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청론] 미국, 고립 상태만 심화… 대북제재 실효성도 사라져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유럽 순방 중 바티칸에서 프란시스코 교황을 예방한 자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의사'를 전했고, 교황은 "초청장이 오면 나는 갈 수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을 지지한다. 두려워하지도 멈추지도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고 화답하고 격려했다.
교황은 정신적, 도덕적인 면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인물이고 평화의 상징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서울 답방, 북미 2차 정상회담 등이 맞물리는 시기에, 바티칸 역사상 교황의 평양 첫 방문은 한반도 평화 정착과 동북아 냉전구조 해체를 앞당길 결정적인 세계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 필자 김현철 기자 |
때마침 세계는 ‘남북한이 서로 전쟁을 안 하겠다고 하는데 미국이 왜 발목을 잡는가?’라는 여론이 형성되어가고 있다. 교황의 방북은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에 반기를 드는 세계의 여론을 더욱 고조시킬 것이다.
미국이 이제 제재 등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포기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다. 말로는“김정은을 사랑한다”면서 두 손으로는 ‘제재’라는 이름으로 목을 조르는 이중 인격자를 ‘애인’으로 착각할 만큼 김정은이 바보인가?
미국의 제1동맹인 일본마저 북핵이 두려워 ‘신뢰가 안 가는 미국’ 몰래 고위정보 관리를 몽골에 파견, 10월 6일부터 3일 간 북한 고위 정보관리를 만나 양국 정상의 관계 증진을 협의했으나 북한 측의 반응은 냉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의 위상을 한껏 끌어 올릴 교황 방북 예정, 북일 고위급 비밀회담 등은 세계를 지배하던 미국의 영광이 급속도로 저물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미.러 대결, 미.중 대결, 북한 핵무력 완성, 교황 방북 예정, 제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예정 등 세계정세와 한반도정세의 급변 사태는 악화 일로인 미국 국내 문제와 맞물려 트럼프로 하여금 대북 적대시 정책의 포기를 앞당기도록 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시아 유럽 정상회의 참석 중 메이시 영국총리, 메르켈 독일총리,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을 만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첫 관문인 "유엔 제재 완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촉진해야 한다"고 김정은 위원장의 바람을 대신 적극 호소했다.
그러나, 상대국 정상들은 문대통령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비핵화 노력은 지지하면서도 미국 강경파들처럼 ‘대북제재는 계속돼야 한다’는, ‘선 비핵화 후 제재 완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도 북미정상회담 공동선언의 뜻이 ‘종전선언-평화협정과 비핵화 동시 이행’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겉은 제재, 속으로는 경제적 선점 노리는 미국
싱가포르 공동선언의 참 뜻은 제쳐놓더라도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평양의 ‘려명거리’(2016~2017 완공) 등을 보고 눈이 휘둥글 해진 서방세계 관광객들의 “유럽 어느 도시에 못지않게 평양의 새 건물들이 즐비한 경관은 아름다웠다”는 평가는 12년간의 끈질긴 유엔제재도 중.러 등의 대북 지원으로 무의미했음을 말해준다.
그럼에도 북한 당국은 핵 개발이 완성된 현재, 이제는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더욱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남측 기업 및 정부의 투자, 지원 등을 비롯해서 미국 등 전 세계의 투자가 절실한 실정이다.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10월 9일, 모스크바에서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부장,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과 3자회담을 가졌고, 다음 날인 10일 러시아 외무부는 "유엔 안보리는 대북 제재 조치 재검토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며 북.러.중 3국이 미국의 일방적 제재에 반대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렇게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한 및 중국 러시아의 요구는 이제 ‘종전선언’에서 대북 ‘제재 완화’로 넘어가고 있다.
‘제재 완화’는 연말 또는 내년 초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 가능성이 커지면서 북한이 미국에 새롭게 요구하는 조건으로 제재 문제가 회담의 핵심 쟁점이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 남북 8천만 겨레가 눈여겨봐야할 대목은 약 2715조원의 잠재가치를 지닌 북한 지하자원에 눈독을 들여 온 미국이 이를 선점하기 위해, 트럼프가 북미 2차 정상회담을 미루고 있는 틈을 타 이미 곡물(카길)과 광업 관련 대기업 대표단을 북한에 비밀리에 입국시켜 북한 당국과 협상 중이라는 소식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뒤에서 지원하는 사례로 보아도 틀림이 없을 것이다.
김대중의 회고담에 따르면, 18년 전 첫 남북정상회담차 평양에 갔을 때 김정일은 미국 정보위성의 도청을 의식해 귓속말로 북한의 엄청난 지하자원을 상세히 설명한 후 “왜 우리 땅에 묻힌 자원을 우리가 써야지 남에게 줍니까?”라고 흥분했다고 한다. 하루속히 통일을 해야 할, 우리 민족끼리가 아니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만일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해 공화당이 상.하원에서 모두 소수당으로 전락한다면 트럼프의 탄핵문제가 다시 대두될 것이고, 북한은 만에 하나 북미협상 의제가 워싱턴에서 완전히 사라질 경우를 대비하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계속하여 제재 완화 요구의 목소리를 높이겠지만, 미국의 정치상황이 지나치게 북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면 상황은 급반전 될 지도 모른다. 결국, 북한은 ‘제재문제’ 해결의 난망을 내세워 북미협상을 중단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