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주말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첫 일과가 운동인 것은 오늘도 변함없다. 핏스톤 터미널에도 체력단련실이 있다.
주말 담당인 트로이가 다음 화물을 배정해줬다. 배달 날짜가 월요일 오전 5시고 2시간 30분 정도 거리다. 넉넉잡아도 월요일 새벽 1시에 출발하면 된다. 이건 좀 아니지 않나? 트로이에게 전화가 왔길래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고 얘기했다. 다른 화물도 살펴보겠다고 했는데 이후로 연락이 오지 않았다. 트로이가 일부러 나를 골탕 먹이려는 건 아닌 것 같다. 터미널에 차량 움직임이 적었다. 정말로 화물이 없는 모양이다.
쉴 때는 쉬기로 했다. 밥 지어 먹고 나머지 시간은 삼체 2부인 암흑의 숲을 읽는데 보냈다. 절반쯤 읽었다. 작가의 상상력과 소설의 스케일은 멈출 줄 모른다.
내일은 날씨를 봐가며 움직이기로 했다. 날씨가 좋으면 근처 월마트까지 걸어가서 장을 볼 것이다. 아니면 터미널을 벗어나 배달처 인근 트럭스탑이나 휴게소에서 미리 대기해도 좋을 것이다.
다음에 집에 갈 때는 주말을 끼고 갔다 와야겠다.
내 앞에 주차한 트럭은 869000으로 히마찰의 바로 위 형이다. 히마찰은 869001이었다.
내 화물 어디 갔어?
일요일 아침, 체력단련실에서 운동했다. 체중계로 달아보니 지난주와 비슷하다.
종일 삼체 2부를 읽었다. 밤운전하려면 잠을 자둬야 하는데 소설이 재미있어 멈출 수 없다.
자정 무렵 트레일러를 연결해 나왔다. 50마일가량 남겨두고 월마트에 들렀다. 트레일러를 달고 월마트에 가는 일은 거래처에서 닥킹하는 것만큼이나 부담스럽다. 그래서 가능하면 접근이 쉬운 곳을 선택한다. 사전에 주차장 모양을 미리 확인한다. 트럭 주차에 대해 우호적 분위기인지도 확인한다. 오늘 간 곳은 North Londonderry에 위치한 월마트다. 이곳은 월마트 자체는 괜찮았지만 고속도로에서 멀리 떨어진데다 통과하는 마을길이 좁았다.
식품이 거의 바닥나 대거 보충했다. 일주일에서 열흘은 문제없으리라.
배달처에 도착해 짐을 내리고 나왔다. 트레일러에 Kevita 석류맛 음료 6개들이 한 팩이 있었다. 음료병 2개가 뚜껑이 손상됐다. 클레임은 아니었다. 큰 박스면 몰라도 작은 팩 정도는 손실 처리하고 넘어간다. 이런 경우는 거의 선물이다. 클레임이 들어오면 회사에 보고도 해야 하고 화물 처분도 일이다.
다음 화물이 어디로 갈지 모르지만, 블루비콘이 가까운 Carlisle의 플라잉 J 트럭스탑으로 향했다. 30마일 떨어진 곳인데 거의 50분이 걸렸다. 아침이라 비교적 수월하게 주차할 수 있었다. 주차 후에는 조용한 곳에서 운동했다. 오늘 운동이 가장 강도가 높았다.
다음 화물이 들어왔다. 이번에도 거리가 짧다. 뉴욕주로 간다. 밤에 받아 오전 9시 배달이다. 삼체를 마저 읽었다. 막판 반전(反轉)이 놀라웠다. 삼부작 중에 2부까지만 한국어로 번역됐다. 중국어는 모르니 영어 번역본이라도 사야겠다. 밤운전을 위해 잠을 잤다.
오후 8시가 넘어 일어났다. 출발할 시간이다. 블루비콘에 들러 트레일러 내부세척을 했다. 30마일 정도 떨어진 배달처에 도착했다. 이럴 수가 누가 내 화물을 끌고 갔단다. 트레일러를 내려놓고 야간 디스패처에게 연락했다. 확인하더니 시스템 오류인지 주문번호가 중복됐다고 했다. 이번 주 수입은 형편없겠다. 집에 다녀온 이후 한 건 했으니 통장 입금액이 100달러도 안 될 것이다. 각종 공제액 빼고 나면 마이너스일지도 모르겠다.
