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tch up with - apologize 

골프를 하다 보면 앞 팀의 굼벵이 플레이로 인하여 짜증날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뒤 팀에게 지장을 주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한 번은 앞 팀과의 간격을 유지한 채 플레이를 하고 있는 데 뒤 팀의 키위가 와서 우리 보고 ‘빨리 가라고’(speed up, catch up with the team)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열심히 잘 따라가고 있는데 그렇게 얘기하니까 화가 났습니다. ‘우리 팀에 비거리가 많이 나가는 사람이 있는데 충분한 거리가 되지 못해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라고 얘기했습니다만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음 티에 가서 뒤팀의 키위보고 ‘야! 그러면 니가 먼저 나가라!’라고 했더니 ‘좋다’라고 하면서 자기가 티에 서는 것입니다.  그러더니 앞팀이 아직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자기도 기다리더군요. 아무 말도 안 하면서 말입니다.

 

가끔 이런 키위를 보면 ‘혹시나 인종적인 측면에서 그러는 것이 아닌가?’하는 (이런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되겠지만) 마음을 갖게 되는데 더욱 밀려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기 죽지 말자고’. 이 친구 말에 화가 나서 그 홀은 뒷땅에다 탑핑에다 엉망이 되어 버렸습니다.

 

한번은 제가 페어웨이에서 플레이를 하고 있는데 뒤팀의 키위가 드라이버 샷으로 우리를 훌쩍 넘기는 것입니다. 화가 났습니다. 이 친구에게 직접 얘기하려다가 ‘아니 이런 x은 본떼를 보여 줘야지!’생각하고는 다음 홀에 갔을 때 club 사무실로 가서 메니저에게 클레임을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몇 홀을 돌고 나서 그 키위하고 거리가 가까워졌을 때 그 키위가 저에게 와서 정식으로 사과(apologize)를 하더군요. ‘아까는 거리 계산을 잘 못해서(miscalculation) 그렇게 됐다’라는 것입니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키위에게 apology를 받으니 기분이 나아졌습니다. 아마 메니저가 그 키위한테 얘기를 한 모양입니다.

 

‘그럼 그렇지, 당연히 사과를 해야지, 만일 네가 사과를 안 했으면 office에 정식으로 claim을 제기하려고 했다’라고 했습니다. 정식으로 클레임이 접수 돼서 이런 사실이 사실로 밝혀지면 그 키위는 그 골프장에서 플레이를 할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키위에게 사과를 받은 게 여러 번 있습니다. 저는 키위에게 절대 기 죽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골프장에서 키위 학생들이 골프를 하는 것을 가끔 봅니다. 부모님하고 같이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저네들끼리 플레이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번은 중학생 정도 보이는 어린 애들이 우리 뒤에서 플레이를 하는데 페어웨이에서도 큰 소리로 떠들 뿐만이 아니라 그린에 올라가서도 계속 떠드는 것입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다음 홀에 가서 티오프를 안하고 그네들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Hey, boys, come on here!’하고 제가 불렀습니다. ‘Do you know golf is the game of etiquette?’하면서 뭐라고 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알아차렸는지 조용히 하더군요.

 

한번은 은행에 볼 일이 있어서 찾아갔는데, 키위 담당 아줌마가 내가 물어 본 것에 대한 대답은 안하고 ‘어디서 왔느냐? 왜 수표구좌가 없느냐?’자꾸 다른 얘기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내가 알고자 하는 것하고 출신 나라하고 무슨 상관이 있느냐? 너 지금 그것을 왜 물어 보느냐?’ 라고 격앙된 어조로 얘기했더니 잠시 머뭇거리더니 ‘그냥 얘기해 본 것이다’라고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더군요. 

 

결국은 본부에다 전화를 걸어서 (이것은 자기가 모르고 있다는 것을 시인한 행위임) 알려 주더군요. 이제는 약간 웃음을 지으면서 말입니다 (이것은 약간 미안하다는 뜻도 있음). 이 간단한 사건을 두고 별놈의 요상한 상념(?)이 왔다 갔다 했습니다. ‘영어도 못하는 아시안? 즈그들이 뭘 안다고?’(또 이러한 생각하면 안되겠지만)

 

우리 1세들이 기 죽고 산다면 우리 후세들이 기를 못 펴고 삽니다.

