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트럭이 벙커룸보다 따듯했다. 아늑한 온도에서 편하게 잤다.
아침에 일어나 식당에 갔다. 안전모임이 있는 금요일 아침 식사는 무료다. 안전모임은 9시에 시작한다. 동부 9시면 미주리 스프링필드는 8시, 유타 솔트레이크시티는 7시다. 나는 다음 화물이 들어왔기에 안전모임이 시작하기 전에 식사를 마치고 나갔다. 터미널에서 트레일러를 연결해 커네티컷 미들타운의 페덱스 물류센터에 배달하는 건이다. 4시간이면 가능한 거리지만 눈도 왔고 교통이 어떨지 모르니 6시간을 소요 시간으로 잡았다. 예상 도착 시간은 오후 3시로 보고했다. 시간 여유가 조금 있어 샤워를 했다. 돌아와서는 히마찰에 쌓인 눈을 치웠다.
트레일러를 연결해 나가려는데 텐덤 슬라이드 핀이 4번에 걸려있다. 너무 앞으로 바짝 온 것이라 뒤로 물리려는데 길바닥이 미끄러워 타이어가 잠긴채로 밀린다. 화물이 가벼운지 무게를 초과하지는 않았다. 가끔 텐덤 슬라이드가 뻑뻑해 잘 이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흙바닥 같은 곳에서는 트레일러 타이어가 질질 끌린다. 눈길에서야 오죽 하겠나. 드라이브 라인에서 서류를 받고 게이트를 나와 한번 더 시도했다. 그래도 밀리는 것 같았다. 그냥 가자. 무게만 상관 없으면 되지.
길가에는 눈이 쌓였지만 도로는 말끔히 치워졌다. 일부 구간에서는 코너링을 하는데 차체가 휘청거렸다. 보기에는 땅이 젖어 있는 듯 하지만 지나가는 차량의 타이어에서 물이 튀지 않는다. 바닥이 얼어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살짝 얼어서 보이지 않는 얼음을 블랙아이스라고 한다. 겨울철 운전의 주요 위험요소 중 하나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쉬며 확인하니 텐덤 타이어는 10번 핀에 걸려 있었다. 아까 밀리는 것처럼 보였는데 실제로는 움직였다.
오후 2시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제설작업(除雪作業)이 잘 돼 어려움이 없었다. 페덱스 물류장은 무척 한산했다. 그 넓은 공간에 배달 온 트럭은 서너 대에 불과했다. 대부분 야드가 비어 있어 마음 놓고 주차했다. 드랍 앤 훅에다 기다릴 일도 없으니 서류 작업도 그 자리에서 바로 사인 받았다. 빈 트레일러를 연결해 나왔다. 20여 마일 떨어진 곳에 트레일러 세척하는 곳이 있었다. 구글맵으로 검색해보니 세차를 전문적으로 하는 곳이 아니다. 그건 큰 상관 없지만 문제는 트레일러를 댈만한 공간이 안 보였다. 잘 못 갔다가는 낭패를 볼 것 같아서 마음을 바꿨다. UPS나 페덱스 화물은 바닥에 일반 택배박스를 바닥에 쌓아 놓은 것이라 크게 더러울 일은 없다. 실제로 트레일러 내부를 보니 쓰레기 조금 줍고 빗자루로 쓸면 충분할 것 같았다. 정 안 되면 그렇게 하기로 하고 일단은 가장 가까운 Rest Area로 향했다. 오후 3시 조금 넘어 벌써 오늘 하루를 마감하게 생겼다. 컵라면과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하고 하룻밤 쉬어갈 준비를 했다.
