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문가 기고

 

 

 

미국은 미국의회 중간선거가 끝나고 도네츠크 루간스크 주 특정지역 선거를 앞둔 중간 시기에 새로운 대러 제재(制裁)를 시행했다. 미국 재정부 장관은 최근 새로운 대러 제재 시행을 발표했다. 커트 볼커 미국무부 우크라이나 특별 대표는 이 소식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미국이 이 대러 제재를 발표한 때는 미국 중간 선거가 끝나고 독립을 주장하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구들의 선거를 앞둔 시점으로 절묘한 시기에 발표되어 적어도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이번 제재는 러시아와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의 세 명의 인사와 9개의 기업을 주 대상으로 포함하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인물들은 러시아에 병합된 크림반도와 러시아 점령지역인 돈바스에서 거의 약탈에 가까운 과도한 이익을 직접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인물들로 직접적으로 크렘린과 관계가 닿아있는 사람들이다.

 

 

제재 대상 인물들과 혐의

 

 

미국 재무부가 배포한 언론 자료에 발표된 목록 중 처음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루간스크 인민 공화국 국가보위부 차관인 알렉산드르 바소프이다. 바소프 뿐 아니라 국가보위부 전체가 미국의 제재 대상이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바소프는 우크라이나 정보국 및 “신나치주의 그룹”과 협력했다는 혐의를 씌워 직접적으로 종교단체인 여호와의 증인을 박해(迫害)하고 2017년 루간스크 인민 공화국에서 추방했다. 미 재무부는 루간스크 공화국의 국가보위부가 구금 조건을 위반했으며, 이 부서 직원들은 체포된 사람들을 구타하고 전기 충격을 가하려 시도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러시아 연방 보안국 장교인 안드레이 수시코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를 침공하기 이전에는 우크라이나 정보국의 중령으로 크림 자치공화국 정보국 지청의 부패 및 조직범죄 퇴치 본부 4부 2과 특수 중요업무 담당 수석 작전책임관이었던 인물이다. 그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에 반대하는 크림지방거주 타타르 민족주의자의 불법적 납치를 자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인물은 니즈네 고르스크에서 자택 압수수색을 당한 후 2017년 납치된 레나트 파랄라모프이다. 파랄라모프의 친척들은 심페로폴에 있는 연방 보안국 건물 옆에 서있는 수시코를 알아보고 납치범으로 그를 지목했다. 파랄라모프는 다음날 심페로폴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 온몸에 고문을 받은 흔적이 있는 채 발견되었다. 미국 재무부 발표에서는 이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 수시코는 납치한 파랄라모프에게 전기 충격을 가하고 목을 조르고 구타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세 번째 인물은 러시아 군부 미사일 및 포병 부대 전임 부대장인 블라디미르 자리츠키이다. 그뿐 아니라 그가 소유한 심페로폴 소재 LLC ‘인프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컴퍼니’와 그 회사가 보유한 ‘미스호르’, ‘듈베르’, ‘아이 페트리’ 등 세 개의 휴양소도 제재 대상에 포함되었다. 인프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컴퍼니 사는 얄타 주변에 약 12억 루블(1800만 달러) 규모의 호텔 신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 다음은 LLC ‘가란트-SV’ 사이다. 이 회사는 얄타에 있는 Mriya Resort&Spa 호텔을 경영하고 있으며, 이 호텔에서는 얄타 국제 경제 포럼이 개최된다. 가란트-SV 사와 이 호텔은 러시아 세베르방크가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스베르방크 웹사이트의 “스베르방크 보유 회사들” 란을 보면 Mriya Resort&Spa 호텔 건축에 약 3억 루블을 투자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크림 공화국 정부 산하 기업으로 크림반도에 전력과 난방을 공급하고 있는 ‘크림테츠’ 주식회사에 대해서도 제재가 시행되었다. 또한 이 블랙리스트에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러시아 뱅크” 대주주 유리 코발축이 운영하는 LLC ‘유즈니 프로젝트’사도 포함되었다. 코발축은 이미 2014년부터 제재 대상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 “노비 스베트”라는 와인 공장을 헐값으로 사들였다. 미국은 이번에는 개인 제재를 넘어서서 그의 사업체에 대한 제재를 부과했다.

