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융통성과 적응성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 (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경영에서 융통성과 적응성보다 더 중요한 품성은 별로 없습니다. 속된 말로 '꽉' 막힌 사람은 융통성도 적응성도 없는 사람이며 경영적인 면에서 볼 때 가장 쓸모 없는 일꾼입니다.
아무리 지식이 많고 일을 빨리 한다고 해도 융통성이 없으면 일을 빨리 하는 컴퓨터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문장을 써 놓고 철자를 정정할 때 컴퓨터만 믿으면 가끔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God'이라고 쓸 것을 'Dog'라고 쓰면 컴퓨터는 그런 실수를 인식하지 못합니다. 컴퓨터는 융통성이 없이 정해진 임무만을 빨리 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중세기의 종교재판소는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에게 사형 판결을 한 후 코페르니크스의 경우 이미 사망했는데도 그를 무덤에서 꺼내어 그 시신을 몇 토막으로 짤랐습니다. 상징적인 형벌을 가한 것입니다.
그들을 이와 같이 중범자로 인정한 이유는 그들이 지동설을 주장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갈릴레오도 지동설을 주장했다가 사형선고를 받을 것이 두려워서 지동설을 부인하고 판사 앞에서만은 지구가 태양을 도는 것이 아니고 태양이 지구를 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풀려났지만 그가 재판소를 나오면서 남긴 말 즉 “그러나 지금도 지구는 태양을 돌고 있다”라고 한 말은 지금도 유명합니다.
이 두사람이 종교재판소에서 중죄인으로 인정을 받은 배경에는 당시 정권과 왕권을 모두 장악한 교회가 성경을 편협하게 해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즉 성경에는 해가 뜬다든가 해가 진다는 문구가 있으므로 지구가 해를 돈다는 주장은 성경에 위배된다는 권위적인 신조 때문이었습니다.
경영강의로 유명한 톰 피터스(Tom Peters)가 하루는 뉴욕의 한 백화점에서 털모자 하나를 골랐습니다. 돈을 지불하려하자 점원은 가격표가 떨어져 나갔다고 하면서 그 값을 알아보려고 여기 저기에 전화를 했습니다.
약 20분을 기다리다가 피터스씨는 모자를 사지 않고 그냥 나왔습니다. 그는 그의 저서에서 그 점원이 한심스러웠다고 말했습니다. 융통성이 있는 점원 같았으면 “손님, 제가 정확한 가격을 모르지만 짐작해서 돈을 받겠습니다. 주소를 주십시오. 제가 너무 많이 받았으면 그 차액을 돌려 드리겠고 너무 적게 받았으면 그 차액의 청구서를 보내드리겠습니다.”라고 말을 하고 그 모자를 팔았어야 했을 것이라고 피터스씨는 말했습니다.
아이젠하워 (Eisenhower)장군이 한 때는 컬럼비아 대학의 총장으로 재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학교의 조경담당 매니저가 총장실을 찾아왔습니다,. 그 조경 매니저의 말은 학생들이 잔디위로 걸어 다니므로 잔디가 죽는다고 불평을 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길로 다니라고 주의를 시켜달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그때 아이젠 하워 총장의 응답은 모든 경영인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융통성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즉 총장은 “학생들이 잔디위로 걸어 다닌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편리하기 때문일 것 아닙니까? 학생들이 걸어 다니는 곳에 길을 만들어주시오.” 얼마나 융통성이 있는 지시입니까?
명문 대학에 입학한 학생이 학자금 융자를 받기 위해 신용을 정리하다가 문제점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신용보고서에는 그 학생이 약 2년 전에 월부금을 두번 정도 늦게 낸 기록이 수록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런 기록이 학자금 융자신청에 불리할 것을 알고 은행에 가서 그 기록을 정정해줄 것을 간청했더니 동포은행인 모 은행은 완강히 거절하더라는 것입니다. 신용체계가 존재하는 이유는 정직하지 못한 술책 때문에 은행이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목적이 있는 것을 모두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장래가 창창한 학생을 위해 한두번의 부주의 결과를 은행이 자진해서 도와줄 수도 있었을 텐데 규정이나 법률의 문자만을 고집하며 젊은 학생의 간청을 일축했다면 실로 융통성이 없는 한심스러운 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미국 주류 은행에서는 그 정도의 신용정정은 손쉽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융통성있는 고객 관리가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