4시가 좀 넘어 다음 화물이 들어왔다. 발송처나 배달처 모두 시간 여유가 있어 내일 아침에 출발해도 무방했다. 발송처는 버몬트 주에 있는데 전에 가 본 곳이다. 지난 여름 메인 주에 배달을 마치고 한참을 달려가 다음 화물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는 초콜렛을 싣고 펜실베이니아 주 허쉬 공장에 갔었다. 다음 주유 장소가 메사추세츠 Shrewsbury에 있는 Flynns Truck stop이다. 바로 옆에 트레일러 세척하는 곳도 있었다. 전화를 걸어보니 오후 7시까지 연다고 했다. 조금 빠듯하다. 내일은 몇 시에 여나 물어보니 주말에는 안 연단다. 그럼 7시에서 7시 30분 사이에 도착할테니 기다리라고 했다. 실제 도착은 7시에 했다. 가격은 70달러를 불렀다. 그렇게나 비싸다니. 내가 손으로 쓸고 말 것을 그랬나. 나중에 회사에서 PO 번호 메시지 온 것을 보니 결제 금액이 40달러였다. 어떻게 된 것이지?
주유소에 주차 공간이 한 자리 남았다. 저기에 어떻게 세우나 연구했다. 세차가 끝나기 직전에 자동차 운반하는 트럭이 들어오더니 그 자리에 댔다. 이런 젠장, 저기 댈 팔자가 아니구만. 길 건너편에도 주차 공간이 있지만 다 찼다. 주유나 하고 가서 다른 곳이나 알아보자. 이 주유소는 희한하게 아무 정보를 입력 안 했는데 주유가 가능했다. 다 주유하고 그냥 가버리면 어쩌라고? 믿음과 신용의 주유소인가? 영수증을 받기 위해 건물 내 카운터로 갔다. 트랙터, 트레일러, 트립 번호를 차례대로 불러주고 영수증을 받았다. 샤워 쿠폰도 한 장 같이 준다. 날짜가 18일까지다. 오늘 안 쓰면 사실상 무용지물(無用之物)이다. 혹시나해서 직원에게 물어봤다. 여기 주차 공간 있나? 그럼 충분히 있다. 길 건너편 주차장도 트럭스탑 소유다. 다 찼던데. 윗층과 아랫층이 있다. 그래?
과연 아랫층 주차장은 널널했다. 손쉽게 주차했다. 북동부 지역에서 저녁 시간에 이렇게 한가한 트럭스탑이 있다니. 운이 좋다. 트레일러 세차 덕분에 야간 주차까지 해결됐다. 오늘 아침 샤워를 했으니 내일 아침 출발 전에 샤워를 하기로 했다. 샤워 쿠폰 그냥 버리면 아깝잖아.
오늘 아침 회사 터미널에서 출발을 앞두고 문자 메시지 하나를 받았다. 내 글의 애독자이신 C회장님께서 아들 녀석의 핸드폰을 당신께서 사주시겠다며 돈을 보내겠단다. 나는 사양하며 마음만 감사히 받겠다고 했으나 기어코 300달러 송금을 하고야 마셨다. ㅠㅠ.
한국명으로도 영어명으로도 C로 시작하는 C회장님과는 라디오 기자 시절부터 단골 코멘터로 인연을 맺었다. 그는 뉴욕한인학부모협회장으로 오래 일한 뉴욕한인사회의 유명인사다. 디자인을 전공해 예술가적 기질이 충만한 C회장님은 용모에서부터 개성이 넘치고 매우 정열적이다. 기자 일을 그만 둔 후에도 우리 부부는 아이들 학교 문제로 몇 번 상담을 받았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감사드립니다)
겨울 버몬트
아침을 먹고 샤워 후 트럭스탑을 출발했다. 북쪽으로 계속 올라갔다. 메사추세츠 - 뉴햄프셔 - 버몬트에 들어섰다. 고속도로로 계속 올라가는 코스라 불편함은 없었다. 트레일러에 눈이 얼마나 쌓였는지 눈이 내린 지 이틀이 지났는데도 계속해 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오후 2시 30분 경 Saint Alban에 도착했다. 지난 번 왔을 때와 지금의 나는 후진 실력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늘었다. 눈으로 바닥이 질척 거렸지만 작업화를 신고 있어 문제되지 않았다.
