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처럼 부지불식간에 찾아온다는 로맨스를 우린 평생 몇 번이나 해볼 수 있을 까? 어떤 이들은 유치한 드라마 속 이야기 라고도 한다. 삶의 절정을 지나버린 나이가 되어도 몸과 마음은 좀처럼 늙지 않는다. 하지만 로맨스를 꿈꾸기보다는 다른 이들에게 보여지는 모습이 성숙한 사람이어야 하고 사회적 지위에 걸맞은 근엄함을 유지하자니 수행하고 수양하며 살아가야 한다.
기본적으로 로맨스는 놀라움이라는 요소가 필요하다. 조금은 불안정하고 불안한 것이 오히려 더 많은 관심을 갈구하게 될 수도 있다. 내가 이탈리아 스파클링와인 프로세코(Prosecco)에서 느낀 감정이다. 어쩌면 불꽃같이 치열하고 폭풍처럼 격렬한 샴페인 같은 감정은 아니어도 삶의 굴곡을 다 겪어낸 사람만이 피워낼 수 있는 잔잔하고 사려 깊은 중년의 사랑 같은 와인이다.
프로세코는 베니스 북쪽 50km의 슬로베니아 국경과 접해있는 베네토(Veneto)와 프리울리(Friuli)지역에 있는 10개의 원산지에서 화이트 품종인 글레라(Glera) 품종 85% 이상을 사용해서 만든 와인을 말한다. 코넬리아노(Conegliano)와 발도비아데네(Valdobbiadene)는 프로세코 생산의 중심지이며 주로 스파클링와인인 스푸만테(Spumante)를 생산한다.
프로세코를 구분하면, 먼저, 거품이 없는 스틸와인(Still Wine)인 트란퀴로(Tranquillo)가 있다. 음악용어로 ‘조용하고 침착하게’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아주 농도가 진한 잘 익은 포도를 사용해서 노란 담황색을 띄고 사과, 배, 아몬드, 꿀의 아로마를 가지고 있다. 두번째는 프리잔테(Frizzante)로 거품이 작고(Semi Sparkling) 뛰어난 신선함을 가지고 있다. 풍부한 꽃 향기와 여러가지 과일의 맛을 지녔다. 마지막으로는 가장 대중적인 스파클링와인인 스푸만테(Supumate)다. 스푸만테 중에 잔류 당분이 가장 적은 Brut(L:0g-12g)는 녹색 야채향과 구운 빵향이 나며 생선류의 파스타와 잘 어울리고 Extra Dry(L:12g-17g)는 화려한 담황색, 사과와 배향이 꽃향과 함께 묻어난다. 마지막으로 잔류당분이 가장 많은 Dry(L:17g-32g)는 노란 담황색을 띄고 흰 복숭아와 연두색 사과향이 돋보이고 아주 신선하고 부드럽다. 매운 음식이나 단 맛이 있는 음식과 잘 어울린다.
프로세코(Prosecco)가 유명해진 것은 1876년 베네토(Veneto) 지역의 코넬리아노에 만들어진 이탈리아 최초의 양조학교와 연관이 있다. 화학자였던 안토니오 까르페네(Antonio Carpene)는 프랑스에서 배워 온 탄산수 가미기술을 활용하여 최초의 탄산와인을 만들었고 현재의 고유한 스푸만테 방법을 만들었다. 이 방법은 부드러운 압착방법을 통해서 순수한 포도즙을 착즙한 다음, 포도즙을 10분의 7정도를 착즙하여 5~10도에서 스테인레스 통에 10~12시간을 보관했다가, 18~20도의 온도에서 15~20일 동안 알콜발효를 진행한다. 이것이 스푸만테의 베이스가 되는데 이를 기본으로 블렌딩을 한 후 설탕과 효모를 넣고 적어도 한달 동안 2차발효를 하게 된다. 이후 병입을 하여 30~40일이 지나면 풍부한 꽃향기와 여러 과일향을 느낄 수 있는 와인이 되는 것이다.
빠듯한 월급과 집세를 걱정하고 지난휴가의 추억을 벌써부터 그리워하는 평범한 일상에서 로맨스가 가져다주는 동화 같은 상상력은 세상 시름을 덜어내 주는 순기능이 있다. 순정 로맨스를 꿈꾸는 것은 이탈리아 배낭여행 중에 프로세코(Prosecco) 한잔을 마시는 행위와 흡사하다. 오히려 안정적인 경제구조와 사회보장제도를 잘 갖춘 나라에서는 왕자와 공주의 이야기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결국 우리는 각박해져가는 현실속에서 무감각해져가는 가슴을 다시 설레게 할 순수한 사랑의 판타지를 더욱 더 꿈꾸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피터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