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군사동맹 끝내고 균형과 중립으로

 

 

Newsroh=이재봉 칼럼니스트

 

 

1. 남북미 정상회담의 의미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과 6월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머지않아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定着)되고 통일이 이루어질 것 같다. 한반도에서 가장 비정상적인 상황이 끝나게 되었다. 중요하고 상징적인 내용으로 다음과 같이 네 가지를 들고 싶다.

 

첫째, 1945년부터 73년 동안 지속되어온 한반도 분단 상태가 끝나게 되었다. 남한과 북한이 실질적인 통일의 길로 나아가게 된 것이다. 남북 정상은 4월 27일 판문점에서 “오랜 분단과 대결을 하루 빨리 종식시키고 민족적 화해와 평화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과감하게 열어나가며 남북관계를 보다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합의했다. 그리고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겨 나갈 것이다”고 합의했다.

 

둘째, 1948년부터 70년 동안 지속되어온 북한과 미국 사이의 적대 관계가 끝나게 되었다. 나아가 두 나라가 국교를 정상화하기로 했다. 북미 정상은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수십 년간 지속되여온 긴장상태와 적대관계를 해소(解消)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기로 합의했다. “새로운 조미관계를 수립해나가기로” 합의한 것이다.

 

셋째, 1950-53년의 한국전쟁이 완전히 끝나게 되었다. 1953년부터 65년 동안 지속되어온 정전 또는 휴전협정이 종전 또는 평화협정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먼저 남한과 북한은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그리고 북한과 미국은 “조선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할 것이다”고 합의했다.

 

넷째, 1993년부터 25년 동안 한반도 안팎에서 갈등과 긴장을 불러온 이른바 ‘북핵 문제’가 풀리게 되었다. 남한과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 미국은 북한에 “안전담보를 제공할 것을 확언하였으며” 북한은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부동한 의지를 재확인하였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북미 양 정상은 역사적인 공동합의문(도널드 트럼프 미합중국(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 성명)을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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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어떻게 이룰까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가 자리 잡은 동아시아에서 치열하게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다. 남북한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고 추구해야 할까.

 

1) 중국의 급성장과 목표

 

중국은 1978년부터 개혁개방을 실시하며 1980년 경제특구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1992년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2001년 세계무역기구 (WTO)에 가입했다. 2010년대 초반까지 30년 이상 연평균 10% 안팎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세계경제를 주도해온 ‘G7’ 국가들 가운데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들을 2010년까지 따라잡았다. 1993년 캐나다, 2000년 이탈리아, 2005년 프랑스, 2006년 영국, 2007년 독일, 2010년 일본을 추월한 것이다. 국내총생산 (GDP)을 시장환율 (MER)이 아닌 구매력평가지수 (PPP)로 계산한다면 2014년엔 미국까지 추월했다. 또한 2009년 독일을 제치고 세계 제1수출대국이 되었고, 2012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1무역대국이 되었다.

 

중국은 이러한 급속하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1990년대부터 국방비를 크게 늘려왔다. 2000년대부터는 경제성장률을 웃도는 연평균 12% 안팎의 증가율을 보였다. 2010년부터는 러시아, 프랑스, 영국 등 군사강국들보다 두 배 이상의 군비를 지출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2026년이면 중국의 GDP가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미국에 맞서 해양 전력을 본격적으로 증강시키며 대만해협을 포함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개입을 무력화하는 작전을 세워놓았다. ‘접근반대 및 지역거부(反介入/区域拒止, anti-access and area-denial)’ 전략으로, 중국과 가까운 바다에서는 미국 함대의 접근을 막고, 조금 더 먼 바다에서는 미국 함대의 작전을 방해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미국 항공모함을 추적하여 격침시킬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중거리 지대함(地對艦) 다탄두(多彈頭) 탄도미사일을 개발해 2009년 공개했다. ‘항공모함 킬러’로 평가받고 있는 미사일이다. 2014년엔 미국의 미사일방어망 (MD)을 뚫을 수 있는 마하 10 (시속 약 12,000km) 이상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했다.

 

중국은 2017년 10월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신시대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를 통해 2050년까지 세계 제1의 국가가 되겠다고 공언했다. 중국공산당 창립 100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는 ‘소강(小康) 사회’를 이루고,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모든 인민이 함께 부강해지는 ‘대동(大同) 사회’로 나아간다는 내용이다.

 

시진핑 주석은 강한 군대 건설을 유달리 강조하기도 했다. 2020년까지 군대의 기계화와 정보화를 실현하고 2035년까지 국방 현대화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나아가 2050년까지 세계 일류 군대를 만들겠다고 했다. 야심차게 추진해온 ‘일대일로 (一帶一路)’ 정책을 바탕으로 ‘중국의 꿈 (中國夢)’과 아울러 ‘강한 군대의 꿈 (强軍夢)’도 이루겠다는 것이다.

