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오늘 가이암을 만났다. 놀랍게도 가이암은 히마찰의 쌍둥이 동생이었다. 라디오, 벙커룸 독서 등, 후드 미러 등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99.8% 같은 제품이다. 그도 그럴 것이 히마찰의 트럭 번호는 869001이고 가이암은 869080이다. 색깔은 보라색이다.
어젯밤 글렌에게 메일을 보냈다. 나 다음 주 수요일에 시민권 인터뷰가 있는데 여기서 언제 트럭을 받을지 모르겠다. 생각보다 길어질 것 같다. 주말에는 일 안 할 것 아니냐. 펜실베이니아로 가는 화물을 먼저 받고 돌아와서 나중에 새 트럭 받으면 안 되냐? 아침에 답장이 왔다. 오늘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진척 상황 물어봐라. 안 될 것 같으면 드라이브 라인에 가서 새 화물을 받아라. 새 트럭은 나중에 받자.
샤워하러 가다가 Z빌딩에 들렀다. Z빌딩으로 통하는 메인오피스는 사람들이 출근을 안 해 통로가 막혀있다. 내 아이디 카드로는 문이 열리지 않았다. 밖으로 돌아 다른 입구로 들어갔다. 이틀 전 봤던 여직원이 혼자 있었다. 나를 기억했다. 물어보니 아직 안 됐다고 하다가 잠깐만! 트럭이 준비됐다고 했다. 그럼 전화 좀 주지. 방금 끝난 건가? 그녀는 트럭 상태를 점검할 체크리스트 서류를 주며 작성 후 베이 47에 있는 트랙터 사무실에 갖다 주라고 했다. 트럭은 디테일샵 바로 근처에 있다고. 그럼 서둘러야겠다. 서류에 적힌 트럭 번호가 869080이다. 8번으로 시작하면 인터내셔널 트럭이다. 6은 연식을 나타낸다. 2016년식. 실제 출고는 2015년일 것이다. 9는 리퍼 디비전을 뜻한다. 뒤 세 자리는 일련번호. 영어 new는 반드시 신품을 뜻하지는 않는다. 기존의 것과 다른 것이라는 개념이 더 강하다.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새 상품은 brand-new라고 한다.
디테일샵 주변을 둘러봐도 못 찾겠다. 결국 디테일샵 사무실에 들어가 물어봤다. 컴퓨터에서 트럭 번호를 조회하니 GPS로 정확한 주차 위치를 알려준다.
히마찰을 처음 만났을 때 실망이 컸다. 인터내셔널 트럭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그다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내심 신모델을 원하기도 했다. 수동 트렌스미션도 부담이었다. 가이암을 보고도 같은 마음이 들었다. 1인용 트럭말고 2인용 트럭을 기대했다. 스프링필드는 거의 프레이트라이너가 많다. 게다가 히마찰과 쌍둥이 모델이라면 굳이 며칠이나 기다려 트럭을 바꿀 이유가 뭔가? 히마찰은 지금까지 잘 달렸는데. 물론 체크엔진에 불도 들어오고, 에어브레이크에 약간의 누기도 있다.
이틀 전 프라임 트럭 리즈를 담당하는 자회사인 석세스 리징(Success Leasing) 홈페이지에서 인벤토리를 보니 2019년 모델은 모두 인터내셔널 트럭이었다. 주 거래 회사를 프레이트라이너에서 인터내셔널로 옮겼나보다. 디테일샵 주변에 2019년형 인터내셔널 LT 모델이 몇 대 눈에 띄었다. 디자인이 잘 빠졌다. 다른 회사 트럭들보다 낫다. 인터내셔널의 특징인 세로 라디에이터 그릴 형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세련된 모습을 갖췄다.
나는 찬밥 더운밥 가릴 신세가 아닌 컴퍼니 드라이버다. 주는대로 받아야지. 꾸물거리다간 일도 못 하고 시민권 인터뷰에도 못 간다. 아무 것도 없는 가이암의 내부는 썰렁하면서도 넓어보였다. 짐으로 가득한 히미찰과 대조적이다. 히마찰도 처음에는 그랬지.
퀄컴 기록을 보니 11월 27일 정도에 차량을 반납한 모양이다. 트랙터샵에서 트럭 정비하고 디테일샵에서 내외부 미관을 새로 단장했을 것이다. 전 주인이 새로 리즈를 얻었는지, 회사를 그만뒀는지 사정은 알 수 없다. 아마 전자일 가능성이 높다. 나도 컴퍼니 드라이버에서 리즈 오퍼레이터로 옮긴다고 하면 트럭 반납하고 새 트럭으로 받는다. 중고 트럭으로 리즈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불입금이 몇 푼 차이도 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신형 트럭을 고른다.