가이암과의 출발이 그다지 순조롭지 않다. 덕분에 책을 많이 읽었으니 괜찮다. 곧 좋은 화물이 들어오겠지. 외부 변수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는 내 몫이다. 나는 단지 돈벌이로 트럭운전을 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경험도 중요하다.
정신 차려
닥 도어와 사무실 사이에 트럭 두 대 정도 댈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밥테일로 그곳에서 밤을 새웠다. 아침 7시 30분에 글렌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허쉬 초콜릿에서 버지니아로 가는 화물이다. Mechanicsburg에 위치한 UPS Freight에서 빈 트레일러를 연결해 가라고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출발했다. 달리다 퀄컴 단말기를 보니 운전 시간이 3시간가량 남았다. 아직 10시간이 안 지났나? 8:2 스플릿인가? 표시된 주소로 갔는데 UPS는 보이지 않았다. 가민뿐 아니라 퀄컴도 마찬가지다. 큰길 뒤편 멀리 UPS 차량은 보였다. 어디로 들어가지? 죄다 트럭은 좌회전 금지다. 좌회전이 가능한 곳까지 한참을 갔다. 좌회전해서도 한참을 달렸다. 이러다 엉뚱한 곳으로 멀어질 것 같았다. 다시 좌회전해서 갓길에 세웠다. 구글맵으로 검색하니 길을 알려준다. 그 길을 따라가니 잠시 후 트럭 진입 금지다. 밥테일이라 간신히 유턴해서 나올 수 있었다.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갔다. UPS 입구로 연결되는 길만 트럭 진입이 가능했다.
UPS에 도착해서야 내가 10시간 휴식을 채우지 않고 출발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심지어 8:2 스플릿도 아니었다. 침대칸에서 8시간 이상 지나야 하는데 6시간밖에 안 지났다. off duty를 sleeper berth로 변경하면 8시간 이상이 되는데 어제 날짜 기록을 컨펌해버렸기 때문에 수정이 불가능하다. 일이 꼬이려니 이렇다. 한 시간만 더 있다 출발했어도 10시간을 채웠을 것이다. 급할 것도 없는데 왜 그랬을까?
설상가상, 글렌이 알려준 번호는 빈 트레일러가 아니었다. 실(seal)이 달려 있었다. 글렌에게 얘기하니 다른 주소를 알려주며 그곳으로 가란다. 나는 야드를 좀 더 뒤져봤다. 프라임 트레일러가 두 대 더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세척이 필요했고 다른 하나는 깨끗했다. 깨끗한 트레일러로 연결했다. 입구로 나가려니 사무실에서 주황색 카드를 받아오란다. 다시 유턴. 사무실로 가서 출입 확인증을 받았다.
허쉬 초콜릿 공장은 여러 번 온 곳이라 익숙하다. 화물이 준비가 안 됐는지 47번에 대고 사무실에서 서류를 받으라 했다. 47번 주차칸에 트레일러를 내려놓고 사무실로 가려다 입구에서 받은 종이를 다시 봤다. 47번 주차칸이 아니고 47번 도어였다. 다시 연결하고 47번 도어에 댔다. 사무실로 가 서류를 받았다. 48번 주차칸에 트레일러가 있다고 했다. 아까 내 왼쪽에 야드자키가 내려놓은 트레일러다. 운전시간은 이미 지났다. 여기서 10시간 휴식을 채워? 야간주차는 물론 휴식도 안 된다는 푯말이 붙어 있다. 오프듀티 드라이브로 달리지 뭐. 가이암으로 바꾼 후 퀄컴 단말기도 바뀌었다. 겉모습은 같은데 스크린 터치가 좀 더 부드러워졌고 UI도 조금 달라졌다. 결정적으로 off duty drive 설정 화면이 없다. off duty 화면에서 개인 용무를 선택할 수 있는데 근무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비활성이었다. 운전을 하니 규정 위반 경고 메시지가 뜬다. 어쩔 수 없다. 8마일 떨어진 트럭스탑까지는 가야 한다.
