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시절 극심한 가난에 허덕이던 친구가 있었다. 중학교 2학년 때 같은 반에서 만나 여고 시절에도 친하게 어울렸던 친구는 웃기도 잘하고 명랑하였다. 아버지가 하시던 사업의 실패로 인하여 무척 힘든 학창시절을 보낸 친구는 고등학교 졸업 후 직장생활을 몇 년간 하다가 20대 초반인 꽃다운 어린 나이에 나이 차이가 꽤 있는 신랑을 같은 직장에서 만나 결혼을 하였다. 친구들 간에 아마 두 번째로 빨리 결혼을 하였기에 결혼식장에 친구들 이 꽤 많이 참석을 하였다. 그 날 나는 사진 찍어주랴 축가 부르랴 바빴고..  

 

결혼 후에도 남편의 사업이 일어날 만하면 쓰러지기도 하고 거듭된 실패로 힘든 나날들을 보내곤 하였다고 한다. 그 많은 숱한 날들을 험난하게 보내고 현재 살고 있는 지역에 정착하면서 생활이 조금씩 형편이 나아지게 되며 이젠 별 어려움 없이 자리잡게 되었다고 한다. 

 

나의 경우 오랜 뉴질랜드 생활에도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은 끊어지지 않고 연결이 되고 있어서 아마도 십 년이 지나서인가 오랜만에 만났을 때였다. 

 

예전에 내가 알고 있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어서 “이런 아이였나?”하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소탈하게 웃는 모습은 여전하지만 예전과는 다른 밝은 웃음은 아니었고, 너스레 떠는 성격은 여전하지만 말에서 행동에서 오랜 세월동안 형편이 어려워서 억누르고 살았던 것들이 잠재되어 있다가 표출된 것과 같은 것을 느끼며 나의 입에서 불쑥 “아.. 친구야! 너의 순박하고 천진난만 하던 모습은 어디로 갔니~”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을 꾹 눌러 참았다. 

 

어린이선교원을 운영할 때 운전을 해 주었던 청년이 있었다. 인물이 출중하였던 청년으로 제대로 교육을 받았더라면 요즘 말로 한 자리 하는 사람이 되었을 것 같은 똑소리 나는 사람으로 특히 그 청년의 운전 실력은 아주 훌륭하여 여러가지 운전면허를 소지하여 전국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닐 지경이었다. 

 

그 청년이 어렸을 때 엄마가 가출하여 고아로 자랐다는 데 어느 부유한 집에서 데려다 키우겠다고 제안이 들어온 것을 자신이 거절했다고 하였다. 장성한 후에 어느 사회복지원에 머물고 있으면서 운전을 하는데 마침 시간 이 여유가 있어서 내가 운영하던 어린이선교원의 차 운행을 얼마동안 하였던 적이 있다. 

 

아침에 원아들 픽업한 후 오전반 끝날 때까지 시간이 무료할 것 같아서 컴퓨터 학원에 다니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등록을 해 주니, 꽤 빨리 익히는 것이었다. 나는 그 청년을 보며 머리도 있고 똑똑하긴 하지만 간혹 느꼈던 점이 가정에서 부모님 밑에서 성장하여 모든 면에 모자람이 없이 풍족하게 누릴 수 있었다면 지극히 교만하고 오만한 모습이었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테면 그가 속해 있던 곳에는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으로 오랜 세월동안 지병으로 인해 초췌해지고 사람의 눈에 번듯하지 못한 모습인데 자신은 젊고 몸도 건강하고 외모도 괜찮으니 자신이 그들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때로는 거칠고 함부로 행동을 하기도 하여 사회복지원 원장님으로부터 경고를 듣기도 하여 걱정과 염려를 끼쳤다는 이야기를 나에게 하는 것이다.                                  