Barry Callebaut, 이 곳은 초코칩을 만드는 곳이다. 완제품이 아니고 초코렛이 들어가는 제품의 중간 원료다. 거대한 주머니 22개에 이런 초코칩이 가득 들었다. 출발을 하려고 보니 무게가 오버다. 이상하다. 서류에는 42,000 파운드 정도인데 이렇게 무거울 리가 없다. 텐덤 슬라이드 핀을 8번에 맞추니 간신히 경계선에 들어갔다. 아무래도 트레일러 천정에 쌓인 눈의 무게 때문인 것 같다. 오늘 오면서 문을 연 웨이 스테이션은 없었다. 눈이 오면 무게 측정이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문을 닫은 것인가?
이곳에서 북쪽으로 30분 정도 달리면 캐나다 국경이다. 몬트리올도 멀지 않다. 그래서인지 오는 길에 퀘벡 번호판 차량도 있었다. 미국 50개 주 자동차 번호판을 다 본 것은 아니지만 버몬트 번호판이 가장 멋이 없지 않을까 싶다. 녹색 바탕에 흰색 글씨인데 디자인이 꽤나 촌스럽다.
북쪽으로 올라가다가 국도를 따라 80마일 이상을 달린다. 왼쪽에 거대한 호수가 있어 시계 방향으로 돌아 내려가야 한다. 아니면 반시계 방향으로 캐나다를 통해 가거나. 5시가 넘으니 이미 날이 어두워졌다. 눈발도 날렸다. 눈이 더 쌓이기 전에 빨리 이 지역을 벗어나야 한다. 왕복 2차선 국도라 속도 내기가 수월하지 않다. 처음에는 내가 속도가 느리다보니 대열(隊列)을 이끌었다. 뉴욕주에 들어선 이후에는 눈발이 약해져 속도를 냈다. 느리게 가는 차량 몇 대를 추월하기도 했다. 캐나다 국경에 얼마나 가까이 갔던지 전화기에 로밍 안내 메시지가 들어와 있다.
원래는 눈이 없는 따뜻한 남쪽으로 가고 싶었다. 커네티컷을 받았을 때만 해도 거기서 남쪽으로 내려갈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최북단 버몬트까지 올라왔다. 거기다 눈까지 내렸다. 겨울철 운행 제대로다.
하룻밤 자고 가야 되는데 이 근방에 트럭스탑이 많지 않은데다 휴게소도 간격이 멀다. 81번 고속도로에 들어선 이후 Parking Area가 나왔다. 오늘 운전하며 다른 트럭을 별로 못 봤기 때문에 자리는 문제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자리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다른 트럭이 한 대도 없다. 평행 주차로 열 대 이상 댈 수 있는 주차 지역에 오늘도 나홀로 섰다. 배가 고팠다. 쌀을 씻어 밥을 안치고 계란 후라이도 하나 구웠다. 갓 지은 밥에 김치, 김, 마른 반찬, 계란을 곁들이니 꿀맛이다. 내일은 300마일을 달려 펜실베이니아 Erie에서 주유를 한다. 거기서도 400마일 가량을 더 간다. 부지런히 달리면 월요일 오전 중으로 배달이 가능할 것이다. 약속 시간은 저녁 10시지만.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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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음악이 최고의 음악
오늘도 종일 달려 오하이오까지 왔다. 요며칠은 음악을 틀지 않았다. 음악은 지루하거나 힘들 때 에너지를 얻기 위해 튼다. 음악 없이 고요하게 생각에 잠겨 달리는 것도 좋다.
택시 운전하던 시절로 더듬어 올라가 보면, 첫 몇 달간은 음악을 적극 활용했다. 택시에서 들을 음악을 CD에 구웠다. 주로 내가 좋아했던 옛날 팝송이었다. 같이 따라 부르는 손님도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만 뒀다. 매일 같은 곡을 들으니 지겹기도 했고, 손님의 기분과 가사가 안 맞을 때도 많았다. 그 다음 선택한 것은 가사가 없는 클래식 음악이나 재즈 연주였다. 무난했다. 그렇게 몇 년을 들었다. 내가 음악을 틀고 다닌 이유는 정적(靜寂)이 불편해서였다. 칸막이 없는 택시를 몰았는데 손님과 같은 공간에서 흐르는 어색한 침묵이 불편했다. 음악으로 그 정적을 메꿨다. 택시를 그만둘 즈음에서는 음악 없이 다녔다. 그래도 편안했다. 내 마음이 무디어졌거나 힘이 커졌거나다. 최고의 음악은 무음악이다. 오히려 손님 쪽에서 불편했는지 정적을 깨려고 말을 걸어오는 경우가 있었다.