허쉬 마을을 통과했다. 관광지라 마을이 예쁘다. 트레일러를 달고 돌기에는 무리인 좁은 길에서의 예리한 턴도 몇 번 했다. 트럭이 다니는 길은 따로 있는데 오랜만에 와서 까먹었다.
Londonderry 러브스 트럭스탑에 도착했다. 70여대 주차 가능한 중급 규모다. 이런 곳은 낮에도 빈자리가 별로 없다. 그래도 대낮이라 몇 자리는 비었다. (오후 4시에 주차장은 full이 됐다) 주차하고 오늘치 운동부터 했다. 무릎 높이 들기가 새로 들어왔다. 샤워 후 점심을 먹었다. 시피위가 지난주 기록을 분석한 메일을 보내왔다. 하루 평균 식사 회수가 4.7회인데 5회로 늘리라고 했다. 탄수화물 섭취 비율도 좀 줄여보라 했다.
다행인 것은 배달처까지 약 6시간 거리인 데다 오전 7시 약속이라 여기서 10시간 휴식을 채우고 출발해도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다. 만약 시간이 촉박했으면 어쩔 뻔했나. 앞으로 정신 제대로 차려야겠다.
사상 최대 클레임
18일 저녁 9시, 8시간 Sleeper Berth 시간이 지나자마자 출발했다. 배달처에는 오전 5시에 도착했다. 사무실에는 6시가 돼야 사람이 나온다기에 트럭에서 쉬었다.
내가 짐을 내릴 닥은 앞마당이 아니고 뒤편에 있었다. 트럭을 대고 좀 있으니 짐을 내린다. 하역비가 300달러라기에 수표를 발행해줬다. 트럭에 있으면 서류를 갖다 준다고 했다. 나는 트럭에서 잠을 청했다. 자고 일어나도 함흥차사다. 오늘치 운동을 했다.
한참을 기다리니 트레일러에 짐을 싣는다. 한두 개가 아니다. 내 트레일러를 다른 트레일러로 착각해서 짐을 싣는 줄 알았다. 그게 아니었다. 클레임이다. 짐이 주문보다 많이 왔다는 것이다. 무려 406상자. 팔레트는 13개나 됐다. 5개 품목을 케이스를 상자 단위로 착각해 보낸 모양이다. 나는 이미 짐이 실려 봉인까지 된 트레일러를 가져왔으니 알 도리가 없다.
클레임 부서에 보고하고 글렌에게도 연락했다. 8시간 Sleeper Berth가 지나려면 오후 2시 넘어야 한다.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 프라임 리퍼 그룹에 올렸더니 다들 반색을 한다. 어디냐며 당장 달려올 기세다. 클레임에서 연락이 왔다. Howell’s라는 곳에 갖다 주고 사인을 받으란다. 리퍼 그룹에 그 사실을 알렸더니 실망이 크다. 박스가 찢어지거나 해서 포장에 손상이 있으면 상품으로 판매할 수 없기에 처분하라고 한다. 양이 적으면 트럭기사가 알아서 갖거나 나누고 양이 많으면 자선단체에 기증한다. 오늘은 물량초과라 제품은 멀쩡하다. 다른 식품점에 염가에라도 넘기기는 모양이다.
글렌은 Lexington에 있는 TA 트럭스탑에서 다른 기사를 만나 리파워하라고 했다. 내일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오전 7시까지 배달하는 물건이다. 내 클레임 화물은 다른 기사가 내일 Howell’s에 갖다 줄 것이다.
Lexington으로 가는데 퀄컴은 100마일 거리 코스로 안내하고 가민은 50마일 거리 코스로 안내한다. 100마일은 너무 심했다. 가민이 안내하는 방향으로 가니 그 이유를 알겠다. 이토록 꼬불꼬불한 산길은 처음이다. 눈이라도 왔으면 절대 다닐 수 없는 길이다. 기다시피 갔다.
Lexington TA 트럭스탑은 250대 규모라 거대했다. TA 트럭스탑은 대게 낮에도 70~80% 이상 주차장이 찬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곳은 거의 비었다. 큰 고속도로에서 약간 벗어나 있어 그런 모양이다. 마음 놓고 편한 자리에 주차했다. 트레일러 바꿀 사람에게 내 위치 알려주고 한숨 잤다.