 

술을 마시지 말라고 그렇게도 이야기했다는데 지방간에 걸린 상태에서도 여전히 술을 마시며 때로는 술 기운에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는 것이다. 언젠가 한국에 방문하였을 때 연락이 되어서 내가 어머니와 잠시 머물고 있는 곳으로 초대를 하였더니 섬기고 있는 맹인 목사님과 함께 방문하였기에 정성껏 만든 음식으로 식사 대접을 하며 금일봉을 주었더니 수중에 돈이 있으면 술을 마시게 되어서 괜찮다고 하더니 몇 년 후에 결국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 젊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 술도 끊고 자숙하며 자신이 속한 그룹에서 꼭 필요한 사람으로서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겸손하게 그리고 약한 사람들을 위해 도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사랑으로 섬기며 봉사를 했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이런 것을 느낀다. 사람은 본성이 악해서 틈만 나면 자기가 우월함을 타인에게 말과 행동으로 나타내고 싶어한다. 남이 자신을 알아주었으면 하며 지위와 명예가 있으면 은근히 남에게 대하는 태도와 언어도 함부로 대하는 그런 부류의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다가 때로 심한 혹독한 시련을 겪게 되어 사람이 변화를 받게 되면 가을에 들판에 있는 벼가 익어서 고개를 숙이듯 겸손하게 되어 자신을 추스리게 되는 것일까! 

 

 *     *     * 

예수님을 믿고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신명기 8장에 나오는 말씀을 듣다가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린 적이 있었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 사십년 동안에 너로 광야의 길을 걷게 하신 것을 기억하라! 이는 너를 낮추시며 너를 시험하사 네 마음이 어떠한지 그 명령을 지키는지 아니 지키는지 알려 하심이라 ”(신명기 8장 2절) 

 

“네 열조도 알지 못하던 만나를 광야에서 네게 먹이셨나니 이는 다 너를 낮추시며 너를 시험하사 마침내 네게 복을 주려 하심이었느니라”(신명기 8장 16절)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는 말씀처럼 낮추시고 세우시는 분은 하나님으로 교만하지 말라고 광야의 길을 걷게 하시는 것이다.                                        

살다보면 때로는 타인의 말과 행동, 눈빛 하나만으로도 상처받고 고통 받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지나간 세월이나 시간 가운데 나의 모습이 상대방을 통하여 나타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는 것도 좋겠다. 잊혀진 기억 속에 나의 모습이 생각나는 것이 있을 테니… 나 역시 며칠 전 기도하다가 나의 삶의 한 조각인 나의 모습이 생각나서 펑펑 울었다.           

 

한 가지 더 지혜로운 방법은 그 사람을 위하여 기도하는 것이다. 용서와 사랑으로.. 

 

“미움은 다툼을 일으켜도 사랑은 모든 허물을 가리느니라” (잠언 10장 12절)

 

fc6e77e162c82a44c62c90fc0b074059_1539377 

  • |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이른바 한국 '애국 보수'에 고한다 file

    Newsroh=김중산 칼럼니스트     사전 주문이 폭주해 판매가 시작되기도 전에 6차례나 더 인쇄했다는 밥 우드워드 기자가 쓴 화제의 책 ‘공포(FEAR)’에는 한국에 대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천박한 인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나도 한 권 샀으니 ‘공포’가 낙양(洛陽)의 ...

    이른바 한국 '애국 보수'에 고한다
  • 아! 친구야, 너의 모습은 어디로 갔니~

    중,고 시절 극심한 가난에 허덕이던 친구가 있었다. 중학교 2학년 때 같은 반에서 만나 여고 시절에도 친하게 어울렸던 친구는 웃기도 잘하고 명랑하였다. 아버지가 하시던 사업의 실패로 인하여 무척 힘든 학창시절을 보낸 친구는 고등학교 졸업 후 직장생활을 몇 년간 ...

    아! 친구야, 너의 모습은 어디로 갔니~
  • 짐승에서 사람으로. file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5시 30분에 일어났다. 아직 업무시간이 아니라 오프듀티 드라이브로 월마트에 갔다. 주차장 자체는 넓지만 트럭이 드나들기 쉽지 않은 공간이었다. 필요한 식품을 샀다. 고구마가 있어 많이 안 사도 되는데 눈에 띄면 카트에 담게 된...