 

 Shean Shim:schooldoctor@hotmail.com

 

50461ce5ba7575de353e13bafc924c5b_1539211

  • |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이른바 한국 '애국 보수'에 고한다 file

    Newsroh=김중산 칼럼니스트     사전 주문이 폭주해 판매가 시작되기도 전에 6차례나 더 인쇄했다는 밥 우드워드 기자가 쓴 화제의 책 ‘공포(FEAR)’에는 한국에 대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천박한 인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나도 한 권 샀으니 ‘공포’가 낙양(洛陽)의 ...

    이른바 한국 '애국 보수'에 고한다
  • 아! 친구야, 너의 모습은 어디로 갔니~

    중,고 시절 극심한 가난에 허덕이던 친구가 있었다. 중학교 2학년 때 같은 반에서 만나 여고 시절에도 친하게 어울렸던 친구는 웃기도 잘하고 명랑하였다. 아버지가 하시던 사업의 실패로 인하여 무척 힘든 학창시절을 보낸 친구는 고등학교 졸업 후 직장생활을 몇 년간 ...

    아! 친구야, 너의 모습은 어디로 갔니~
  • 짐승에서 사람으로. file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5시 30분에 일어났다. 아직 업무시간이 아니라 오프듀티 드라이브로 월마트에 갔다. 주차장 자체는 넓지만 트럭이 드나들기 쉽지 않은 공간이었다. 필요한 식품을 샀다. 고구마가 있어 많이 안 사도 되는데 눈에 띄면 카트에 담게 된...

    짐승에서 사람으로.
  • 신나는 기쁨의 삶

    [호산나 칼럼] 헬렌 켈러의 삶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하늘밭교회) = "산다는 것은 신나는 일이다. 그런데 남을 위하여 산다는 것은 더욱 신나는 일이다." 헬렌 켈러의 말입니다. 듣지도 보지 못하는 그녀가 산다는 것이 신나는 일이라고 말하는 것을 어떻게 ...

    신나는 기쁨의 삶
  • 무지개 색깔은 정말 일곱 가지일까?

    체중이 감당이 안 된다. 아침에 운동장 일곱 바퀴를 걷기로 했다. 차 한잔을 마시고 다른 생각이 파고들기 전에 동네 운동장으로 나간다. 생각하기 시작하면 운동보다 더 중요한 일이 많다. 날씨와 상관없이 무조건 걷는다. 그런데 오늘따라 날씨가 요망하다. 파란 하늘...

  • 생로병사의 비밀

      인간은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이 있다. 웰빙(well-being) 시대에 점점 노령화 되는 과정에 건강에 관심이 높아졌다. 비단 노인뿐만 아니라 누구든 건강은 있을 때 지켜야 한다.    있을 때는 모르지만 없을 때 절실해지는 것이 바로 건강이다. 건강이란...

    생로병사의 비밀
  • 핏스톤 터미널에 왔다. file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밤새 연락이 안 왔다. 결국 발송처에서 밤을 샜다. 아침에 사무실에 가보니 내 정보가 입력이 안 돼있다. 그 아줌마가 그냥 퇴근했다. 나를 보더니 까먹었단다. 뭐 상관 없다. 어제 화물을 받았었도 어차피 어딘가에서 쉬어야 했다....

    핏스톤 터미널에 왔다.
  • 기 죽지 말고 떳떳하게 살자 (VI)

    ■ Catch up with - apologize  골프를 하다 보면 앞 팀의 굼벵이 플레이로 인하여 짜증날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뒤 팀에게 지장을 주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한 번은 앞 팀과의 간격을 유지한 채 플레이를 하고 있는 데 뒤 팀의 키위가...

    기 죽지 말고 떳떳하게 살자 (VI)
  • 가을, ‘김광석 거리’에서 김광석을 그리다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투어 (대구=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대구에 간다고요? 에이, 볼 것도 없고 갖혀있어서 답답한 도시 아닙니까?” 한국을 방문하기 전에 대구에 간다는 말을 전해들은 후배가 못마땅한 투로 던진 말이다. 분지라서 가장 더운 곳이 대구라는 정...

    가을, ‘김광석 거리’에서 김광석을 그리다
  • 욕쟁이할머니 맛의 비밀

    퇴근한 후에 산동네를 오르는 동네아저씨들은 길목에 있던 우리집 구멍가게를 그냥 지나 칠 수가 없었다. 한 동네 모두가 이웃이었고 주말이면 벌건 연탄불에 굽는 돼지고기의 냄새가 골목을 진동했기 때문이다. 고단한 하루를 버텨낸 그들은 뜨거운 고기 한점을 들고 소...