컴퍼니 드라이버도 신형 트럭을 받지만 지금처럼 리즈 기간이 남은 트럭을 물려받는 경우가 더 많은 모양이다. 아니면 아직 내 경력이 모자라서 그런지도 모른다. 사고도 몇 건 냈으니 말이다.
실망한 속내를 가이암에게 비치지 않도록 노력했다. 가이암의 주행거리는 약 26만 마일이다. 히마찰을 처음 받았을 때보다 주행거리가 적다. 가이암은 2016년에 생산됐을지도 모르겠다. 히마찰 때는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거의 점검을 하지 않고 그냥 탔다. 퀄컴 화면 캘리브레이션과 APU 벨트 소음만 손 봤다. 그때는 냉장고도 스프링필드에 있었다. 다음날 바로 배달을 나갔다.
가이암은 다르다. 리스트에 있는 항목을 자세히 점검했다. 점검 결과 엔진룸 에어 컴프레셔 근처에서 공기 새는 소리가 났다. 라디오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다. (어차피 안 들으니까 상관은 없다) APU가 작동하다 멈춘다. (엔진오일 압력이 낮다는 에러 메시지가 뜬다) 타이어는 히마찰보다 더 마모(磨耗)됐지만 양호한 수준이다. 드라이브 타이어 공기압이 90psi 정도로 나왔다. 100 psi가 정상이다. 추운 날씨 정지 상태에서 이 정도면 괜찮다. 달리면 올라간다.
디테일샵에 냉장고 분리 및 설치 작업 신청을 했다. 내일 오후 1시 약속이다. 트랙터샵 사무실에 서류를 갖다 주고 필요한 작업을 알렸다. 샵에서는 내일 중으로 작업이 끝나면 연락 주겠다고 했다. 근처에 트럭을 세우고 시동키를 꽂아 뒀다. 냉장고 설치와 시간이 겹치지 않아야 할 텐데.
히마찰이 342,215마일을 달렸다. 가이암은 현재 259,488이다. 약 일 년을 더 타야 이 수치에 이른다. 다행이라면 히마찰과 쌍둥이라 새로 조작을 배울 필요가 없다. 엔진룸 상태도 히마찰 때보다 깨끗했다. 그러고 보면 히마찰과 손발 맞추느라 서로 고생했다. 으드득 드르륵 기어를 밥 먹듯 갈아 먹었으니 말이다. 이제는 손발이 척척 맞는다.
가이암에 승객을 태울 계획은 무산됐다. 내년 여름방학에 아들 녀석 태우고 세상 구경 시켜주려 했는데. 나 혼자만의 수행이 더 필요한 모양이다. 히마찰과는 오늘이 마지막 밤이다.
P.S
가이암의 한자명을 지어주세요. 암은 사찰 암(庵)자로 정했지만, 뜻이 좋으면 다른 한자도 괜찮습니다. 현재 후보는 迦夷庵 (막을 가迦에 오랑캐 이夷) 오랑캐를 막는다는 뜻입니다만, 오랑캐 이자에는 마음이 편하다는 뜻도 있군요. 그 다음은 斝彝庵 (술잔 가斝에 떳떳할 이彝) 술잔 가斝자에는 신에게 복을 빌다, 떳떳할 이彝자에는 영원히 변하지 아니하는 도道라는 뜻도 있네요. 둘 다 한자가 좀 복잡해서 단점입니다.
갈 수 있을까?
쌍둥이 형제지만 히마찰과 가이암은 딴판이다. 가이암은 야생마(野生馬) 같은 상태다.
오전 7시 기상, 짐(gym)에 가서 운동을 시작했다. 첫날은 가볍게 몸 풀고 5분 동안 제자리 걷기를 3회 실시했다. 걷기라고 쉬운 게 아니었다. 무릎을 90도 이상 올려 걷자니 상당한 운동이 됐다.
카페테리아에서 부리토(burrito)를 아침으로 먹었다. 식사 내용은 Cronometer 앱에 기록했다.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은 없어서 가장 근접한 메뉴로 선택했다.
가이암으로 짐을 옮길 준비를 했다. 좁은 트럭 안에 웬 짐이 이렇게나 많은지. 내가 가장 못 하는 것 중 하나가 정리정돈이다. 어느 정도 하다가 포기하고 시민권 인터뷰 공부를 했다.
사과 한 개, 귤 한 개 간식으로 먹은 것도 기록했다.