 

 

은근한 암시

 

 

새로운 제재는 미국이 여름에 러시아의 화학 무기 사용에 대해 부과하겠다고 약속했던 제재가 아니라 “제재를 통한 미국의 적에 대한 대응법(Countering America's Adversaries Through Sanctions Act: CAATSA)”의 일환으로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를 확인하고 지원하려는 목적으로 시행되는 것이다. 사실상 이번에 시행되는 제재는 두 개의 선거가 치러지는 중간 시기에 발효되며 양쪽 선거들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두 개의 선거란 11월 6일에 있었던 미국 중간 선거와 이름만 선거일뿐 실제로는 명목상의 선거에 불과한 도네츠크, 루간스크 인민 공화국의 11월 11일 선거를 의미한다. 선거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훨씬 더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거의 매일 러시아가 시행하는 선거라는 개념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음을 공언하고 있으며, 이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내리면서, 러시아 정부가 쓸데없는 일을 그만두라고 요구하며, 그 지역 주민들에게는 선거를 보이콧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즉 미국의 새로운 제재는 러시아에 대한 분명한 경고의 메시지인 것이다. 첫째로 이는 중간선거 이후 미국의 정치적 정책 방향의 확인이다. 커트 특사가 보낸 서한의 내용은 분명하다. 한 마디로 “꿈도 꾸지 마라”는 것이다. 미국의 국내 정치 상황이 재편(再編)되었다고 해서 이것이 미국의 대외 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는 꿈도 꾸지 말라는 것이다.

 

둘째로, 새로운 대러제재는 러시아에게 점령지인 도네츠크 주와 루간스크 주에서 선거를 시행하지 말라는 경고이다. 그리고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실제로 미국은 이런 대러제재를 통해 도네츠크 주와 루간스크 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것들이 사실상 러시아의 전적인 통제와 조종 하에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기정사실로서 인정한 것이다. 시걸 맨델커 미국 재무부 테러리즘 및 금융정보 담당 차관과 커트 볼커 우크라이나 특사는 이를 분명히 지적했다.

 

특히 볼커 특사는 “장기간 동안 우리는 러시아가 점령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100%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왔다. 이는 군사력, 정치 구조, 경제 활동에 관한 것들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의 돈바스를 실제로 통제(統制)하고 있다는 것을 이제야 처음으로 제재라는 형식으로 인정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볼커특사는 또한 러시아가 제재압력을 느끼게 될 때까지 앞으로 계속 제재 압력을 강화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볼커 특사는 이러한 내용의 서한을 통해 수 주 내에 있을 것이라고 밝힌, 수르코프 러시아 대통령 보좌관과 회담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관한 입장에 변화가 없으며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미국은 어떤 일이 있어도 우크라이나의 입장 편에서 러시아에 대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의 입장은 그리 좋은 편이 못된다. 러시아 국내에서 계속적으로 불만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부가 아무리 TV로 선전을 하더라도 계속되는 대러제재로 인해 경제 사정이 안 좋으니 더 이상 선전 선동이 먹히지 않는 형국이다.

 

 

김정은 푸틴 - Copy.jpg

 

 

게다가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까지도 푸틴 대통령과 만나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러시아 정부는 전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비핵화에 어떻게든 한몫 끼어들기 위해 애를 썼지만 잘 되지 않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이미 오래 전에 러시아를 방문해 주도록 초청했지만, 김정은은 여태까지 러시아에 오지 않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올해 안에 김정은이 러시아를 방문해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심지어 우윤근 주러시아 대한민국 대사도 김정은 위원장이 11월에 러시아를 방문할 수 있다고 고무적인 말을 했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

 

최근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보좌관은 쓴 물을 삼키며, 김정은 위원장이 내년에라도 러시아를 방문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트럼프 미 대통령은 2019년 초 김정은 위원장과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실제적으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 주변 인물들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물론 러시아 지도부는 허풍을 떨면서, 별일 아닌 것으로 치부하고 멋있게 물러서면서 자신들에게 부족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모양새를 취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대러제재와 러시아 자체의 경제모델이 그렇게 쿨하게 반응할 수 없게 만든다는데 있다.

 

 

 

글 블라디슬랍 기르만 국제 문제 전문가 |우크라이나 ds 뉴스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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