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활이야기] 형편 없던 매상이 3배나 오른 이유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이순옥 = 오랫동안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습관처럼 되었어도 아침마다 알람시계와 씨름을 한다

 

"일어나~ 일어나~ 안 일어나면 곤란하니까 응~"

 

'말하는 밥통'에 '말하는 시계' 핸드폰 알람까지 도저히 시끄러워 더 잘 수가 없다. 출근 준비를 하고 차고문을 나오면 칠흑같은 하늘에 티없이 맑은 달님이 매일 다른 모습으로 첫인사를 하곤 하는데 실눈을 뜨고 웃는 인자한 모습, 휘영청 보름달일 때에는 너무 환해서 깜짝 놀랄 때도 있다. 소나무 가지 사이에 숨어 있다가 까꿍! 하고 소리라도 지르는것 같으니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날은 괜시리 눈을 부릅뜨고 토끼라도 쫓듯이 속력을 낸다. 41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15분쯤 달리면 인버네스라는 작은 동네 초입에 주유소가 나오는데, 서울로 비교하자면 옛 상암동이나 난곡마을 같은곳이라 할까.

 

워싱턴, 뉴저지같은 도시에서 지냈던 나는 '세계를 주름잡는 미국에도 이런 영세민이 있었나' 처음엔 의아 해 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날 필요한 것들을 정돈한 뒤 얼음을 채우고 커피를 내린다. 5시에서  7시 사이에는 손님이 많지 않아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 후렌치 바닐라 향의 그윽한 커피를 마시며 책이나 신문을 볼 수 있는행복한 시간이다

 

인종차별이 심했던 이곳, 지금도 서쪽으로 20분거리 바닷가에 위치한 ‘오젤로’라는 동네의 전설을 들어보면 1975년까지만 해도 흑인들을 나무에 거꾸로 매달아 놓은 시체를 쉽게 볼수 있었단다.

 

언젠가 그곳에 가보니 팜추리가 어우러진 그림같은 바닷가에서 석양을 보는 낭만은 전혀 그런 흔적을 찾아볼 수 없으리만치 아름답기만 했다. 저녁 때가 되자 물고기들이 여기저기 은빛으로 펄떡 펄떡 뛰는데 그만 함성을 지르고 말았다.

 

그래서 처음 가게를 인수해 시작할 때는 동양인을 처음 본 백인들이 구경을 오는것 같았다. 제일 안타까웠던 것은 그들이 누구도 믿지 않는 듯했던 것이었다. 말이 서투른 우리에게 외상을 달라 하고 도망가기 일쑤였다. 하루에 100명이상 드나드는데 별 손님들이 다 있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명예를 걸고 친절과 정직한 마음으로 그들을 대하도록 노력 하자고 다짐했다.

 

마침내 무뚝뚝했던 할머니, 고집이 센 할아버지들의 얼굴이 펴지기 시작 했다. 오히려 내가 피곤해 할 때는 농담을 걸어온다. 진실은 마음을 감동시키고 그 안에서 나도 많은 걸 느끼고 배웠다. 2년이 지난 지금은 70%가 단골손님이고 친구같다. 형편 없던 매상도 3배나 올랐다.

 

또하나 이들을 통해 한국 사람이 그들에 비해 개인적으로는 훨씬 똑똑하다는걸 알게 되어 자부심도 생겼다. 정치, 경제, 사회, 어느면으로나 암울한 뉴스뿐인 것 같아도 마음만 먹고 단결하면 무엇이나 해내는 저력있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스스로 희망을 걸어 본다.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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