오후 1시, 디테일샵에 갔다. 히마찰에서 냉장고를 분리했다. 24V 전원과 바닥에 깐 고정용 철판이 작업의 핵심이다. 히마찰을 몰고 트랙터샵으로 갔다. 어제 주차했던 곳에 히마찰이 없다. 작업 베이를 둘러봐도 히마찰은 없다. 트랙터샵 주변에도 없다. 사무실로 가 작업이 됐나 물으니 아침에 끝났단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왜 전화를 주지 않을까? 가이암은 다른 주차장에 있었다. 가이암을 몰고 디테일샵으로 가 냉장고를 설치했다.
가이암이 있던 자리로 와 히마찰 옆에 세웠다. 2시간가량 걸려 모든 짐을 옮겼다. 정리는 나중이고 침대 위에 대충 쌓아 놓았다. 출발이 급하다. 히마찰에서 로그아웃하고 가이암에서 로그인하려니 비밀번호가 생각이 안 난다. 네이슨과 다닐 때는 서로 교대로 운전하니까 매번 비밀번호를 입력해 운전자를 바꿔야 했다. 솔로로 데뷔한 이후에는 로그아웃할 일이 없으니 비밀번호를 까먹었다. (에버노트에 비밀번호를 적어 놓았는데 그 사실조차 잊어버렸다)
드라이브 라인이 있는 플라자 빌딩 근처에 주차했다. 드라이브 라인에서 퍼밋북을 받았다. 필요한 각종 서류가 모두 들어 있다. 로그인을 안 한 상태라 화물을 받지 못한다. 돌아오는데 가이암이 뭔가 썰렁하다. 앗! 로드락. 히마찰에 그냥 뒀다. 다시 히마찰이 있는 곳으로 가서 로드락 4개와 자물쇠를 챙겼다. 이 정신머리하고는.
우여곡절 끝에 디스패처가 비밀번호를 알려줬다. 이제야 기억이 난다. 드라이브 라인에 가니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500마일 떨어진 테네시 주에 내일 중으로 배달하는 건이 있다. 이 화물을 받으면 수요일까지 집에 못 간다. 마냥 여기서 기다릴 수도 없고 일단 터미널을 벗어나기로 했다. 발송처는 여기서 1마일 거리다. B27번에서 161973번 트레일러를 연결해 나가라고 했다. B27번에 가니 비어있다. 누가 벌써 끌고 갔나? B28번에 있는 172049 트레일러를 연결했다. 그런데 가이암의 드라이브 타이어 무게를 보여주는 라이트 웨이트(Right Weight) 스크린이 먹통이다. 전원은 들어오는데 화면에 아무것도 안 보인다. 아까 트럭 받을 때 왜 이걸 못 봤을까? 좀 있다 나가야 되는데. 저울이 없으면 대충 감으로 무게 균형을 맞춰야 한다. 지금 실을 짐은 그다지 무게가 나가지 않아 괜찮을 것 같은데 무거운 짐을 실을 경우가 문제다. 예고한 화물 무게가 실제와 다른 경우도 빈번하다. 매번 CAT 스케일에서 무게를 다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다. 일단은 빨리 움직여야 하니 그냥 나가자.
그런데 172049 트레일러는 수리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드라이브 라인에 가서 누가 내 트레일러를 끌고 간 것 같다고 하니 아직 있다며 다른 자리를 찾아보라고 했다. 그 번호에 없을 수더 있다며.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 172049 트레일러를 내려놓고 161973 트레일러를 찾아 다녔다. 과연 다른 자리에 있었다. 트레일러를 열어보니 안에 쓰레기가 있다. 세척이 필요하다. 와쉬 베이에 가서 와쉬아웃을 얘기했다. 세차원이 트레일러 외관도 지저분하다며 외부 세차도 함께 하겠다고 했다. 그러라고 했다. 자동 세차 기계가 마지막에는 트럭까지 씻었다.
아무래도 저울 화면을 고치고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가서 물어나 보자. 트랙터샵에 가서 저울 화면이 안 나오는데 난 지금 화물을 받은 상태라 곧 움직여야 한다. 빨리 수리 가능하냐고 물었다. 베이가 비는 대로 연락 준다고 했다. 두어 시간 걸릴 것이라고.
글렌에게서 연락이 왔다. 드라이브 라인에 가서 4693845번 배달로 바꿀 수 있냐고 물어보라고 했다. 내일 테네시로 가면 수요일까지 집에 못 간다면서. 가서 물어보니 트레일러가 오고 있는 중이다. 내일 아침에 출발할 수 있을 것 같다. 수요일까지 코네티켓에 배달하는 화물인데 나는 핏스톤 터미널에 내려놓고 집으로 갈 것이다.