 

2) 미국의 견제와 봉쇄

 

미국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군사력 증강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늦어도 1990년대 초부터 “새로운 경쟁국의 재등장”을 막기 위해 대외정책 및 국방전략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해왔다. 특히 중국의 경쟁 국가인 일본을 활용하고 있다.

 

1996년 일본과 안보공동선언을 발표하고, 1997년 일본과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일본의 재무장을 막고 있는 ‘평화헌법’을 수정해 ‘정상국가’가 되도록 촉구하면서 일본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진출하도록 지원했다. 2015년엔 일본과의 방위협력지침을 다시 개정하고, 2016년엔 일본 안보법제를 개정하도록 이끌었다.

 

미국 국방부는 냉전 종식 직후 1993년 1월 발표한 <1990년대를 위한 방위전략 (Defense Strategy for the 1990s)>”에서부터 중국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백악관은 1999년 12월 발표한 <새로운 세기를 위한 국가안보전략 (A National Security Strategy for a New Century)>을 통해 21세기를 앞두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일본과의 공동안보를 강조했다.

 

국방부는 2000년부터 해마다 <중국의 군사력에 관한 연례보고서>를 만들어 의회에 제출하고 있다. 의회가 국방장관으로 하여금 현재와 미래의 중국 군사전략에 관해 20년 동안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한 <국가방위 위임법 (The FY2000 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에 따른 것이다.

 

백악관이 2010년 5월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일본, 한국, 필리핀, 태국, 호주 등 5개국과 군사동맹을 강화할 것을 강조했다.

 

국방부가 2012년 1월 발표한 <새로운 전략지침>에서는 중국의 ‘접근반대 및 지역거부’ 전략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지침의 주요 내용은 미국 대외전략의 중심축을 유럽에서 아시아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아시아 회귀 (pivot to Asia)’ 또는 ‘아시아 재균형 (Asia rebalancing)’ 전략이다.

 

백악관이 2017년 12월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에서는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심각한 위협을 느낀다고 했다.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고 경제가 가장 역동적인 지역이다. “일본과 호주 그리고 인도와의 4각협력 (quadrilateral cooperation)을 증진시켜” 중국을 봉쇄하겠다고 했다. 동맹국들과 강력한 방어망을 구축하겠다며 일본 및 남한과 미사일 방어에 협력할 것이란 대목은 주목할 만하다. 남한의 싸드 (THAAD)가 포함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며 압박하려는 데는 경제적 배경도 크다. 2017년 <국가안보전략>이 밝히고 있듯, 중국은 전 세계를 땅길과 바닷길로 연결한다는 이른바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지구촌 곳곳에 기반시설을 구축하는데 이미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왔다. 미국에게 더 심각한 문제는 1년 평균 3,500억 달러에 이르는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다. 남한에 1년 평균 200억 달러 안팎의 무역적자를 내는 게 불만스러워 한미 자유무역협정 (FTA)을 다시 협상하자고 했던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 공개적으로 무역전쟁을 선포하는 배경일 것이다.

 

3)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에 따른 남한의 선택: 균형과 중립

 

1990년대부터 ‘새로운 냉전’ 또는 ‘제2차 냉전’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미국과 중국 사이의 경쟁과 갈등이 치열해지고 있다. 2050년까지 세계 최강대국이 되겠다는 중국과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지위를 지키겠다며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려는 미국이 첨예하게 맞서는 지역이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다.

 

미국은 점진적으로 쇠퇴하는 초강대국으로 남한의 유일한 군사동맹이고, 중국은 급속하게 떠오르는 강대국으로 남한의 제1 무역상대국이다. 한편, 북한에겐 미국은 ‘철천지 원쑤’이고, 중국은 가장 큰 후원국이자 실질적으로 유일한 군사동맹이다.

 

참고로, 남한과 중국의 경제적 관계는 1992년 국교 수립 이후 눈부시게 발전해왔다. 한중 교역량은 2003년부터 한일 교역량을 넘어섰다. 2004년부터는 한미 교역량을 초과했다. 2009년부터는 한미 및 한일 교역량을 합친 것보다 많아졌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역의 내용이다. 일본에겐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단 한 해도 흑자를 기록해본 적이 없는 가운데 2017년 283억 달러의 적자를 보았다. 미국에겐 1982년부터 흑자를 기록하면서 2017년 179억 달러의 흑자를 냈다. 중국에겐 수교 다음해인 1993년부터 흑자를 기록해온 가운데 2017년 443억 달러의 흑자를 보았다. 세계에서 무역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 가운데 하나인 남한의 전체 교역량 가운데 약 1/4을 중국이 차지하고, 전체 무역흑자 가운데 거의 절반을 중국에서 거두고 있다.

