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한류의 든든한 뿌리 3] 한국적 가치를 전하는 ‘태권도 철학의 사도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후원을 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한 사람이 이런 저런 계기를 통해 어떤 기술이나 아이디어 또는 사상을 받아들이고, 그것이 자신의 행동양식은 물론이고 삶의 전반에 일대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그 개인에게나 그가 속한 집단, 더 나아가서는 일반 사회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개혁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올랜도 ‘마샬 아츠 월드(Martial Arts World)’의 그랜드 마스터 와이 케이 킴(Y.K. Kim)의 사례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어렷을적 초등학교 교사로부터 부당하게 체벌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되어 태권도를 배우게 된 Y.K. Kim은 자신의 삶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인생 자체를 바꿔놓는 무도인이다. 그로부터 태권도를 배운 사람들은 ‘금메달 스포츠’ 태권도를 배운 것이 아니라, 한국인의 태권도 철학을 삶에 체화시켰고, 알게 모르게 한국 문화를 받아 들이게 되었다. 그들 가운데는 태권도가 삶의 전부가 된 사람들이 많다. 바로 일선 도장의 대표 사범들이다.
전편에서 예시했듯, 아무리 좋은 제품이나 아이디어도, 그것을 전파하는 사람의 ‘신뢰도’가 없으면 전파과정도 느리고, 지속 또는 존속 가능성도 약화된다. 일단 미주한인사회에서 국기 태권도는 Y.K. Kim이나 Jhoon Rhee(준 리) 같은 ‘대 사도들’에 의해 쌓은 신뢰도가 기반이 되었지만, 뿌리를 내리는 과정에서 ‘사도’로 일해온 일선 도장 사범들의 노고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를 두지 않은 듯하다.
커뮤니케이션학의 큰 줄기 가운데 하나인 개혁전파이론(diffusion of innovation)에서는 어떤 제품, 기술, 아이디어, 사상 등을 삶의 현장에서 전파하는 사람들을 ‘변화 주도자’(change agent)라고 부른다. 변화 주도자는 보통사람들의 필요욕구(felt need)에 불을 당기고, 그 욕구를 활성화시켜 개혁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는 ‘전도사’이다. 현지 문화와 이질적이어서 충돌할 수 밖에 없는 태권도를 주류사회에 적응시키는 데 있어서 그들의 역할은 필연적이다.
이번 글에서는 한국인 그랜드 마스터(Y.K. Kim)로부터 태권도를 배운 주류사회 태권도 사범들이 어떻게 태권도를 받아들이고 그들의 삶에 적용해 왔는지 인터뷰를 통해 추적하고자 한다.
▲ '올랜도 마샬 아츠 월드' 그랜드 마스터 Y.K. Kim이 모티베이션 특강에서 강의하고 있는 장면. 그의 태권도 철학을 배운 제자들은 각지의 도장에서 태권도 철학의 사도들 로 일하고 있다. |
'태권도 철학의 사도들'
20여 명의 Y.K. Kim ‘사도들’ 가운데 인터뷰에 응한 8명은 중앙플로리다 지역과 뉴저지 지역에서 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대표 사범들로, 연령대는 30대에서 60대에 걸쳐 있다. 이들 가운데는 4세때부터 태권도를 배운 사범이 있는가하면, 불과 7년 전인 18세때 태권도를 시작한 청년 사범, 32세의 나이에 태권도를 시작한 늦둥이 사범, 33년 전에 태권도를 배워 본관의 대표가 된 기둥사범도 있다. 대다수는 Y.K. Kim으로부터 태권도를 배우고 익힌 사범들이다.
한국문화와 관련하여, 대부분의 사범들은 한국어를 쓰거나 읽을 수는 없는 수준이었으나, 듣는 수준은 초보 또는 초보 수준을 약간 벗어난 것으로 보였다. 그들 중에는 ‘한국 뉴스 레터를 구독하고 신문을 어느정도 읽을 수 있다’는 사범도 있었다. 다른 한 사범은 한국어로 1000까지 셀 수 있다고 자랑했다. 특이하게도 이들 가운데 3명은 한국만화를 즐겨 보거나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명은 케이팝 가수를 알고 있고, 다른 2명은 한국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한국 제품을 얼마나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범들은 삼성과 LG 현대를 들었다. 3명은 한국 인삼을 들기도 했다. 이들 가운데 2명은 한국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일부 사범들은 ‘태권도에 대한 높은 신뢰도 만큼이나 한국 제품은 섬세하며 질이 뛰어날 것’이라며 강한 구매 의사를 보였다.
한국방문과 관련한 질문에서 1명은 18년 전에 한국을 방문했는데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나머지 7명은 한국을 반드시 방문하여 한국 사람들과 한국문화를 배우고 문화 명승지를 여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 가운데 3명은 한국 방문시 국기원을 반드시 방문하여 태권도의 뿌리를 몸으로 체험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의미있는 것은, 이들이 태권도로부터 어떤 가치를 배우고 삶의 변화를 체험하고 있는지에 대한 답변들이다.