바삐 움직이다 보니 점심을 걸렀다. 저녁은 전자레인지로 찐 감자와 크림 치즈 베이글에 햄을 넣어 먹었다. 기록도 했다. 오늘은 일일 권장 칼로리에 모자란다.
트랙터샵에서 전화가 왔다. 웬일이니. 가서 수리 하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다행이다.
회사 내에서 저속으로만 달려봤지만 가이암은 히마찰과 특성이 달랐다. 길들지 않은 야생마 같다고나 할까. 전 주인이 좀 거칠게 몰고 다녔는지. 가이암과도 친해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서류를 보니 가이암은 2016년 6월생이었다. 히마찰과 거의 일년 차이가 난다. 벙커 내부 구조도 히마찰과 달랐는데 같은 연식이지만 약간의 개선이 있었던 것 같다.
핏스톤까지는 1,100마일. 이틀을 꼬박 달려야 한다. 32시간 정도 걸릴 것이다. 화요일, 버스 막차 시간까지 도착할 수 있을까? 내일 짐을 몇 시에 받느냐가 관건일 것 같다.
가이암의 첫 운행
일단은 합격점이다. 엔진 소리는 부드럽고 힘이 넘쳤다.
아침 7시, 화물이 준비됐다고 연락이 왔다. 급해도 운동을 거를 순 없다. 운동은 우선순위다. 시민권 인터뷰야 다음에 봐도 되지만 오늘 못한 운동은 영원히 다시 할 수 없다. 짐에서 운동을 했다. 오늘은 제자리 걷기에 이어 스쿼트 동작이 추가됐다. 제자리 걷기도 어제보다 수월해졌다. 카페테리아에서 아침을 먹었다. 베이컨, 계란, 헤쉬브라운을 먹었다. 먹은 것은 Cronometer 앱에 기록했다.
8시, 드라이브 라인에 가서 트레일러 번호를 받았다. 트레일러 연결하고 저울이 있는 아웃바운드 베이에서 트럭 무게를 달아봤다. 어제 수리한 트럭 내부 저울과 수치가 비슷하다. 몇 번 더 달아봐야겠지만, 일단은 믿어도 될 것 같다. 트럭은 50갤런 주유하고 리퍼는 가득 채웠다. 드라이브 라인에서 서류를 받아 나왔다. 250마일 정도 더 가서 일리노이 주에서 연료를 가득 채울 예정이다. 거기가 가격이 좀 더 싸다.
내일 버스 막차 시간 전에 도착하려면 부지런히 달려야 한다. 가이암과 손발을 맞추는데 별다른 노력이 들지 않았다. 저속에서는 좀 거친 모습을 보였는데 막상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부드럽게 잘 달렸다. 파워도 히마찰보다 뛰어났다. 4~5도 정도의 등판각은 무리 없이 올랐다. 언덕길이 길어지면 9단으로 내려줬다. 그 이하로 기어를 내린 적은 없다. 꾸준히 잘 달려준 덕분에 오늘 609마일을 왔다. 남은 거리는 492마일. 펜실베이니아 산악 구간에서 어느 정도 속력을 유지하느냐가 관건이지만 오늘 같이만 달려준다면 시간 내에 도착은 가능할 듯 하다.
가이암을 받고 짐 정리할 틈도 없이 출발해 트럭 내부는 난장판이다. 음식도 따로 살 시간이 없어 남은 것 처분하며 끼니를 때우고 있다. 이번에 집에 다녀오면 제대로 장만해 다녀야지. 탄수화물은 좀 줄이고 단백질 섭취량을 늘려야 한다. 시피위는 3시간마다 음식을 먹으라고 했다. 트럭을 운전하면 기본적으로 받는 스트레스로 인해 배가 잘 고프지 않다. 많은 트럭 운전사들이 하루에 한 끼나 두 끼만 먹는다. (네이슨도 그랬다. 나와 다니면서 제대로 챙겨 먹기 시작했다) 허기진 상태에서 음식을 섭취하니 많이 먹지 않는데도 살이 찐다. 갈 길이 바쁘지만, 끼니를 거르지 않으려 노력했다. 운동해서 그런지 중간에 배도 고팠다.
가이암도 정상이 아니었다
오전 7시 기상, 오늘도 운동부터 시작이다. 오늘은 야외 운동이다. 고속도로 갓길에 세운 가이암 앞에서 운동을 했다. 남들이 보거나 말거나. 제자리 걷기는 평소와 같고, 스쿼트 대신 쉐도우 복싱이 들어왔다. 날씨가 추워 장갑을 껴야 했다. 운동 마치고는 베이글 만들어 먹고 출발했다. 부지런히 가자. 막차 시간 전에 도착할 수 있겠다.