트럭을 몰면서도 마찬가지다. 무음악으로 다니다 가끔 좋아하는 음악을 즐기는 차원에서 듣는다. 음악은 사람에게 알게모르게 영향을 준다. 가령 식사 때 음악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음악의 템포에 따라 음식을 먹는다. 식당에서 바쁜 시간에 빠른 박자의 음악을 트는 게 그 이유다. 빨리 먹고 나가라는 뜻이다. 한가한 시간에는 식당에 손님이 많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느린 음악을 튼다.
운전하면서는 주로 생각을 한다. 곧게 뻗은 고속도로를 달리다보면 저절로 마음이 차분해지고 명상 상태와 비슷해진다. 이럴 때는 음악이 없는 편이 낫다.
아들 녀석의 핸드폰을 주문했다. 검정색으로 사달라고 했는데 그 색깔의 모델은 잘 없다. 회색도 괜찮단다. 예산이 얼마냐 묻길래 300달러라고 했더니 아이폰 7 플러스로 사도 되냐고 묻는다. 욕심이 나나보다. 아이폰 7 플러스는 최저가가 330달러 이상이다. 그럼 네가 직접 알아보고 링크를 보내라 했다. 검색을 해보더니 두 제품이 기본적으로 차이가 없다며 6S플러스로 사겠단다. 7 플러스 저가 제품은 상태가 안 좋다며. 그래도 이 녀석 무조건 신모델만 찾는 게 아니라 경제적 사고를 하네. 아들은 refurbished 제품을 사 달라고 했지만 나는 한 단계 위인 new other 급으로 주문했다. brand new처럼 오리지널 박스에 들지는 않았지만 고객 반품이나 전시용 제품 같이 사용한 적이 없는 사실상 신품이다. 보호 케이스까지 포함해도 예산을 넘지 않았다.
APU에서 연료가 뚝뚝
잠잠하던 히마찰이 다시 말썽이다. 세월은 정녕 어쩔 수 없단 말인가. 체크 엔진에 불이 다시 들어온 지는 한참 됐다. 적당한 기회가 있으면 딜러샵에 가서 점검해야지 생각하고 있었다. 인디애나폴리스에 인터내셔널 트럭 딜러샵이 있다. 오늘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저녁 10시 약속이지만 일찍 물건을 받아준다면 내려놓고 딜러샵에 갈 시간이 된다.
발송처에는 정오경에 도착했다. GPS에서 알려준 주소대로 가니 커다란 건물이 나왔다. 주차장에 들어가니 뭔가 휑하다. 트럭이 한 대도 없고 닥에도 움직임이 없다. 이상하다. 주차하고 사무실로 찾아 갔다. 트럭 뿐 아니라 일반 승용차도 한 대 없다. 건물 내부를 보니 통채로 빈 공간이다. 헐~ 이럴 수가. 새로 지은 건물이고 입주를 안 한 상태다. 이런 낭패가 있나. 이럴 때는 구글신의 도움이 필요하다. 구글맵을 켰더니 왔던 길로 얼마를 더 들어가야 한다.
Receiving 오피스는 건물 뒷편에 있다. 들어가보니 매우 좁았다. 트럭을 돌릴 공간이 있을지 모르겠다. 다른 트럭이 없다면 회전은 가능할 것 같았다. 다시 후진으로 나와 회사내 통로에 주차했다. 접수 사무실로 걸어갔다. 아무도 없었다. 사무실 안쪽 닥에서는 지게차가 왔다갔다 바빴다. 사람이 왔는데 도무지 신경을 안 쓴다. 한참을 서서 기다리니 한 명이 들어온다. 서류를 보더니 지금은 받을 수 없다고 했다. 물건을 쌓아 둘 공간이 없단다. 그럼 이따 다시 오겠다며 트럭으로 돌아왔다. 아까 빈 건물 주차장에서 기다릴 요량이었다.