7시 정도에 중년 여성 드라이버가 문을 두드린다. 내 전화기 벨소리가 꺼져 있었던 모양이다. 위치를 알려주기를 잘했다. 트레일러를 교환하고 시간을 확인하니 9시간 이상 운전시간이 남았다. 8시간 휴식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출발했다. 7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
다른 고속도로로 갈아타기 위해 램프에 진입하던 중 트럭 속도가 좀 빨랐다. 트럭이 스스로 자세를 잡더니 ‘Critical Event’ 경고 메시지를 발생시켰다. 이건 좋지 않다. Critical Event 메시지는 회사에서 심각하게 여긴다. 이 메시지가 자주 발생하는 사람은 실제 사고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야간 담당 Alex에게서 확인 문자가 들어왔다.
몇 시간 후에 트럭을 진출로 갓길에 세우고 답장을 했다. 거짓말로 별일 아니고 길이 평평하지 않아서 트럭이 휘청했다고 말했다. 알렉스는 그게 아니라며, 제한속도 30마일인 램프에서 41마일로 달린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헐~ 그것까지 나오나. 램프에 진입할 때나 급코너를 돌 때는 미리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운행하라고 했다. 나는 다른 일로 경고 메시지가 뜬 줄 알았다며 앞으로 곡선 돌 때는 아주 천천히 가겠다고 했다. 쪽팔린다. 앞으로는 거짓말하지 말아야지. 잘못은 솔직히 인정하자.
새벽 2시 배달처에 도착했다. 원래 이곳은 오버 나잇 파킹이 안 된다. 60대로 보이는 경비 아주머니가 아침에 다시 오라고 했다. 나는 이 근처 어디에 주차할 곳이 있냐고 물었다. 아주머니는 잠시 생각하더니 야드 끝쪽 트레일러 있는 곳에 주차하고 불 끄고 있으라 했다. 사무실에는 오전 5시 30분 지나서 가라고 했다. 그래야 자기가 곤란하지 않다고. 인정 많은 아주머니 덕분에 편히 주차했다.
수준급 후진 실력
화물은 무사히 배달했다. 근처에 트럭 세차장이 있길래 향했다. 뭔가 이상했다. 좁은 비포장길이다. 이런 곳에 세차장이 있을 것 같지 않다. 바닥이 온통 모래다. 바퀴가 헛돌았다. 이 정도 모래에도 트럭이 빠지는구나. 오프로드 모드로 바꾸고 살살 운전해 간신히 빠져나왔다. 평소에 흙길이나 풀밭에 트럭을 세우고 싶은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 그랬다가는 큰일 난다는 사실을 오늘의 경험으로 알았다.
주소에 갔는데도 세차장은 안 보였다. 그냥 시골 마을 주택가다. 전화를 거니 거기가 맞단다. 드라이브 웨이가 있기는 한데 트럭이 갈 수 있는 크기와 각도가 아니다. 알고봤더니 모바일 와쉬아웃이다. 픽업 트럭에 물탱크를 연결해 나타났다.
페북 프라임 그룹에 질문을 올렸다. 즉각 여러 답이 달렸다. 퀄컴 단말기의 업데이트된 펌웨어에서 오프듀티 드라이브를 설정하는 법을 배웠다. 진작에 알았으면 그저께 시간 규정 위반도 안 했을 것이고, 시간 활용도 편했을 것이다. 이제라도 배워서 다행이다.
오프듀티 드라이브로 러브스 트럭스탑까지 갔다. 오늘은 아침부터 종일 비가 내려 운동을 못 했다. 샤워실에서 오늘치 운동을 했다.