 

이렇듯 유일한 군사동맹인 미국과 전략적 동반자 겸 제1의 교역상대국인 중국이 패권경쟁을 하는데, 남한은 한반도의 안정과 번영 그리고 평화와 통일을 위해 어떠한 선택을 하는 게 바람직할까.

 

중국과 미국의 사이에서 한반도가 가야 할 길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쇠퇴하는 미국보다 부상하는 중국과의 협력을 더 중시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군사안보를 위한 친미정책을 지속하면서 동시에 경제통상을 위한 친중정책도 전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미국과 연대하면서 중국과 친화해야 한다는 연미화중(聯美和中)이나, 미국과 중국 두 나라와 같이 연대해야 한다는 연미연중(聯美聯中)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나는 균형과 중립을 제안한다. 첫째, ‘균형’은 2003년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가안보전략 기조 가운데 하나로 내세웠다. ‘균형적 실용외교’를 추구하겠다며 “대외관계에서 우리가 동시에 실현해나갈 대립되거나 상이한 목표와 요구들 간의 균형을 취하고, 설정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외교적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했다.

 

친미 보수적 정치인, 언론인, 학자들이 거세게 비판했다. 국제정치학의 ‘세력균형 이론’을 끌어들여 남한이 무슨 힘이 있다고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미국 없이 살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둘째, ‘중립’은 조선시대 말부터 중국과 일본 그리고 러시아 사이에서 제기되어왔다. 1940-50년대엔 재외동포와 미국의 정치인들이 제안했다. 1960년 4월혁명 직후엔 혁신정당과 사회단체들이 주창했다. 1960-80년대엔 김일성, 김대중, 카터 등 국내외 정치인들과 학자들이 주장했다.

 

일부 학자들은 중립화에 대해 비현실적이거나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한다. 중진국엔 맞지 않는 소극적 정책이라고 주장하는 진보적 학자들도 있다. ‘중립’에 대한 오해 때문인 듯하다.

 

중립이란 본디 국가들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을 때 제3국이 교전 당사국에 무력 지원은 물론 각종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등 어느 쪽에도 가담하지 않는 상태를 가리킨다. 경제통상 문제와 관계없이 어느 특정 국가와 군사협력 관계나 군사동맹을 맺지 않아야 한다. 쉽게 말해 한미 군사동맹을 끝내야 한다는 뜻이다.

 

한반도에서는 남한 단독으로 중립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북한과 더불어 중립을 추구해야 한다. 당사자인 남한과 북한이 중립을 원해야 하고 주변 강국들이 이에 동의하며 보장해야 중립이 실현될 수 있다.

 

참고로, 북한은 통일방안에서 중립화를 강조한다. “서로 다른 사상과 제도를 가지고 있는 북과 남의 두 지역을 하나의 련방국가로 통일하는 조건에서 고려민주련방공화국이 중립국가로 되는 것은 필연적인 것이며 또 현실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어느 대국에도 기울지 않는 자주적이고 평화적이고 쁠럭 불가담적인 중립국가로 되여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과거 주한미군 철수를 고려하면서 한반도 중립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거나 논의한 적이 두 번 있었다. 1953년 한국전쟁 정전협정 조인을 앞두고 협정 서명 후 3개월 내에 한반도 안에서 외국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내용의 초안에 대한 대비책으로 휴전 이후 한반도의 중립화 방안을 만들었다. 1970년대에는 주한미군을 철수할 경우 한반도의 중립화가 필요할지 모른다며 카터 대통령이 이에 관한 정책 검토를 지시했다.

 

미국이 지난날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를 구상하면서 한반도 중립화를 고려했듯, 앞으로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이나 감축 또는 철수를 계획하면서도 한반도가 중국의 영향권 아래 놓이지 않도록 중립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중국은 북한 핵무기 폐기와 주한미군 철수 그리고 한미동맹 폐기를 포함하는 한반도 중립화를 반대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따라서 남한이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한 쪽에 치우치는 것보다는 ‘균형 외교’ 또는 ‘등거리 외교’를 펼치면서 북한과 더불어 중립을 추구하는 게 바람직하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치열해지기 전에 안으로는 국가연합이나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추구하고 밖으로는 주한미군 철수와 한반도 중립화를 지향한다면 주변 강대국들의 방해나 반발 없이 자주와 평화를 지키며 통일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통일경제포럼에서 펴내는 ‘통일경제’ 7월호에도 실려 있습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이재봉의 평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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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만든 법의 굴레에 묶이지 않을 것입니다’
  • 우루무치에서 만난 우렁각시 file

    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92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내 마라톤이 마냥 고통의 연속으로 알고 측은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막에도 오아시스가 있듯이 나의 마라톤에도 오아시스처럼 청량하고 달콤한 시간들이 있다. 그러니 지나치게 측은해 ...

    우루무치에서 만난 우렁각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