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활이야기]
(올랜도) 송석춘(독자) = 인간에게 식욕, 성욕 등 외에 금전욕, 지배욕은 등은 기본적 욕구에 해당한다. 이민생활을 하다보면 과시욕이 더 추가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이민을 결심하면서 내 몸하나 희생해서 처자식 먹는 것 하나 만큼이라도 해결시키겠다고 왔으니 일곱 식구가 최저임금을 받고 살아도 행복했다. 그것은 사람의 행복이라는 것은 기준을 정하기에 달렸다고 했기 때문이다.
미국 기준으로도 블루 칼러 직업을 천직으로 생각하며 사는 우리 부부의 꼴이 조금 꼴불견으로 느껴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곳 사회도 상류층, 중상층 중산층, 하류층으로 은연 중 구분되어 있는 것 같다. 이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신분을 업그레이드 시키려고 자연 노력하게 되니 과시욕이 자연 발동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누군가는 자신이 가족초청으로 이민을 왔으면서도 '반정부 운동을 했더니 군사 독재정권에서 제발 나가서 조용히 살라고 하여 이민을 왔다'고 간증을 하기도 했다. 물론 그는 한국에 금송아지도 묻어 놓고 왔다고 했다. 어느 분은 그의 간증을 들으며 그가 미국 땅에서 고생한다며 눈물까지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혹자는 학번도 모르면서 어느 대학 나왔다고 하고, 어떤 이는 치매가 와도 군번만은 잊지 않는다고 자랑한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신은 이곳에서 부동산업을 한다면서 집이 다섯채에 상가가 세 개라고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나는 그가 정부 보조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신분상승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지만 '잘난 사람 잘난 대로 못난 사람 못난 대로 살자' 노래가사 처럼 좀 맘 편히 살 수는 없는 것일까. 자신의 신분을 꾸미느라 얼마나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주위 눈치 살피느라 마음 고생을 하는가 말이다.
어느 목회자는 '행복하기 위해 기도를 통해 자기 성찰을 많이 하라'고 했다. '자기 성찰'이란 자신이 죄를 범한 것을 자세히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휴전 협정 직후 배우기 위해 집을 떠날 때 "구질구질하게 살 바에야 그만 뒈져버리라"고 하신 어머님 말씀을 항상 가슴에 지니며 살았다. 그래서인지 자신을 정도 이상 꾸미는 사람을 보면 반감이 생긴다.
사람은 강한 자 편에서 손을 들면 강한 자가 될 수 있고 약한 자 손을 들면 약한 자가 된다고 했다. 그러니 쪽수가 많지 않은 이민사회에서는 더더욱 약자쪽에 서는 것은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강한 자 주위에 그나마 사람이 모이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강한 자 처럼 보이기 위한 과시욕이 출렁인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그런 짓이 다 구질구질하다. 진정한 행복은 이런 가식적인 행동이 절대 가져다 주지 않기 때문이다. 좀 솔직하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