다음 화물은 미주리 주 조플린으로 간다. 40마일 떨어진 Sumter에 화물을 실으러 갔다. 처음 가보는 곳이다. 닭고기 공장이었다. 겨울이라 그런지, 비가 내려 그런지 나쁜 냄새가 많이 안 났다. 빗줄기가 강해졌다. 트럭을 세우고 발송 사무실에 가니 입구 저울에서 받은 게이트 패스를 내란다. 빈 트레일러라 저울 안 재고 그냥 들어왔는데. 다시 돌아가 저울에 재고 종이를 받았다. 다시 사무실로 가 체크인하고 트럭에 돌아와 전화를 기다렸다. 비가 많이 와 패딩 자켓이 안까지 젖었다. 옷걸이에 걸어 말리고 있자니 전화가 왔다. 5번 도어에 대라고 했다. 모두 어렵지만 5번만은 피하고 싶었던 위치다. 바로 앞에 닭고기 폐기물을 담는 트레일러가 서 있다. 뒤에는 기둥도 있다. 제한된 각도로만 접근이 가능하다. 최고 난이도다. 그런데 나는 그걸 해냈다. 내 후진 실력이 수준급(水準級)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올 때 다시 저울에 무게를 달았다. 이제야 왜 빈 트레일러 무게를 다는지 알았다. 전체 무게에서 빈 트레일러 무게를 빼면 화물의 무게다. 3만 8천 파운드 정도였다. 서류에 적힌 배달지 주소는 미네소타 주다. 하지만 미주리 주로 가는 걸 안다. 가끔 서류와 다른 주소로 가는 경우가 있다.
가야 할 거리가 천 마일이다. 모레 중으로 트레일러를 내려놓으면 된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출발해 노스 캐롤라이나를 거쳐 테네시에 왔다. 스모키 마운틴 권역이다. 휴게소는 트럭으로 가득 차 주차할 곳이 없었다. 몇 곳을 지나쳤다. 고속도로 진입로 갓길에 주차했다. 주차금지 푯말이 있지만 내가 세운 곳에서 거리가 떨어져 괜찮을 것 같다. 다른 트럭은 없다.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기로 했다. 피곤해서 더 운전하기 힘들다. 요 며칠 계속 밤운전을 했다.
인도하심
오늘 달린 거리는 556마일. 10시간 43분 운전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계속 내렸다. 운동은 나중에 해야겠군. 샌드위치 만들어 아침 먹고 출발했다. 종일 달리는 날이다. (테네시 – 켄터키 – 미시시피 – 미주리)
3시간 간격으로 두 번 쉬었다. 두 번째, 켄터키에서 쉴 때는 비가 그쳐 운동을 할 수 있었다. 바람이 차서 자판기가 있는 곳에서 운동했다. 한쪽은 뚫렸지만, 지붕이 바람을 막아줬다.
가민은 50마일 돌아가는 길을 추천(推薦)했다. 퀄컴을 따랐다. 60번 국도를 타는 길이다. 좁은 다리로 미시시피강을 넘는 코스다. 수련 기간에 혼줄이 났다. 이제는 몇 번 다녀 익숙해져 괜찮다. 중간에 월마트가 있어 쉬어갈까 하다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지나면서 보니 주차장이 꽉 찼다. 저녁 시간에 웬일이지? 크리스마스 선물 사러 온 사람들 같다.
60번 국도는 한참 동안 트럭스탑이 없다. 실제로는 있지만, 로컬 트럭스탑이라 GPS 리스트에는 안 나온다. 두 개의 트럭스탑을 지나쳤다. 1시간 30분 더 달릴 수 있으니 그 안에 또 나오겠지. 가다 보니 일반 주유소는 있지만, 트럭 주차 공간은 없었다. 국도변에 세우고 트럭커 패스 앱 검색을 하려니 워낙 외진 곳이라 인터넷도 안 터진다. 시각에 의존하는 수 밖에 없다. 정 안 되면 갓길에 세우고 자야 한다.
시간은 20분 정도 남았다. 가축 운송하는 트럭이 내 앞에 달리고 있었다. 왼쪽 차선으로 붙는 것을 보니 좌회전할 모양이다. 뭔가 주차할 곳이 나오지 않을까? 그 뒤로 붙었다. 역시나 그 트럭은 좌회전했다. 길 건너에 주유소가 있긴 했다. 트럭 주차공간은 안 보였다. 망설이다 그냥 계속 직진하려고 했다. 그런데 뭔가 느낌이 왔다. 출발하던 트럭을 왼편으로 꺾었다. 앞서 트럭을 따라 들어가니 넓은 주차장이 있었다. 길에서는 안 보였는데. 몇 대의 트럭만 주차해 있었다. 나를 인도했던 축산 트럭은 연료를 채우더니 제 갈 길을 갔다. 신기한 일이다. 나는 살면서 이런 경험을 자주 했다. 나를 지켜주고 인도하는 존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별걱정을 안 한다.