    짐승에서 사람으로.
  • 신나는 기쁨의 삶

    [호산나 칼럼] 헬렌 켈러의 삶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하늘밭교회) = "산다는 것은 신나는 일이다. 그런데 남을 위하여 산다는 것은 더욱 신나는 일이다." 헬렌 켈러의 말입니다. 듣지도 보지 못하는 그녀가 산다는 것이 신나는 일이라고 말하는 것을 어떻게 ...

    신나는 기쁨의 삶
  • 무지개 색깔은 정말 일곱 가지일까?

    체중이 감당이 안 된다. 아침에 운동장 일곱 바퀴를 걷기로 했다. 차 한잔을 마시고 다른 생각이 파고들기 전에 동네 운동장으로 나간다. 생각하기 시작하면 운동보다 더 중요한 일이 많다. 날씨와 상관없이 무조건 걷는다. 그런데 오늘따라 날씨가 요망하다. 파란 하늘...

  • 생로병사의 비밀

      인간은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이 있다. 웰빙(well-being) 시대에 점점 노령화 되는 과정에 건강에 관심이 높아졌다. 비단 노인뿐만 아니라 누구든 건강은 있을 때 지켜야 한다.    있을 때는 모르지만 없을 때 절실해지는 것이 바로 건강이다. 건강이란...

    생로병사의 비밀
  • 핏스톤 터미널에 왔다. file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밤새 연락이 안 왔다. 결국 발송처에서 밤을 샜다. 아침에 사무실에 가보니 내 정보가 입력이 안 돼있다. 그 아줌마가 그냥 퇴근했다. 나를 보더니 까먹었단다. 뭐 상관 없다. 어제 화물을 받았었도 어차피 어딘가에서 쉬어야 했다....

    핏스톤 터미널에 왔다.
  • 기 죽지 말고 떳떳하게 살자 (VI)

    ■ Catch up with - apologize  골프를 하다 보면 앞 팀의 굼벵이 플레이로 인하여 짜증날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뒤 팀에게 지장을 주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한 번은 앞 팀과의 간격을 유지한 채 플레이를 하고 있는 데 뒤 팀의 키위가...

    기 죽지 말고 떳떳하게 살자 (VI)
  • 가을, ‘김광석 거리’에서 김광석을 그리다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투어 (대구=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대구에 간다고요? 에이, 볼 것도 없고 갖혀있어서 답답한 도시 아닙니까?” 한국을 방문하기 전에 대구에 간다는 말을 전해들은 후배가 못마땅한 투로 던진 말이다. 분지라서 가장 더운 곳이 대구라는 정...

    가을, ‘김광석 거리’에서 김광석을 그리다
  • 욕쟁이할머니 맛의 비밀

    퇴근한 후에 산동네를 오르는 동네아저씨들은 길목에 있던 우리집 구멍가게를 그냥 지나 칠 수가 없었다. 한 동네 모두가 이웃이었고 주말이면 벌건 연탄불에 굽는 돼지고기의 냄새가 골목을 진동했기 때문이다. 고단한 하루를 버텨낸 그들은 뜨거운 고기 한점을 들고 소...

    욕쟁이할머니 맛의 비밀
  • 노래의 위력은 역사에서 입증됐다

    침목하는 여객선서 노래로 두려움 이겨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 노래 중에는 즐거운 노래도 있고 슬픈 노래도 있습니다. 노래의 성격이 어떠하든 노래는 공포와 불안을 없애줍니다. 마음을 가다듬게 해주고 마음이 불안할 때...

    노래의 위력은 역사에서 입증됐다
  • ‘성인의 날 이브’인가 ‘스푸키 나잇’인가

    10월 31일 할로윈 , 고대 유럽 축제가 미국식 축제로   ▲롱우드시 한 교회가 ‘잭 오 랜턴’에 사용할 수 있는 주황색 호박들을 판매하고 있는 모습. ⓒ 코리아위클리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10월 31일 저녁, 검정색과 주황색으로 표현되는 할로윈 의 대표...

