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새해가 활짝 열렸습니다. 독자여러분, 성탄과 새해 연휴기간동안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 보내셨는지요? 아무쪼록, 올 한해도 건강하고 평안하시기를 기원합니다.
한국은 설날과 추석에 가족이 함께 모여 조상님들께 차례를 드리고 세배와 덕담으로 가족간의 사랑을 나눕니다. 한편, 뉴질랜드에서는 성탄과 새해 연휴 시기가 가장 큰 명절인 것 같습니다. 이 시기가 되면 각지에 흩어져서 살던 가족들이 뉴질랜드 고향집으로 모이기 때문입니다.
이맘때쯤이면 오클랜드의 성당이나 교회, 사찰 등에서 부모와 장성한 자녀들 어린 손주들까지 3대가 함께 밝은 얼굴로 종교행사에 참석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고등학생이었던 아이들이 어엿이 부모가 되어 아기를 안고 나타나면 남의 자식 내 자식 할 것 없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뿌듯한지 모르겠습니다. 따스하고 훈훈한 기운이 공동체에 가득합니다.
한국에서는 명절때면 ‘명절증후군’ 이라는 말이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부인과 며느리들은 차례 음식 준비에, 젊은이들은 어른들의 결혼과 취업에 관한 잔소리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합니다.
이곳 뉴질랜드에서도 성탄과 새해가 모든 이들에게 행복한 시간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연말연시가 되면 경찰이나 상담기관, 혹은 자선기관 등에서는 이 시기에 늘어나는 가정폭력사태와 각종 사건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한 시간을 보냅니다. 실제 통계에서도 이 기간에 폭력신고 건수가 급증하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시기를 전후해서 사람들의 스트레스 레벨이 급격히 올라가는데 행복하고 들뜬 마음과 함께 예민하고 날카로운 정서상태도 공존하는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끼리 대화를 이어가다 상처로 남아있는 옛날 이야기가 무심코 나오게 되면, 누군가는 신경을 곤두세워 날카롭게 대응을 하여 말다툼이 나기도 하고 이것이 간혹은 큰 싸움으로 번지기도 합니다.
‘이 놈의 집구석 이제는 발길을 끊어야지!!!’ 마음속으로 온갖 모진 말을 다 쏟아붓지만 가족이 어디 그런 것인가요. 가족이란 세상에서 제일 편한 존재이기도 하지만 과거의 아픔과 상처 그 모든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 오히려 벗어나고 싶은 존재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족이란 상처도 쉽게 주고 받고, 용서도 쉽게 할 수 있는 그런 사이인 것 같습니다.
일년내내 자기만의 익숙한 공간안에서 편안하게 살아오던 사람들이 명절에 한곳에 모여 부대끼며 지내자면 이런 저런 소란과 불편함이 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상황일 수록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갈등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먼저 논란이 될 만한 사항 (triggers)을 철저하게 피하는 것입니다. 가만있는 배를 흔들지 말라 (do not rock the boat)는 것입니다. 지난 얘기는 다 지난 얘기일 뿐. 일년에 잠깐 만나는 시기에 그것을 끄집어 내서 논쟁을 한다고 해서 어떤 실익도 없습니다. 상처는 시시비비를 가려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서로 용서함으로써 치유되는 것입니다.
부모 자식간에는 오랜 세월 동안 부모의 기준이 일방적으로 강요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형제간에는 어린시절부터 서열과 경쟁심 등으로부터 생겨난 감정의 실타래가 복잡하게 얽혀져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한발 떨어져서 홀가분하게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어떨까요. 더이상 부모 자식 혹은 형제간에 정형화된 관계를 강요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현재 독립된 인격체로서 서로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한다면 더 이상 과거의 상처에 아파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지고 볶고 싸워도 가족만큼 든든하고 힘이 되는 존재는 없습니다. 내가 힘들고 지칠때, 절망에 빠져 주저앉아 있을 때 아무 비난없이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워주고 안아주는 가족이 있어서 힘든 세상 살아갈 힘이 생깁니다. 그래서 가족은 더욱더 소중히 대해야 하는 분들인 것입니다.
김 임수 심리상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