변화 주도자로서의 사범들은 ‘균형(balance)과 조화(harmony)를 통한 라이프 챔피언의 삶을 산다’는 Y.K. Kim의 태권도 철학을 기반으로 삶에 대한 긍정적 마인드, 목표가 분명한 삶을 추구하고 있었으며, 특히 ‘윗 어른과 상사에 대한 존경’, ‘이웃을 존경하고 섬기려는 태도’, ‘개인주의적 삶에서 공동체적 삶의 태도로의 변환’ 등 전통적 한국문화의 가치를 함께 배우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사범들이 따로 도장을 차린 후에도 ‘스승’으로부터 배운 태권도 철학을 실천하는 것은 물론이요,자신들의 도장 수련생들에게 그대로 전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메달이 아니라 태권도 철학에 몰두해 있었다. 인터뷰에 응한 8명의 태권도 철학자들의 삶의고백을 들어본다.
인터뷰 질문은 대략 다음 3가지로 집약된다.
- 당신은 태권도로부터 무엇을 배웠는가?(What did you learn from Tae Kwon Do?)
- 태권도는 당신의 삶에 어떤 의미인가?(What does the Tae Kwon Do mean to your life?)
- 태권도를 배우면서 당신이 새롭게 깨달은 한국적 가치는 무엇인가?(Learning Tae Kwondo, what did you newly realize about Korean values?)
▲ Y.K. Kim으로부터 태권도를 배운 제자 사범들은 한 목소리로 어른과 타인을 존경하고 존중하는 한국문화를 배웠다고 털어놓았다. 수련에 앞서 두 손을 모으고 국기에 대한 경례와 그랜드 마스터에 대한 예를 갖추어 인사를 하고 있는 사범들. |
▲ Y.K. Kim으로부터 태권도를 배운 제자 사범들은 한 목소리로 어른과 타인을 존경하고 존중하는 한국문화를 배웠다고 털어놓았다. 수련에 앞서 두 손을 모으고 그랜드 마스터에 대한 예를 갖추어 인사를 하고 있는 사범들. |
어른들을 공경하고 타인을 존중하라!
조나단 딜론(Jonathan Dillon): 태권도를 통해 나는 수년 동안 내 마음을 항상 깨우치며 살도록 하는 삶의 훈련을 배워왔다. 내 마음의 중심을 잡는 훈련이다. 그랜드 마스터로부터 배운 가장 가치있는 것는 ‘내 삶 속에 문화’(culture in my life)를 창조하는 것이다. 즉 나 자신과 다른 사람, 더 나아가 자연을 존중히 여기는 문화를 내 안에 두게 된 것이다. 지난 수년 동안 나는 이 같은 가치들을 추구하여 100파운드의 몸무게를 감량했고 내 자신을 발견했다.
나는 태권도를 통해 휴먼 라이프를 다시 배웠다. 태권도는 인간의 몸이 무도(martial arts)에 반향하는 방법으로 휴먼 라이프에 대한 깨달음을 주었다. 모션 속의 몸은 모션 속에 머문다. 하지만 태권도가는 내 삶을 추동했고, 그와 비례하여 나 스스로 앞을 향해 전진케 하는 삶의 목표를 설정하게 됐다. 이 목표를 성공적으로 이루는 과정에서 무도, 삶의 유연성, 건강한 마인드는 기초적인 요소들이다.
태권도를 통해 배운 한국문화? 타인을 존중하라는 가르침은 나로하여금 새로운 눈을 뜨게 만들었다! 나는 한국문화를 접하면서 미국 사회에서 무엇이 부족한지를 알게 되었다. 전통적인 한국문화는 현명함이 무엇인지를 말해주었다. 한국인의 세계관으로부터 어떤 유익을 얻을 수 있고 그것을 실생활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배우는 것은 신나는 일이다.
라켈 칼슨(Rachel Carlson): 나는 태권도를 통해 내 자신이 어떻게 얼마나 발전하고 있는가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되었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격려하는 태도를 갖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태권도를 통해서 갖게된 것은 어떤 상황에서든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고 또 도전하는’ 정신이다. 성공이나 실패의 원인을 발견해 내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태권도를 통해 접한 한국적 가치는 늘 다른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모든 사람들을 존경하라는 것이었다.
마이클 얼(Michael Earl): 그랜드 마스터는 외적인 것보다는 내적인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태권도는 단지 싸우는 것을 가르치는 무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좀 이상하게 들릴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태권도를 배우면서 말을 잘 하는 법도 배웠다. 설정한 목표에 집중하는 삶, 포기하지 않는 삶을 배운 것은 큰 수확이다. 평상시 내 몸무게를 뺄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태권도를 하면서 20파운드를 줄였다. 신기하게도 이런 경험을 통해 자신감이 생겼고 분노를 조절하는 법도 익히게 되었다.