    ‘성인의 날 이브’인가 ‘스푸키 나잇’인가
  • 중학교에서 친구 찾기 쉽지 않다

    동네 여러 초등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낯설기 십상 (워싱턴=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 칼럼니스트) = 중학교에 입학하면 학생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공부가 아니라 친구 문제인 듯싶습니다. 물론 같은 동네에서 함께 초등 학교에 다니던 친구들과 같은 중학교에...

    중학교에서 친구 찾기 쉽지 않다
  • “독감 시즌, 반드시 백신 접종 해야”

    [생활칼럼] 지난해 전국 사망자 평년 두 배, 십수년만에 가장 높아   ▲ 독감 시즌을 맞아 보건 전문가들이 일제히 백신 접종 권고에 나섰다. ⓒ 코리아위클리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독감 시즌을 맞아 보건 전문가들이 일제히 예방접종 권고에 나섰다. 이...

    “독감 시즌, 반드시 백신 접종 해야”
  • 남기고 싶은 말 “부끄럽지 않게 살다 간다” file

    ‘조상의 원수를 갚기 위해 미국에 왔다’는 분에게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독자) = 나는 몇해 전부터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스토리 속 대화 중 기억하고 싶은 짧은 말들을 작은 노트에 기록해 왔다. 노트에 적은 것 중에 ‘부끄럽지 않게 살다 간다’는 말이 있는데...

    남기고 싶은 말 “부끄럽지 않게 살다 간다”
  • 겨레의 핵을 어쩔 것인가? file

    오인동의 ‘밖에서 그려보는 통일조국’ (9)     Newsroh=오인동 칼럼니스트         2013년 3차 핵시험 뒤 3월 북미 ‘핵대핵 대결’ 상황이 벌어진 가운데 북은 <남북비핵화공동선언>(’92년)을 무효화했다. 2016년, 4차 핵시험(수소탄) 뒤 북은 ‘핵을 포기하는 일은 절대 ...

    겨레의 핵을 어쩔 것인가?
  • 모든이를 위한, 모든이에 의한, 모든이와 함께하는 민주주의 file

    시민이 참여하고 발안하는 직접민주제 시대 도래 제7차 직접민주주의 글로벌 포럼 로마대회 참관 기록 Omnibus Direct Democracy – by everyone, for everyone , with every one     Newsroh=이래경 칼럼니스트     필자가 ‘직접민주주의’라는 단어를 처음 접하고 이를 ...

    모든이를 위한, 모든이에 의한, 모든이와 함께하는 민주주의
  • 남북 화해 무드에 찬물 끼얹은 트럼프의 ‘승인’ 망언

    [시류청론] 문 대통령, 한국 식민지 취급한 트럼프에 '노!' 해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때 유일한 수행 기자 카일리 앳우드는 10월 11일 CBS 인터넷판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폼페이오의 깍듯한 예우에 관한 목격담...

    남북 화해 무드에 찬물 끼얹은 트럼프의 ‘승인’ 망언
  • 단군조선 역사의 재조명

     ​ 단군조선 역사는 일제 식민사관에 의해 상처를 받았고  중국의 동북공정에 의해 위기에 처해 있다.  홍익인간의 기치아래 8천 5백만 한민족이 똘똘 뭉쳐 ……    초등학교 2학년 때의 기억이다. 장래 희망이 무어냐는 물음에 ‘단군왕검이 되겠습니다’라고 대답한 일이 ...

    단군조선 역사의 재조명
  • 이자율 내려간다

    우리가 늘 긴장해 왔던 미연준 금리 인상과는 달리 뉴질랜드 은행들의 대출 금리는 내려가고 있다. 이 현상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나의 융자 이자율은 2년 이상 장기로 가야 할까? 일시적이라면 단기로 가야 할까? 융자 승인이 어려워진다는 지금, 은행의 ...

    이자율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