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초, 뉴질랜드 자연보존부는 토종 펭귄인 ‘노란눈 펭귄(yelloweyed penguins)’ 숫자가 근래 들어 격감해 자칫하면 멸종 단계에 직면 할 수도 있다는 걱정스런 소식을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전한 바 있다.
‘노란눈 펭귄’은 뉴질랜드 남섬 동해안과 스튜어트섬, 그리고 이보다 남쪽의 아남극 제도들에 모두 2000여쌍이 조금 더 넘게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펭귄 종류이다.
1월에 첫 보도가 나온 후 2월 초까지 ‘노란눈 펭귄’에 대한 여러 소식들이 이어졌는데, 이번 호에서는 이 펭귄의 이모저모와 함께 이들을 멸종 위기에서 구해내고자 애쓰는 뉴질랜드인들의 노력을 소개한다.
<당당한 체구의 노란눈 펭귄>
마오리어로 ‘호이호(hoiho)’ 또는 ‘호이호이(hoihoi)’ 라고도 불리는 ‘노란눈 펭귄’은 전체 펭귄 종류 중에서는 중형 사이즈이지만 뉴질랜드 본토에 서식하는 펭귄 중에서는 가장 큰 체구를 자랑한다.
다 큰 성체는 키 65cm에 체중이 5kg에 달해 ‘푸른눈 펭귄 (blue-eyed penguins)’처럼 자그마한 펭귄의 첫 모습에 다소 실망했던 이들이 처음으로 이 펭귄들을 마주 대하면 눈이 휘둥그레지기도 한다.
필자 역시 남섬 동해안 지역인 오아마루(Oamaru) 인근 해변의 야생에서 이 펭귄과 처음 조우했을 때, 자신의 이름처럼 노란눈으로 필자를 빤히 쳐다보던 펭귄들의 모습에 경외감까지 느낀 적이 있다.
노란눈 펭귄은 캔터베리의 뱅크스 페닌슐라(Banks Peninsular)를 비롯해 바다에서 해변으로 밀려 올라온 둥근 돌들로 유명한 모에라키(Moeraki), 그리고 더니든 인근 오타고 반도와 사우스랜드의 캐틀린스(Catlins) 해변 등 남섬 동해안의 중부와 남부지역에 분포한다.
또한 스튜어트(Stewart)섬과 인근 섬들에서도 서식하는데, DOC에서는 현재 이들 본토의 각 해안과 본토에 딸린 섬들에서는 모두 600여쌍의 번식이 가능한 성체 암컷과 수컷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외에 오클랜드(Auckland) 제도와 캠벨(Campbell) 제도 등 뉴질랜드 영토인 아남극해(subantarctic)의 각 섬들에도 모두 1700여쌍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 같은 노란눈 펭귄의 성체 개체수는 지난 2000년 추정된 6000~7000쌍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인데, 이에 따라 뉴질랜드 정부는 2000년 당시에 노란눈 펭귄 보호 계획인 ‘a hoiho recovery plan 2000-2025’을 수립해 시행 중이다.