히마찰 있던 자리 바닥이 젖어 있었다. 뭔가 싶어 살펴보니 기름 성분이다. APU에서 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어제 저녁에도 휴게소에서 액체가 흘러내리는 것을 봤다. 며칠 계속 눈비가 왔기 때문에 빗물이 흐르는 것으로 알았다. 오늘은 비가 오지 않는데도 뚝뚝 뜯는다. 액체의 점도나 양을 봐서 엔진오일은 아니다. 디젤유다. APU는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연료계통 쪽에 뭔가 문제가 생겨 연료가 새는 모양이다. 그냥 넘어가기에는 정도가 심하다.
구글에서 검색해 인터네셔널 딜러를 찾았다. 전화해보니 마침 약속도 없다고 바로 오라고 했다. 내 마음대로 갈 수는 없기에 RA에 메시지를 보냈다. RA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 했다. 내가 찾은 딜러샵은 추천하지 않았다. 터미널로 돌아가 수리하라고 했다. APU가 릭마스터 제품인데 외부 트럭 서비스에서 제대로 고치는 곳이 없다고 했다. 내가 이메일을 받아 비디오를 보냈더니 그제서야 다른 트럭 서비스 센터 주소를 알려줬다. 그런데 여기서 93마일이다. 6시면 문도 닫는다. 배달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시간이 촉박하다. 천상 내일 아침 8시 문 열때 갈 수 밖에 없다.
글렌에게 문자를 보냈다. APU는 부품을 주문하면 며칠 걸릴 것이라 했다. 그동안 돈을 못 번다. 수리 기간 동안 회사에서 호텔 비용은 제공해 준다고 했다. 밥값은 어쩌고. 이래저래 불편하다. 터미널로 돌아간다고 수리가 빨리 될 것도 아니다. 스프링필드의 경우 트럭샵에 약속 잡으려면 이틀 정도 밀려 있다. 스프링필드에 내려 놓을 수 있는 화물을 받아 미리 전화로 약속을 해도 되겠지만 순조롭게 될 지 모르겠다. 스프링필드나 펜실베이니아나 여기서 멀기는 마찬가지다. 그 기간 동안 연료를 계속 흘리며 다니는 것도 찜찜하다. 할 수 없다. 쉴 때는 쉬어가자. 구글맵으로 확인하니 I-65 Truck & Accessories에 주차할 공간이 있을 것 같다. 배달을 마치고 이동해 거기서 밤을 새고 아침에 수리 접수해야겠다.
통로에 주차한 터라 트럭을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고 했는데 그냥 거기서 계속 기다렸다. 생각보다 다니는 차량이 적은데다 트럭 석 대가 다닐 정도로 길도 넓어 별 지장을 안 줬다. 밤에 이동하려면 한숨 자야겠다.
7시에 접수 사무실로 다시 갔다. 원래는 8시에 가려고 했는데 차량 통행이 없는 것으로 봐서 한가할 것 같았다. 다시 가도 사무실에는 사람이 없었다. 안에서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낮보다 한산했다. 직원이 오더니 이번에는 접수를 받아주었다. 4번 도어에 대라고 했다. 타이트한 공간이지만 다른 트럭이 없어 별 문제 없었다. 예전에는 혼자서는 꿈도 못 꿀 공간에서 잘 해내는 내 스스로가 대견스럽다. 닥에 대기는 했다만은 언제 화물을 내릴 지는 모르겠다.
이 회사는 맥 PC를 사용했다. (대게 내가 다니는 거래처는 윈도우 PC를 쓴다) DB는 오라클인데 자체 서버를 둔 것 같지는 않고 인터넷으로 오라클 메인서버에 연결하는 중소기업용 제품인 듯 했다.
