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오늘도 알람 시간 보다 1시간 더 잤다. 일어 나니 두 줄이었던 가로 줄이 세 줄이 됐다. 중간에 있는 트럭은 어떻게 나가나? 왼쪽에 있던 프라임 트럭은 이미 가고 없다. 꺾어서 나가는데는 문제 없다. 내 오른쪽에 있던 트럭도 출발했다. 히마찰과 부딪히지 않고 잘 나갔다. 샌드위치로 간단한 아침 만들어 먹고, 커피 한 잔 타서 마시고, 디저트로 사과 한 알까지 먹은 후 출발했다. 6시 50분.
캔자스 시티가 앞에 있어 출근길 도로가 막힌다. 어제 시간이 충분했으면 캔자스 시티를 지났을 것이다. 그래도 한 20~30분만에 정체(停滯) 구간을 지났다.
2시간 정도 달린 후 러브스 트럭스탑에 들어섰다. 조금 이르지만 그 이후에는 너무 먼 곳에 있다. 샤워실에서 면도, 샤워, 용변, 설거지까지 다용도로 해결했다.
또 달리다 고속도로변 트럭 주차장에 들어갔다. 게이지가 걱정됐다. 처음 화물을 실을 때보다 어느 정도 달리면 무게가 각 천 파운드 정도씩 줄어든다. 오늘도 그랬다. 드라이브 타이어는 32,000~33,000 사이, 텐덤 타이어는 33,000으로 돼 있다. 이제야 안심하고 달릴 수 있겠다. 웨이스테이션을 몇 번 지났지만 다행히 모두 문을 닫았다.
미주리 주를 벗어나 아이오와 주를 약 10마일 정도 달린 후 네브라스카 주로 들어섰다. 웨이스테이션이 나왔다. 문을 열었다. 통과 신호를 받았다. 2번 주도를 달리다 80번 고속도로를 탔다. 바람이 옆에서 강하게 불었다. 자체가 조금 흔들려도 화물이 묵직한지라 별 영향 없이 달렸다.
그랜드 아일랜드에 도착했다. 닥이 조금 까다로웠지만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댔다. 다음 화물도 그랜드 아일랜드에서 받는다. 지난 주에 갔던 곳이다. 트레일러 세척 영수증을 지참해야 한다고 써 있었다. 지난 번에는 필요 없었다. 그냥 트레일러 검사만 했다. 트레일러는 깨끗해 세척이 필요 없는 상태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10마일을 달려 트레일러 세척을 했다. 발송처에 도착하니 역시 영수증 보자는 얘기는 안 한다. 그냥 검사만 했다. 다음에는 트레일러가 깨끗하면 그냥 와야겠다. 이곳은 지난 번에도 그러더니 오늘도 화물이 준비 안 돼 있다. 준비되면 전화 준다고 했다. 야드에 빈 트레일러를 내려 놓았다. 연습 삼아 트레일러 사이로 후진을 해봤는데 잘 안 됐다. 몇 번 시도하다 그냥 전진 주차할 수 있는 곳에 대고 내려놓았다. 밥테일로 나왔다.
가까운 트럭스탑으로 왔다. 지난 번 쉬었던 곳이다. 저번에도 약속 시간 넘겨 짐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어떠려나? 밥을 지어 저녁을 먹었다.
럭키 럭키
오전 9시 20분에 전화가 왔다. 화물이 준비됐단다. 8시 반에 전화했을 때도 안 됐다더니. 트레일러 찾는데 한참 걸렸다. 143166번인데 회색바탕에 흰색 글씨라 못 보고 지나친 모양이다. 원래 흰색 글씨인지 색이 바랜 것인지 모르겠다. 다른 트레일러는 검은색 글씨다. 야드자키가 알려줘서 겨우 찾았다. 무게 균형 맞추고 발송처 야드에 설치된 저울에도 올라가 확인했다. 모두 한계치 이하다. 안심하고 달려도 된다. 11시에 출발.