<수많은 관광객들 불러들이는 관광자원>
문화와 역사 유적지보다는 훌륭한 자연경관과 함께 키위를 비롯한 토종 야생 동물들을 이용해 전 세계로부터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뉴질랜드 입장에서는 펭귄을 비롯한 물개와 바다사자, 고래 등 해양동물들 역시 훌륭한 관광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펭귄 종류들은 오클랜드에 있는 ‘켈리 탈튼(Kelly Tarlton) 수족관’을 비롯해 크라이스트처치의 ‘국제남극 센터(International Antarctic Centre)’ 등 몇몇 실내 전시장들을 포함해 남섬 각지의 해변에 산재한 야생 환경에서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특히 노란눈 펭귄의 경우에는 매년 사우스랜드의 캐틀린스 해변을 찾는 수 천명의 관광객들 대부분이 주변 경관과 함께 이 펭귄을 보려는 것이 방문 목적 중 하나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금년 관광 시즌 들어서 이 지역에서 펭귄들을 찾아 보기가 전보다 힘들어진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는 서식지를 떠나버린 펭귄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금년 시즌에 태어난 펭귄 새끼 몇 마리가 죽은 채 발견되기까지 했는데, 지역 DOC의 한 관계자는 금년 들어 노란눈 펭귄 서식지가 3군데 중 하나 또는 2군데 중 하나 꼴로 비었다면서, 이는 그리 많지도 않은 해당 펭귄들의 개체 숫자에 비하면 심히 걱정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금년 들어 특히 아예 둥지를 틀지 않은 성체 펭귄도 있었을 뿐만 아니라 둥지를 떠난 뒤 오래 돌아오지 않는 펭귄들이 많았는데,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한 이유에 대해 아직까지 전문가들도 뚜렷한 설명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펭귄에게도 영향을 준 기후 변화>
전문가들은 보통 노란눈 펭귄은, 아침에 바다로 나갔다가 밤이면 육지의 둥지로 돌아오는 행동이 거의 정형적으로 이뤄져 행동에 대한 예상이 비교적 쉬운 종류라고 설명한다.
이 종류의 펭귄들은 보통 육지에서 2~2.5km 떨어진 바다에서 먹이 활동을 하며, 바닷속 40~120m 깊이까지 잠수해 청어(sprats), 레드 또는 블루 코드(red, blue cod), 갑각류 등을 사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년에는 바다로 나갔다가 늦어도 2~3일 뒤면 돌아오던 노란눈 펭귄들이 새끼를 두고도 아예 돌아오지 않거나 육지로 돌아오더라도 기간이 전보다 길어지는 등 평소와 전혀 다른 모습들이 많이 관찰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펭귄들이 한창 부화에 들어가던 작년 11월 무렵에 오타고와 사우스랜드 지역에 들이닥쳤던 급작스런 집중호우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홍수로 서식지가 영향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혼탁한 강물이 흘러들어가는 바람에 연안의 바다 속이 흐려져 부모 펭귄들이 먹이를 구하고자 평소보다 더 먼, 시야가 더 깨끗한 바다까지 나가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이들 동해안 지역의 수온이 예년보다 3℃가량이나 높았던 것도 펭귄들의 먹이 활동의 형태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전보다 더 먼바다까지 나가야 한다는 것은 부모 펭귄들로서는 부상당할 가능성도 커지는 셈이고, 또한 범고래나 바다사자 등 천적에게 사냥당할 위험성도 높아진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너무 많은 방문객 역시 펭귄에게는 스트레스>
또한 이와 함께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펭귄 서식지를 찾는 바람에 펭귄들이 정형화된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받고 서식지를 떠나버린다는 주장도 일부에서는 제기된다.
실제로 캐틀린스 남부의 큐리오 베이(Curio Bay)에서 20년째 카페를 운영하면서 생태 관광업도 함께 겸하고 있는 한 주민은, 바다의 영향도 있겠지만 무단으로 펭귄 서식지를 침범해대는 인간들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에 이르기까지 펭귄 숫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면서, 일부 관광객들이 환상적인 인증 사진을 찍는다는 이유 등으로 펭귄 둥지에 지나치게 가깝게 접근하거나 셀피를 들이대는 행위 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오아마루 지역의 푸른눈 펭귄 서식지들은 훨씬 더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캐틀린스 해안에서도 방문객 관리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같은 주장에 대해 DOC 관계자는, 광범위한 홍보 및 교육을 통해 대부분 방문자들은 펭귄과 적정거리를 유지하는 등 이런 행위를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금년에 나타난 펭귄들이 이상 행동은 인간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다른 원격지 서식지들에서도 관찰된다면서 카페 주인의 의견에 전적으 로 동의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관계자 역시 1,2%의 일부 관광객들은 펭귄에게 해가 되는 행동 들을 한다면서, 이러한 행동들이 펭귄의 감소와 이상 행동에 일부 영향을 주 었을 거라는 점은 인정하기도 했다.