    욕쟁이할머니 맛의 비밀
  • 노래의 위력은 역사에서 입증됐다

    침목하는 여객선서 노래로 두려움 이겨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 노래 중에는 즐거운 노래도 있고 슬픈 노래도 있습니다. 노래의 성격이 어떠하든 노래는 공포와 불안을 없애줍니다. 마음을 가다듬게 해주고 마음이 불안할 때...

    노래의 위력은 역사에서 입증됐다
  • ‘성인의 날 이브’인가 ‘스푸키 나잇’인가

    10월 31일 할로윈 , 고대 유럽 축제가 미국식 축제로   ▲롱우드시 한 교회가 ‘잭 오 랜턴’에 사용할 수 있는 주황색 호박들을 판매하고 있는 모습. ⓒ 코리아위클리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10월 31일 저녁, 검정색과 주황색으로 표현되는 할로윈 의 대표...

    ‘성인의 날 이브’인가 ‘스푸키 나잇’인가
  • 중학교에서 친구 찾기 쉽지 않다

    동네 여러 초등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낯설기 십상 (워싱턴=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 칼럼니스트) = 중학교에 입학하면 학생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공부가 아니라 친구 문제인 듯싶습니다. 물론 같은 동네에서 함께 초등 학교에 다니던 친구들과 같은 중학교에...

    중학교에서 친구 찾기 쉽지 않다
  • “독감 시즌, 반드시 백신 접종 해야”

    [생활칼럼] 지난해 전국 사망자 평년 두 배, 십수년만에 가장 높아   ▲ 독감 시즌을 맞아 보건 전문가들이 일제히 백신 접종 권고에 나섰다. ⓒ 코리아위클리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독감 시즌을 맞아 보건 전문가들이 일제히 예방접종 권고에 나섰다. 이...

    “독감 시즌, 반드시 백신 접종 해야”
  • 남기고 싶은 말 “부끄럽지 않게 살다 간다” file

    ‘조상의 원수를 갚기 위해 미국에 왔다’는 분에게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독자) = 나는 몇해 전부터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스토리 속 대화 중 기억하고 싶은 짧은 말들을 작은 노트에 기록해 왔다. 노트에 적은 것 중에 ‘부끄럽지 않게 살다 간다’는 말이 있는데...

    남기고 싶은 말 “부끄럽지 않게 살다 간다”
  • 겨레의 핵을 어쩔 것인가? file

    오인동의 ‘밖에서 그려보는 통일조국’ (9)     Newsroh=오인동 칼럼니스트         2013년 3차 핵시험 뒤 3월 북미 ‘핵대핵 대결’ 상황이 벌어진 가운데 북은 <남북비핵화공동선언>(’92년)을 무효화했다. 2016년, 4차 핵시험(수소탄) 뒤 북은 ‘핵을 포기하는 일은 절대 ...

    겨레의 핵을 어쩔 것인가?
  • 모든이를 위한, 모든이에 의한, 모든이와 함께하는 민주주의 file

    시민이 참여하고 발안하는 직접민주제 시대 도래 제7차 직접민주주의 글로벌 포럼 로마대회 참관 기록 Omnibus Direct Democracy – by everyone, for everyone , with every one     Newsroh=이래경 칼럼니스트     필자가 ‘직접민주주의’라는 단어를 처음 접하고 이를 ...

    모든이를 위한, 모든이에 의한, 모든이와 함께하는 민주주의
  • 남북 화해 무드에 찬물 끼얹은 트럼프의 ‘승인’ 망언

    [시류청론] 문 대통령, 한국 식민지 취급한 트럼프에 '노!' 해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때 유일한 수행 기자 카일리 앳우드는 10월 11일 CBS 인터넷판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폼페이오의 깍듯한 예우에 관한 목격담...

    남북 화해 무드에 찬물 끼얹은 트럼프의 ‘승인’ 망언
  • 단군조선 역사의 재조명

     ​ 단군조선 역사는 일제 식민사관에 의해 상처를 받았고  중국의 동북공정에 의해 위기에 처해 있다.  홍익인간의 기치아래 8천 5백만 한민족이 똘똘 뭉쳐 ……    초등학교 2학년 때의 기억이다. 장래 희망이 무어냐는 물음에 ‘단군왕검이 되겠습니다’라고 대답한 일이 ...

    단군조선 역사의 재조명
  • 이자율 내려간다

    우리가 늘 긴장해 왔던 미연준 금리 인상과는 달리 뉴질랜드 은행들의 대출 금리는 내려가고 있다. 이 현상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나의 융자 이자율은 2년 이상 장기로 가야 할까? 일시적이라면 단기로 가야 할까? 융자 승인이 어려워진다는 지금, 은행의 ...

    이자율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