어제 출발했으면 여유 있는 일정이 됐을 것이다. 최대한 달려야 한다. 약 1,400마일인데 월요일 0시에 메릴랜드, 8시에 뉴저지 배달이다. 계산을 잘 해야 된다. 자칫하면 1차 배달지와 2차 배달지 중간에 업무 시간이 끝날 수도 있다. 10시간 휴식을 취할 수도 없다. 일요일 밤 10시쯤에 일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러자면 일요일 정오에는 휴식에 들어가야 한다. 일요일 정오까지 100마일 이내 거리에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아 복잡하다. 아무튼 오늘은 450마일 거리의 러브스 트럭스탑까지 가는 게 목표다.
연료가 별로 없어 네브라스카에서 77갤런을 주유(注油)했다. 이걸로 2차 주유지까지 간다. 링컨시에서 2번 국도로 빠졌다. 왔던 코스다. 아이오와 주를 10마일 정도 달린 후 미주리 주로 들어섰다. 이번에는 캔자스 시티까지 내려가지 않고 36번 국도를 타고 동쪽으로 향했다. 미주리 주 북쪽을 가로지르는 도로다. 처음 타본다. 다니는 차량이 많지 않고 트럭도 별로 없다. 이 도로는 72번 고속도로로 연결됐다.
일리노이 주에 들어섰다. 내가 가려는 트럭스탑을 가민은 인식하지 못 했다. 경로상에도 나오지 않았고, 주소로 찾아도 없다. 트럭스탑에 도착하면 밤 9시 정도일 것이다. 웬지 자리가 있을 것 같았다. 지난 번 일리노이 주에서 쉬었을 때 심야에도 트럭스탑에 자리가 있었다. 오늘 도로에서 트럭도 많이 보지 못 했다. 자리가 있으면 다행이고 없어도 다른 곳에서 주차할 자리를 찾으면 그만이다. 9시 조금 덜 돼 러브스 트럭스탑에 도착했다. 주유를 하고 자리를 보니 주차공간이 있었다. 한 10자리 정도가 비었다. 다른 트럭 몇 대가 앞에서 주차를 하는 중이다. 그 트럭들을 지나쳤다. 막판까지 갔다. 자리가 많다고 해도 주차가 쉬운 공간은 아니었다. 나는 운이 좋게도 그 중에서 가장 수월하게 주차할 수 있는 자리를 골랐다. 룰루랄라 샤워하러 갔다. 간단히 저녁도 만들어 먹었다.
밤 10시 반에 어떤 트럭이 후진하다 다른 트럭을 친 모양이다. 경적(警笛) 소리가 울렸다. 나가서 보니 주차해 있던 트럭의 왼쪽 후드 미러가 날아갔다. 보험 처리 때문에 서로 상대방 차량 정보를 적었다. 그 트럭이 사고 낸 자리는 아까 내가 주차할까 생각하다 그냥 지나친 공간이다. 사고 낸 트럭은 결국 주차도 못하고 쓸쓸히 트럭스탑을 떠났다. 나는 밤중에 트럭스탑에서 무리한 후진은 하지 않으리라. 오히려 초창기에는 무리한 후진을 자주 했다. 그때는 옆의 트럭을 두드려 뒤를 봐달라고 했기에 가능했고 사고도 없었다. 가장 최근의 사고 두 건은 백주대낮에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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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에서 일박
오늘도 종일 달렸다. 중부시간 오전 7시에 출발해 동부시간 오후 6시에 오하이오 주의 70번 도로상 한 Rest area(휴게소)에 멈췄다. 1차 배달지까지는 7시간 거리다. 내일 새벽 4시에 출발해 정오경에 배달지에서 가장 가까운 트럭스탑에 도착하는 것이 목표다. 배달처에 전화를 해서 일찍 배달이 가능하다면 바로 배달을 하고, 안 된다면 10시간 휴식을 취해야 한다.
미국 고속도로 상에는 몇 종류의 휴식공간이 있다. 가장 흔한 것이 지금 내가 멈춘 Rest Area다. 우리말로는 휴게소로 번역할 수 있다. 한국의 고속도로 휴게소와는 달리 화장실, 자판기 정도가 부대시설(附帶施設)의 전부다. 오늘 내가 멈춘 곳은 트럭 16대 정도가 주차할 수 있다. 규모가 큰 곳은 한 60대 가량 주차 가능하다. 일반 승용차 주차 구역은 따로 있다. 관리의 주체는 주정부 또는 카운티정부다. 내가 오늘 멈춘 곳은 카운티에서 운영한다.
