시작하는 지명을 여러번 볼 수 있었다. 

  내가 도착한 이 ‘카라쿨’ 호수의 색깔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푸르다 못해 검은 빛을 띠고 있었다. 그래서 아마도 '검은 호수'라는 이름이 붙여졌나 보다

  파미르의 중심지이며 세상의 중심지로 인식되는 카라쿨호수.

  일설에 의하면, 이곳은 신라 박제상의 저서 <부도지(符都誌)>에서 현생 인류가 시작된 신시(神市), 즉 마고성(麻姑城)이 자리한 '에덴동산'이라고도 한다.  <부도지>에 따르면 마고성은 천제 환인의 자손들이 살던 곳으로 무쯔타거와 콩거얼, 콩거얼 쥬베 세 봉우리 사이에 있는 정방형의 도시라고 한다.  지금 그곳에 '파미르의 눈물' 카라쿨 호수가 있다. 6만 년 전 무슨 연유인지 마고성은 쇠퇴하여 4개의 부족이 사방으로 이동하여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더스문명을 만들었고, 동으로 이동한 동이족은 백두산에 군거하여 우리 조상이 되었다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파미르는 우리 민족의 뿌리인 곳이다.

  난 카라쿨에서 파미르에서의 마지막 1박을 하기로 했다.

  파미르 여행중 느낀 것인데, 아무리 오지라도 파미르에는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그만큼 유럽 등 선진국 여행자들이 많이 온다는 뜻.

그래서인지 주인들은 파미르어외에도 러시아어나 짧은 영어를 할 줄 알기 때문에 큰 불편을 겪지 않는다.

  내가 묵은 카라쿨 호수가의 작은 게스트하우스도 키르기즈 민족인 젊은 주인장이 어린 딸과  어머니와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그 집에 들어서자 벽면에 늑대 가죽이 걸려있었는데, 주인장의 말로는 자신의 동생이 잡은 것이라고 했다. 그의 어머니는 러시아어를 전혀 할 줄 몰랐지만 투숙객인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었고 뜨거운 홍차와 바우르삭, 그리고 리뽀시키를 내놓고 나그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었다. 

  난 저녁 식사를 하면서 핸드폰 충전을 위해 발전기를 돌려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러나 난 얼마못가서 그것을 후회했다. 발전기가 있기는 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어서 주인장은 발전기를 손보고 다시 돌리기를 몇번이나 되풀이 하느라 저녁식사를 제대로 하지못하는 것을 봤기 때문이었다.

  상황을 파악한 난 밖으로 나가  주인장에게 밧데리 충전을 안해도 된다고 설명하고 그를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와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낮 동안 태양광으로 만든 전기는 옛날 우리네 호롱불처럼 매우 약했지만 오히려 운치가 있어 더 좋았다.  대신 주인장이 둘려주는 파미르 알라이산맥과  레닌봉(Pik Lenin,7134m)이 병풍같이 둘러싸고 있는 카라쿨 호수(3,914미터 높이)에 얽힌 전설을 들을 수 있었다. 

  옛날에 한 목부가 카라쿨의 ‘호수의 입’이라 불리는 콜바쉬(Kol Bashy)란 곳에 왔을 때는 날씨가 매우 더웠다. 그는 그의 암노새가 풀을 마음대로 뜯도록 안장을 얹지도 않고 놓아 두었다. 그리고 그는 너무 멀리서 걸어 왔기에 매우 피곤하여 풀밭에 누워 쉬다가 마침 호수에서 불어오는 가벼운 바람결에 바로 잠이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목부가 어떤 움직임에 놀라 일어나 보니, 아. 어떤 늠름한 회색 숫말이 그의 암노새 근처에서 서성거리는 것이 아닌가.  이에 그 목부는 놀람을 가라앉히고 먼저 간단한 저녁요기를 하고는 다시 출발할 준비를 하였다. 그래서 그의 암노새를 몇 번이나 불렀지만 헛수고였기에 할 수 없이  한참을 노새와 씨름한 끝에 겨우 붙잡아서 안장을 올린 후에 출발할 수 있었다.

 그런데 몇 달 뒤 그의 암노새는 회색 새끼를 한 마리 낳았는데, 그 새끼는 전에 카라쿨 호숫가에서 만났던 그 회색 말을 닮아 있었다. 그 새끼 말은 튼튼하게 자라나서 근방에서 가장 잘 뛰는 말로 성장하였다. 이에 근방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 회색 말을 알아보고 그 아름다운 자태를 탐을 내면서 부러워하였다.

 이에 그 말의 주인 목부는 자만심이 커져서 또 다시 말 새끼를 얻을 욕심이 생겨서 이번에는 암노새와 그 새끼까지 데리고 예전의 그 회색 말을 만났던 그 호숫가로 가서 예전처럼 그 말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면서 이전처럼 잠이 들었다. 그러다가 역시 이상한 소음에 잠에서 깨어났는데, 목부의 눈에 들어온 것은 호수의 출렁이는 물결뿐이었다. 황혼 속에서 회색 말이 다시 호숫가에 나타나기는 했지만, 그러나 이번에는 그 말은 암노새와 새끼 말까지 데리고 셋이서 호수로 되돌아 가 순식간에 물결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카라쿨의 사람들은 아직도 그 말들이 아직도 그 호수 속에서 살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한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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