어제부터였나? 가이암에 체크엔진 불이 들어왔다. 나중에 점검해봐야겠군. 진짜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라이트 웨이트 무게를 달아보니 1만 파운드 정도밖에 안 나온다. 뭐지? 어제는 제대로 나왔는데? 혹시 내가 자는 동안에 누가 트레일러 문 열고 화물 다 훔쳐갔나? 이런 황당한 생각까지 들었다. 그럴 가능성은 없고.
휴게소에 세웠다. 트레일러와 드라이브 타이어가 너무 가깝다. 트레일러가 내려앉았다. 지난 번 에어백 터졌을 때와 같은 증상이다. 에어백 근처에서 바람 새는 소리가 났다. 에어백이 터진 것인지, 밸브가 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트레일러를 받쳐 줘야 할 에어백이 바람이 빠졌으니 완충 역할을 못 한다. 심하면 화물이 상할 수도 있다. 어쩐지 승차감이 어제부터 좋지 않고 심하게 덜컹거린다 했더니.
그럼에도 가이암이 잘 달리는 것은 인정한다. 펜실베이니아 산악 지형에서도 9~10단으로 주행했다. 덕분에 시간 내 도착했다. 오후 5시를 조금 넘겨 터미널에 왔다. 인바운드 베이에서 점검하느라 조금 지체했고, 트레일러 주차하느라 시간을 조금 썼다.
서둘러 짐을 꾸렸다. 필요한 서류 중에서 여권을 못 찾겠다. 집에 두고 온 것인지 트럭에 있는지 모르겠다. 트럭은 다 뒤졌으니 집에 있어야 한다. 안 그러면 헛걸음이다.
가기 전에 트랙터샵에 들렀다. 트럭 번호와 주차 위치, 문제 증상을 알려주고 열쇠를 맡기고 왔다. 금요일에 돌아온다고 했으니 그 전에 수리가 끝나 있길 바란다. 트럭 가지러 왔다가 놀라겠다. 이런 쑥대밭이 있나 하고.
제시 익스프레스는 이미 막차가 끊겼다. 마르츠 버스를 타야 한다. 스크랜튼에서 8시 35분 출발하는 버스 예매가 가능했다. 뉴욕 도착하면 11시다. 집에 가면 새벽 1시 정도? 내일 아침 7시 30분 약속인데 씻고 어쩌고 하다 보면 몇 시간 못 자겠다.
스크랜튼과 뉴욕 사이에 그레이하운드도 다녔다. 요금도 마르츠보다 싸다. 문제는 버스가 하루에 한두 편 정도밖에 안 다닌다. 갈 때는 시간 맞으면 이용해봐야겠다.
구내식당은 6시에 문을 닫았다. 자판기에서 간식거리를 샀다. 끼니를 거르지 말아야지. 내가 하는 프로그램의 목적은 신진대사를 활성화해서 운전 중에도 지방을 연소시키는 데 있다. 끼니를 걸러 기아(飢餓) 모드로 들어가면 신체는 신진대사를 떨어뜨려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한다. 그 상태에서 음식을 섭취하면 모조리 지방으로 축적된다는 것이 시피위의 논리다. 하지만 자판기 군것질거리는 대부분 설탕이 많고 고칼로리다. 건강한 간식거리를 마련해서 다녀야지.
셔틀 버스를 타러 가니 두 명이 기다리고 있다. 그 중 한 명이 셔틀 버스 기사와 통화를 했는데 8시에나 온다고 했다. 퇴근 시간 이후에는 야간 당직자가 요청이 있으면 셔틀 버스를 운행한다. 8시에 온다는 얘기 믿고 기다리다가 버스 놓칠 수도 있다. Lyft를 불렀다. 기다리던 두 명도 리프트를 불렀다.
이런 시골에서 우버나 리프트 같은 택시 서비스는 유용하다. 뉴욕처럼 택시 자격증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택시로 등록된 차량이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일반인이 자기 차로 부업처럼 한다. 리프트 기사는 이곳에도 택시 회사가 있는데 거기 택시를 이용하면 스크랜튼까지 50달러는 나올 것이라 했다. 리프트 요금은 22달러 남짓이다. 팁 포함해도 25달러면 되니 절반 가격이다.
인터뷰 시험 공부는 웬만큼 했으니 걱정은 하지 않는다. 아직 끝나지 않은 고민이 있다. 이름을 미국식으로 바꿀 것인가? 바꾸고 싶은 마음 절반에 그 뒤에 따를 번거로움 염려가 절반이다. 내일 인터뷰장에서 내가 무슨 말을 할지 나도 모르겠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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