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장호준 칼럼니스트

 

 

슈레이야는 네팔에서 이주 온 젊은 부부의 막내딸입니다.

 

프리스쿨에 다니는 슈레이야는 오전반 인지라 아침 8시 02분에 픽업해서 11시 54분에 집에 내려줍니다. 부모가 모두 네팔 식당에서 일을 하는데 아침에는 엄마가 슈레이야를 스쿨버스에 태우고 학교 끝나고 집에 데려다 줄 때는 아빠가 나와서 픽업합니다.

 

몇 주 전에 슈레이야를 집에 데려다 주는데 처음 보는 할아버지가 나와 서 있습니다. 그것도 길가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서있는 것이었습니다. 버스를 세운 후 문을 열고 멀찌감치 떨어져 서있는 할아버지에게 외쳐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되세요?”

 

하지만 이 할아버지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손으로 가까이 오라고 하면서 몇 번 더 불러 보았지만 대답은커녕, 멀찍이 떨어져 눈조차 마주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슈레이야에게 “할아버지시니?” 하고 물었고 슈레이야가 그렇다는 대답을 하기에 내려 주었습니다. (이곳 스쿨버스 규칙 중 하나는 학교에 등록되지 않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아이를 내려주지 못하게 되어있습니다.

 

그 후 며칠 간 할아버지가 슈레이야를 마중 나왔고, 할아버지는 첫 날 이후 전혀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버스가 멈추는 곳에서 멀찍이 떨어져 슈레이야를 기다리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한 주간(週間)을 지내고 아침에 슈레이야 엄마가 나왔길래 물어 봤습니다.

 

“지난 주 내내 할아버지가 픽업을 했는데, 앞으로도 계속 할아버지가 슈레이야를 픽업 할 거야?”

 

“어, 식당일이 바빠져서 슈레이야 아빠 쪽 할아버지이신데 당분간 여기 사실거야”

 

“그렇구나, 그런데 할아버지가 영어를 할 줄 아셔?”

 

슈레이야 엄마가 손을 내 저으며 말합니다.

 

“아니, 아니 전혀 못 하셔”

 

그래서 그랬던가 봅니다. 자기가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말을 거니 거북하기도 하고 어쩌면 두렵기도 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가까이 오기는커녕, 눈조차 마주치지 않았던가 봅니다.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내가 저 할아버지의 입장이라면 어땠을까?

 

한동안 할아버지가 슈레이야를 픽업 한다고 하니 어쩌면 이런 불편한 관계가 매일 계속 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마음먹고 다음날 슈레이야를 내려주면서 멀찍이 떨어져 눈도 마주치지 않는 할아버지를 향해 두 손을 공손히 모아 합장을 하고, 큰 소리로 외쳐 인사를 했습니다.

 

“나.마.스.떼!!!”

 

그러자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지난 주 내내 나를 쳐다 보지도 않던 할아버지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더니 잇몸이 드러나도록 활짝 웃으며 버스로 다가 오는 것이었습니다.

 

이 후 할아버지는 버스가 멈추기도 전에 달려옵니다. 와서는 나를 향해 먼저 합장을 하고 “나마스떼”하고 인사를 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가 알아듣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물론 ‘나마스떼’ 밖에는 더 할 줄 아는 말이 없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물론 같은 언어로 말을 해도 못 알아 듣는 것들이 더 문제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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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장호준의 Awesome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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