내가 주차한 곳은 Luckys Country Store였다. 주유 펌프가 3개 있고, 식당과 모텔 건물이 옆에 따로 있었다. 식당은 문을 닫았다. 바로 건너편에는 달러 제너럴(Dollar General)이 있다. 내일 출발 전에 필요한 식품 좀 더 보충해야겠다.
어제 주급 내역을 확인하니 통장에 약 60달러가 들어왔다. (집에 다녀오고, 터미널에서 이틀간 묶여 있었던 결과다) 그런데 신청하지도 않은 가불금액이 570달러였다. 각종 공제액에는 주차벌금 530달러도 있었다. 그거 분명 취소됐는데. 글렌이 관련 부서에 제대로 통보를 안 했나? 글렌에게 알아봐 달라고 했는데 연락이 없다. Citation 부서에 전화 걸었지만, 음성 메시지로 넘어갔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주말이라 일찍 퇴근한 모양이다.
다시 프라임 본사에
동지. 한 해 중 밤이 가장 긴 날. 이제 낮이 길어지는 일만 남았다.
오전 7시 기상. 운동하고 아침 먹고, 8시에 출발했다. 배달처 2마일 남겨두고 트럭스탑에 들렀다. 드랍 앤 훅이기 때문에 리퍼 연료를 가득 채워야 한다. 때마침 트럭도 연료가 얼마 남지 않았다. 트럭, 데프, 리퍼 세 가지 모두 가득 채웠다. 샤워도 하고 1시간 정도 쉬었다가 다시 출발했다.
프로틴 솔루션은 처음 와보지만 바로 건너편의 제너럴 밀스는 PSD 시절에 와봤다. 고기 핏물이 줄줄 흐르는 끔찍한 광경과 악취에 며칠 동안 나를 채식주의자로 만들었던 곳이다. 프로틴 솔루션에 주차된 트레일러에서도 핏물은 흘렀다. 내가 가져온 화물은 닭고기라 핏물은 흐르지 않았다.
주차하고 사무실에서 서류를 받았다. 트레일러를 떼어 놓으려니 킹핀 락 잠금쇠를 푸는 손잡이가 당겨지지 않는다. 용을 써도 안 되고 에어 호스를 다시 연결했다 풀기를 반복해도 안 된다. 주차한 곳 지면이 고르지 않아서 그런가 싶어 다른 자리에 다시 대도 마찬가지다. RA에 연락해야 하나? 얼핏 에어 서스펜션 생각이 들었다. 스위치를 켜서 에어백의 공기를 빼고 당기니 나온다. 아 이것이었구만. 지금까지 몇 달을 다녔는데 왜 몰랐을까? 잠금쇠 해제 손잡이가 안 나오는 경우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랜딩기어를 내릴 때 트레일러가 들려 에어백에서 공기 새는 소리가 날 때까지 크랭크를 돌린다. 에어 서스펜션 스위치를 켠 것과 같은 효과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빈 트레일러를 찾으니 야드에서는 안 보였다. 잠시 후 야드자키가 프라임 트레일러를 끌고 가는 모습이 보였다. 따라 가보니 출입구 근처에 내려놓는다. 나보고 가져가라는 얘기다. 자체적으로 와쉬 아웃을 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대충 했는지 악취도 그대로고 고기 살점도 좀 떨어져 있다. 다시 세척해야 한다.
다음 화물은 스프링필드에서 픽업해 캔자스 주로 간다. 본사 터미널로 향했다. 2주 만이다. 인바운드 베이에서 트레일러 검사를 하더니 수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트레일러를 야드에 내려놓기 전에 트럭 와쉬 베이에서 트레일러만 세척 했다. 이틀간 비가 많이 온 탓에 트럭은 깨끗했다.
오늘 밤은 여기서 지내고 내일 오전 5시에 일어나 운동하고, 체중 재고, 아침 먹고, 새 트레일러 배정(配定)받아 출발하면 된다.
가이암의 체크 엔진 라이트는 어제부터인가 다시 꺼졌다. 좋은 일이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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