반나절만에 수리 완료
예상이 맞았다. 트럭 서비스 센터에는 주차할 공간이 있었다. 그것도 어마하게 넓은 공간으로. 자정이 넘은 시간이라 인근 휴게소나 트럭스탑은 꽉 찼다. 트럭샵 주차장 입구 초소에 사람이 있었다. 내려서 가까이 가니 사람이 아니고 경비복을 입은 마네킹이었다. 6시에 문을 닫은지라 쥐죽은 듯 조용했다. 나는 편안한 자리에 주차했다. 그 사이에도 APU는 연료를 줄줄 흘렸다. 같은 인디애나 주인데 이곳은 중부 시간대였다. 거리도 그다지 멀지 않은데. (80개 카운티는 동부시간대, 12개 카운티는 중부시간대를 쓴다)
아침에 일어나 접수를 했다. 친절한 아주머니가 접수를 받았다. 내가 밤을 샜던 자리에 트레일러를 내려놓고 정비공장으로 트럭을 몰고 갔다. 증상을 알려주고 나는 드라이버 라운지에서 쉬었다. 오랜만에 TV쇼를 봤다. 디스커버리에서는 오래된 자동차를 사서 새것처럼 수리해 판매하는 사람들에 대한 리얼리티쇼를 했다. 히스토리채널에서는 Live free or die라는 리얼리티쇼를 했다. 미국판 나는 자연인이다라고나 할까. 오지(奧地)에서 사냥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얘기다.
배달을 마치면 관련 서류를 스캔해서 보내야 된다. 그래야 급여가 지급된다. 화요일 4시가 한 주일의 마감이다. 그런데 Trip sheet 양식을 찾을 수가 없다. 거의 다 써서 지난 번 스프링필드 본사 갔을 때 한 묶음을 챙겼는데 어디 갔는지 없다. 트럭스탑 같으면 다른 프라임 드라이버에게 빌리기라도 하겠는데. PDF 파일을 받아 작성하기로 했다. 페이스북 그룹 게시판에 물어보니 누가 이메일로 보내줬다. 프라임 모바일 앱에서도 다운 받을 수 있었다. 인터넷에서 Acrobat XI을 찾아서 설치했다. 노트북이 있으니 편하다. PDF 파일에 직접 문자를 입력한 후 저장했다.
오후 2시경 수리가 끝났다. 나는 한 이틀 정도 예상했는데 반나절만에 마쳤다. 체크엔진은 락 센서 문제였고, APU는 연료계통 부품 문제였다. 비용도 얼마 나오지 않았다.
다시 새 화물을 받았다. 그런데 시간 계산을 잘 못 했다. 내가 물건을 받는 곳은 동부시간대다. 중부시간대에 있는 나는 한 시간을 더 잡아야 한다. 거기다 인디애나폴리스의 퇴근시간 정체에 걸렸다.
주소가 낯익다 했더니 이곳도 와 본 곳이다. 그것도 두 번이나. 그 두 번 모두 주말에 서류 이상으로 하염없이 기다리며 하룻밤을 속절없이 까먹었던 곳이다. 오늘은 서류가 제대로 돼 있다. 가져간 트레일러를 내려 놓으려는데 두 칸 비어 있고 조명도 환한 자리 앞에 야드자키 트럭이 막고 있다. 할 수 없이 얼마 떨어진 곳에 주차하기로 했다. 그곳은 한 칸만 비어 있고 조명도 어둡다. 그 자리에 한 번에 제대로 후진했다.
배달은 두 곳이다. 둘 다 오하이오 주인데 첫 번째는 오전 6시, 두 번째는 오후 11시 30분이다. 둘 다 시간이 애매하다. 첫 배달지에 자정을 30분 넘겨 도착했다. 아침 6시까지 기다릴 곳도 없고 그 시간이면 근무시간 초과다. 다행히 정문 초소에서는 친절한 아주머니가 통과시켜줬다. 접수 사무실에 가니 전화를 기다리라고 했다. 닥은 무척 바쁘고 대기하는 트럭도 많았다. 대기열에 후진 주차로 대려고 했는데 여의치 않았다. 주변에 다른 트럭이나 야드자키 트럭이 있으면 신경 쓰인다. 다행히 두 열이 연속 빈 칸이 있어 한 바퀴 돌아 뒤에서부터 들어와 주차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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