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VS 이탈리아 (II)
이탈리아가 낳은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는 화가일 뿐 아니라 위대한 발명가였다. 자동차, 비행기, 헬리콥터, 대포, 전차 등 첨단 장비들에 대한 개념을 르네상스 시대에 이미 고안했다.
젊은 시절 식당에서 요리사로 일했던 그는 포크의 원형인 삼지창을 개발했고, 자신이 발명한 스크류를 통해 와인 따개의 원리를 제공했다.
와인에 대한 다빈치의 관심은 그가 태어난 고향에서 짐작할 수 있다.
다빈치가 태어난 빈치(Vinci) 마을은 피렌체에서 서쪽으로 30㎞ 떨어진 와인 생산지로 유명하다. 빈치는 겨울이 온화하고 여름은 덥고 건조해 와인 제조에 이상적인 기후다.
빈치(Vinci)라는 이름 역시 포도나무 줄기를 지지대에 고정하는 데 쓰이던 빈코(Vinco)라는 식물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다빈치는 여기서 젊은 시절을 보내며 포도원 건물도 설계했다고 전해진다.
빈치에선 1961년부터 30개의 양조장이 뭉쳐 칸티네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설립해 다빈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와인은 음식의 꽃이며 문화다. 또한 값싸고 구하기 쉬운 자신의 지방 와인을 최고로 생각한다.
도통 다른 나라의 와인에 관심이 없다. 이와 같은 태도는 프랑스보다 역사가 깊으며, 2,000여 년 전 로마제국 시대부터 유래한다.
로마 시대 이후 유럽의 중심지로서 좋은 와인을 생산해 왔으나 정치와 문화의 중심지가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와인의 중심도 프랑스로 옮겨가게 되었다.
하지만 현재 이탈리아는 남북으로 긴 국토 전역에서 약 600여종의 포도 품종(와인용 주 품종 약89종)과 40,000개 정도의 포도공장에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와인 생산량이 세계 최대이며 토종 포도의 와인 생산 방식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로 오늘날 그 기술이 날로 세련되어 발폴리첼라, 키안티, 소아 베 같은 대표적인 와인들이 다시금 옛 명성을 되찾아가고 있다.
사실, 이탈리아 와인은, 그동안 마케팅이란 측면을 거의 배제한체 자국내 소비에만 집중해 왔다.
그래서 전체 생산량이 100%라고 했을 때 등급이 정해져 있는 믿을 만한 와인은 20~30%로 그 규모가 적다.
그렇다고 나머지 70~80%의 와인이 저질이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등급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오히려 등급을 사용하지 않는 와인 중에서도 훌륭한 와인들이 많다.
이미 설명했지만 이탈리아 와인의 가장 큰 특징은, 포도 품종이 프랑스와 다르다는 점이다. 네비올로, 산지오베제, 코르비나, 몬테풀치아노, 바르베라, 돌체토, 모스카토, 코르테제. 이렇듯이 프랑스와는 달리 각 지방마다 고유한 품종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와인의 맛과 향도 다를 수 밖에 없다.
프랑스와인이 깊고 진하며 풍부하다면, 이탈리아 와인은 때론 시원하고 쿨한 하지만 독특한 맛과 향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고 가벼운 것은 아니다. 단지 프랑스와인과 비교했을 때의 경우이지 신세계와인 과 비교하면 이탈리아 와인도 묵직한 와인에 속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프랑스는 중후함, 이태리는 잘 정돈된 풍부함과 맵시 있는 세련됨이 아닐까? 하지만 이탈리아도 현재 고유 품종을 재배하 는 것에서 벗어나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샤도네이 같은 외래종을 재배하는 와이너리도 늘고 있으며 그중 토스카나(Toscana)의 메를로는 대단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탈리아와인은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한 세기 전부터 급속히 발전하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품질이 좋지 않고 프랑스 등에 희석하는 용도로 수출하는 와인이 대부분이었다. 지금도 예술적 감각이 없거나 대량생산되는 와인들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긴 하다.
그렇다고 소규모의 장인이 만드는 곳이나 전통 있는 가문에서만 와인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형태의 와인이든 좋은 와인은 지역의 특색과 개성이 있어야 한다.
모든 생산자가 매년 같은 산도, 색상, 알코 올 함량과 탄닌이 일정한 와인만 생산한다면 수퍼마켓의 음료와 다를 게 없고 매력도 사라질 것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와인의 매력은 생산지의 테루아(Terroir) 를 입과 가슴에서 감동으로 느낄 수 있는 끝이 없는 다양성에 있다.
피터 황 Fine Wine Specialist www.winelab.co.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