그 다음은 Truck Parking Area가 있다. 말 그대로 트럭만 주차 가능하다. 다른 편의 시설은 없고 간이 화장실 정도만 있다. 아예 화장실도 없이 주차 공간만 있는 경우도 있다.
Service Plaza는 한국의 고속도로 휴게소와 가장 비슷하다. 패스트푸드 음식점과 스타벅스 등 커피점이 입점해 있다. 주유소와 매점도 있다. 가장 붐비는 곳이다.
Truck Stop 또는 Travel Plaza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통칭 트럭스탑은 고속도로가 아닌 일반도로 상에 있다. 고속도로를 이용하다 트럭스탑에 가려면 진출로를 통해 나가야 한다. 주유소, 주차장, 화장실, 매점, 샤워실, 식당, 트럭수리점 등 온갖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트럭 뿐 아니라 일반 승용차도 이용할 수 있지만 출입구는 따로 분리(分離) 돼 있다.
Elkton, MD
메릴랜드 주 Elkton의 TA 트럭스탑이다. 여기서 12시간 머문 후 자정에 2마일도 채 안 되는 배달처로 간다.
새벽 3시 30분에 눈을 떴다. 샌드위치와 커피로 아침을 먹은 후 4시에 출발했다. 내 앞에 있던 탱크트레일러는 사라졌다. 나로서는 다행이다. 안 그랬으면 빠져나가는데 애를 먹었을 것이다. 이곳처럼 이열 주차인 곳의 문제점이다. 내 뒤에 다른 트럭이 바짝 붙어 있어 후진으로 거리를 확보할 수도 없다.
캄캄한 새벽 도로를 달렸다. 도중에 날이 새고 해가 떴다. 오하이오 - 펜실베이니아 - 메릴랜드. 이상한 일이다. 지난 번 아주 애를 먹었던 급경사 코스로 퀄컴이 안내했다. 전에는 가민을 따라 갔다가 낭패를 당했다. 오늘은 가민은 다른 길을 안내했다. 가민이 12마일 정도 더 걸리길래 별 생각 없이 퀄컴을 따랐다. 언덕을 오르다가 트럭이 멈출뻔 했다. 심할 때는 3~4단 기어로 시속 9마일로 올랐다. 트럭이 다녀서는 안 되는 길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밤이라 지난 번 같은 멋진 풍경을 볼 수도 없었다. 힘겨운 등판 후 부담스러운 하강의 반복(反復)이었다. 가장 심한 경사는 10도가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승용차는 별 것 아닌 각도지만 무거운 짐을 잔뜩 실은 트럭에겐 치명적이다.
매릴랜드 산악 고지대에는 살짝 눈이 내렸다. 스노우 체인 장만을 서둘러야겠다.
다리를 건너는데 옆바람이 강하게 친다. 차체가 휘청했다. 깜짝 놀라 속도를 줄였다. 떨어지면 수백미터 아래 강물로 추락이다. 짐을 많이 실어도 이 정도인데 빈 트레일러면 얼마나 흔들릴까.
마지막 휴게소에서 배달처에 전화를 걸었다. 혹시 빨리 배달이 가능한지 물어보려 했으나 자동응답기가 받았다. 방법이 없다. 가까운 트럭스탑에서 쉬었다 갈 밖에. Elkton에는 TA와 파일럿이 있다. 파일럿이 더 크다. 샤워 크레딧이 있는 TA로 갔다. 얼마 전에도 하루 쉬고 갔던 곳이다. 들어가는 입구쪽에 한 자리가 보였다. 직선 후진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오는 곳이다. 잽싸게 주차했다. 정오인데도 별로 자리가 많지 않았다. 오가는 트럭도 규모에 비해 적다. 주말 동안 장시간 주차하는 트럭이 많은 모양이다. 샤워 후 컨츄리 프라이드 식당에서 샐러드를 투고했다. 생각보다 맛이 없다. 내가 만들어 먹는 음식이 최고다.
워낙 일찍 시작해 부지런히 달린 덕에 정오가 조금 넘었는데 운전시간은 7시간 반이다. 하루치 일은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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