후안 카를로스 빌라미자르(Juan Carlos Villamizar): 나는 그랜드 마스터로부터 발차기나 펀칭보다는 삶에 대한 ‘열정’(passion)을 배웠다. 긍정적 사고가 중요하다는 것과 (나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 법을 익혔다. 결코 포기하지 않는 것, 최선을 다하는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고, 성공을 위하여 내 삶 안에 그러한 가치들을 늘 간직하며 살았다. 특히 태권도를 통해 나이든 사람을 존경하는 것과 감사하는 법을 배운 것은 의외였다.
제시카 크로스(Jessica Cross): 태권도를 통해서 배운 가장 가치있는 것은 긍정적인 태도와 매일 내 스스로의 진보에 촛점을 맞추는 삶의 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랜도 마스터로부터 배워 늘 잊지 않고 간직하고 있는 명언이 있다. "다른 사람을 리드하려면 당신 스스로를 먼저 리드하라"는 것과 “늘 다른 사람의 말을 잘 경청할 뿐만 아니라 그를 이해하려고 힘쓰라"는 것이다. 태권도는 긍정적인 태도로 삶에 대한 도전을 계속하도록 했고, 분명한 목표를 갖고 장애물을 극복하도록 했다. 태권도를 통해 다른 사람을 존경하고 스스로를 단련하는 삶의 습관을 배웠는데, 소중한 한국문화라고 생각한다.
티모시 토마스(Timothy Thomas): 나는 그랜드 마스터로부터 삶에서 긍정적인 스트레스와 부정적인 스트레스의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 또한 나 자신을 보다 나은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 부정적인 스트레스를 제거하는 방법과 긍정적인 스트레스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배웠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정말 성공적인 라이프를 누리기 위해서는 성공적인 마음가짐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태권도를 통해 배운 한국문화는 선배와 노인들을 매우 존경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가르치지 않는 것들이다.
▲ 고난도 공중격파 시범을 보이고 있는 마샬 아츠 월드 뉴욕 지관 선수들. |
“궁극적인 성공은 나 스스로를 극복하는 것”
커크 펠트(Kirk Pelt): 태권도는 한마디로 '행동철학'(action philosophy)다. 나는 태권도를 통해 내 앞에 있는 장애물이 무엇이든 ‘왜’와 ‘어떻게’에 대한 질문을 계속하며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면 ‘성공은 당신의 편이 될 것’이라는 것을 배웠다.
태권도를 통해 한국과 한국문화에 대해 배운 것은 정말 소중한 것이다. 한국의 가치는 전통에 대한 존중이다. 한국은 글로벌 소사이어티의 개혁에 대해서도 오픈되어 있다고 느꼈다. 가족의 가치, 직업윤리를 강조하며, 우수성을 추구하는 한국문화를 배워왔다.
그랜드 마스터는 항상 나에게 자기개발의 가치를 강조해 가르쳤다. 그는 ‘메달 챔피언’이 아닌 ‘라이프 챔피언’이 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많은 삶의 교훈들을 배웠는데,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친 것은 이른바 ‘진정한 성공의 다섯가지 기둥인 육체적, 정신적, 도덕적, 재정적인 성공뿐 아니라 삶의 성공(Physical, Mental, Moral, Financial and Life Success)을 통해 진정으로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평생 기억하는 그의 가르침을 들어보라. "나에게 가장 친한 친구는 바로 나 자신이며, 최악의 적도 나 자신이다. 내 안에서 늘 투쟁이 일어난다. 궁극적인 성공은 나 스스로를 극복하는 것이다." 누가 이런 가르침을 내게 준 적이 있었던가?
태권도는 정말 내 삶 전체를 뒤바꾸어 놓았다. 나는 몸도 망가졌고, 재정적으로도 파산했고, 관계도 망가져 버렸었다. 한때 나는 삶의 고통때문에 몸무게가 70파운드나 빠진 적도 있다. 현재 나는 건강하고, 지혜로워졌고, 자신감도 회복했고, 생활도 윤택하여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크리스 넬슨(Chris Nelson): 그랜드 마스터는 내게 삶의 조화(harmony)와 균형(balance)을 유지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그는 내가 어느 부분을 더 개발해야 하고 ‘셀프 어택’(self attack, 자기 학대)을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공격으로부터 나 자신을 어떻게 방어해야 하는지를 가르쳤다.
태권도가 내 삶을 변화시킨 것을 열거하자면 매우 길 것이다. 가장 큰 것은 나 자신을 믿는 것과 내 안의 가능성을 보는 법을 배운 것이다. 성공적인 비즈니스의 리더가 될 목표도 갖게 해 주었다.
▲ 정기 목요 수련을 끝내고 태권도! 와 무도! 를 한국어로 외치고 있는 지역 사범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