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이야기
Newsroh=장호준 칼럼니스트
오후에 아이들을 데리러 초등학교에 갔더니 교장 로렌이 내 버스로 다가와 활짝 웃는 얼굴로 엄지를 척 들어 보이며 말합니다.
“Chang, We're all set!"
줄리안은 금년부터 내 스쿨버스를 타고 킨더에 다니기 시작한 남자 아이입니다. 형 제임스는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이어서 내 버스를 몇 년간 타고 다녔지만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하지만 줄리안은 첫날부터 소란스럽게 스쿨버스 안을 휘젓고 다니는 것이었습니다. 몇 번 주의를 줬지만 말을 듣지 않아 몇 주 전에 줄리안 엄마에게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줄리안이 버스 안에서 가만히 앉아 있지 못 하고 자리를 옮겨 다니는데... 잘못하면 다칠 수 있거든. 그러니 줄리안에게 말을 해줘. 의자에 잘 앉아있으라고 말이야”
그렇게 하겠다는 엄마의 말을 들었지만 다음날 또 다시 줄리안이 버스 안에서 소란을 피우기에 두 번째로 엄마에게 말을 했습니다. 그러자 다음날 아침 줄리안 엄마가 줄리안을 데리고 나와서는 내게 힘들어 하는 목소리로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너, ADHD가 뭔지 알아?”
“어, 알지”
“줄리안이 ADHD야, 그래서 내가 집에서 아무리 말을 하고 벌을 준다 해도 또 네가 버스 안에서 아무리 야단을 쳐도 줄리안은 듣지를 않아. 그러니 카앁에 앉히고 벨트를 채우는 것 밖에 방법이 없어”
그리고는 줄리안을 카앁에 앉히고 벨트를 채워 놓는 것이었습니다.
스쿨 버스에서 별로도 마련된 카앁에 아이를 앉히는 규정은 만4살 이하에게만 적용이 됩니다. 해서 아이들은 4살 생일이 되기를 손꼽아 기다립니다. 카앁으로부터 해방(?) 되기 때문인 것입니다. 그런데 다섯 살이 넘은 줄리안을 카앁에 앉힌 것입니다.
물론 아이를 카앁에 앉히고 벨트로 묶어 놓으면 내게는 편합니다.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엄마의 손에 이끌려 카앁에 앉혀진 줄리안의 웃음기 사라진 얼굴과 잔뜩 굳어버린 자세를 보면서 이렇게 하는 것은 잘 하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학교에 도착해서 교사인 제이미를 불러 줄리안을 내려 주라고 하면서 말했습니다. (이곳 스쿨 버스 규정은 아이들이 카앁에 앉아야 하는 경우, 부모나 교사 외에는 아이들에게 벨트를 채워주거나 풀어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즉 운전자가 아이들의 몸에 직접 손을 대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줄리안이 ADHD 라는 것 알고 있어?”
“그렇다고 하던데, 학교에서도 관심 가지고 보고 있거든”
“줄리안 엄마는 얘를 카앁에 앉혀야 한다고 하는데... 난 그렇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어”
“줄리안 엄마와 면담을 해 보면 어떨까 싶어”
“알았어, 그럼 내가 교장에게 이야기할게”
아이들을 모두 학교에 내려주고 회사로 돌아와 디렉터 수잔에게 전후 사정을 이야기 하고서 “내가 교장과 이야기 해 볼게”라고 말하자 수잔이 대답합니다.
“난 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옳다고 믿어”
뒷 이야기
다음날 오후 교장 로렌을 만났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어? 줄리안 엄마는 카앁에 앉히겠다고 하는데 말이야.”
“물론 줄리안이 가만있지 못 한다는 것, 그래서 ADHD 라고 한다는 것은 알겠어. 하지만 줄리안이 ADHD 라고 한다면 말이야, 내 버스를 타는 중학교 애들은 모두 다 ADHD 일거야”
내 말에 로렌이 깔깔거리며 웃습니다.
“애들이 다 그렇지 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주의를 주면 될 것을 카앁에 앉히고 벨트로 묶어 놓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건 나도 같은 생각인데... 줄리안 엄마는 안전을 염려해서 그런다고 하거든”
“나도 줄리안의 안전이 염려되기는 하지만 카앁에 앉는 순간 동상처럼 굳어지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아”
로렌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카앁에 앉히고 벨트로 묶어 놓으면 나는 편해, 관심을 두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지. 하지만 그렇게 되면 줄리안이 스스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이 되잖아”
“그건 그래, 이전에 스쿨 버스를 타본 적이 없지?”
“형 제임스는 몇 년간 내 버스를 탔었지만 줄리안은 처음이고, 그러니 스쿨버스안에서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하는지 배우질 못했잖아”
이어서 내가 로렌에게 말했습니다.
“줄리안이 내게는 ‘passenger’이고, 네게는 ‘student’이며, 엄마에게는 ‘child’이겠지만 우리 모두에게는 ‘future’인 것이잖아. 그러니 우리의 미래가 실수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서는 안 된다고 나는 생각하거든...”
이 말을 하면서 솔직히, 내가 무슨 인류박애주의자도 아니고, 내 조국, 내 민족의 아이들도 걱정해주지 못하는 주제에 미국 꼬맹이들을 ‘우리의 미래’라고 하며 걱정하려니 그만 우울해 졌습니다.
내 이야기를 듣고난 로렌이 난처한 표정으로 내게 말합니다.
“줄리안 엄마와 면담을 하기로 했는데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어?”
“내가 줄리안을 스쿨 버스 맨 앞자리에 앉힐게, 그리고 내가 가까이서 지켜보도록 할게”
“그럼 네가 더 많이 신경을 써야 하잖아. 괜찮겠어?”
스쿨 버스를 운전하면서 동시에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는 것이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로렌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습니다.
“That's ok. I have two eyes. One for driving and another for kids"
로렌이 활짝 웃으며 말합니다.
“알았어, 그럼 줄리안 엄마에게 그렇게 말할게”
그리고 이어서 로렌이 말합니다.
“Chang, Thank you. I trust you"
ADHD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라는 증상이 있다고 하는데, 줄리안의 모습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내가 줄리안 나이일 때 ADHA 진단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그 당시 ADHD 진단법이라는 것이 있었다면 나는 당연히 ADHD, 그것도 극심한 증상이라는 진단을 받았으리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 증상을 나타내고 있는 자들입니다. ADHD는 치료의 대상이라고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까지 증상이 계속 된다면 특히 정치를 한다고 하는 자들이 그런 증상을 나타내고 있다면 그건 치료가 아니라 격리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2020년은 ‘ADHD 정치인’들을 영구 격리(永久 隔離) 시키는 해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장호준의 Awesome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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