이 지역의 한 환경보호 단체 관계자 역시 새끼 펭귄들의 죽음에 방문객들 이 영향을 미쳤다고는 보지 않으면서도, 펭귄과 인간의 접촉은 최소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관광객들보다는 해변 산책에 나서는 인근 주민들이 개들을 데리고 다니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인간 품에서 보호 중인 12마리 아기 펭귄들>
DOC의 관련 자료에 따르면 금년 시즌에 남섬 해안에서 관찰된 노란눈 펭귄의 둥지는 모두 225개였는데 이는 전년의 260개에서 많이 줄어든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월 말에 굶어죽을 위기에 처한 12마리의 아기 노란눈 펭귄들이 펭귄보호재단에 의해 구조돼 더니든 야생동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12마리 중 11마리는 앞서 언급된 캐틀린스에서 온 것들인데, 현재 이들 아기 펭귄들은 모두 건강이 회복돼 해링턴 포인트(Harington Point)에 있는 재활센터인 ‘펭귄 플레이스 (Penguin Place)’에서 지내고 있다.
DOC와 재단에서는 통상 자연 상태에 그대로 두면 죽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되는 새끼들만 데려오는데 보통 정상 체중의 60% 미만일 경우 구조에 나선다.
이번에 구조된 12마리는 어미들이 바다에서 돌아오지 않아 방치된 경우가 대부분인데, 구조 이후 제대로 된 먹이를 공급받아 체중이 급속하게 1kg 이상 불어났으며 나중에 이들은 모두 자연으로 돌아가게 된다.
각 지역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통상 노란눈 펭귄은 부화 후 108일 정도면 새끼가 자립할 수 있는데, 이후 부모 펭귄들은 바다로 나가 영양을 보충한 후 다시 육지로 돌아와 아무 것도 먹지 않은 채 몇 주간에 걸쳐 털갈이를 한다.
<펭귄 보호에는 질병 예방도 필요>
한편 이번 시즌에 모에라키 지역의 노란눈 펭귄 서식지에서는 예년과 다른 보호활동이 해당 지역의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펼쳐졌다.
이 지역에서는 금년 시즌에 총 41개의 둥지와 77개의 알이 발견됐으며 53마리가 부화했는데, 이는 전년의 45개 둥지와 86개의 알, 그리고 50마리 부화에 비해 조금 늘어난 것이다.
금년에는 펭귄을 보호하고자 지역 자원봉사자들은 특히 ‘조류 말라리아(avian malaria)’를 막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다.
조류 말라리아는 지난 1940년대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됐지만 병원체가 펭귄을 죽인다는 사실은 지난 2001년에서야 뒤늦게 확인된 바 있다.
작년 2~4월에 남섬 전역에서 질병으로 죽은 30마리 노란눈 펭귄 중 27마리가 조류 말라리아로 죽은 것이 확인됐는데, 이 중 14마리가 모에라키에 살던 펭귄들이었으며 그중에서도 10마리는 새끼를 가질 수 있는 성체 암컷들이었다.
이는 현재 모에라키를 포함한 인근 지역에 모두 250여쌍의 노란눈 펭귄 성체가 서식 중이라는 현실을 감안하면 너무나도 큰 손실이라고 보호재단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자원봉사자들은 매개체인 모기를 막고자 재활 센터에 모기장을 치고 모기가 서식할 수 있는 물이 있는 인근 지역에는 지속적으로 표면에 효과를 보이는 살충제를 뿌렸다.
또한 새끼 펭귄에게 마이크로 칩을 이식하는 과정에서 피가 날 경우 수의사로부터 사전 훈련을 받았던 봉사자들이 펭귄의 혈액을 튜브에 담아 DNA 분석가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남섬지국장 서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