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번 국도는 피하라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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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4시 30분 기상, 5시 20분 출발.

펜실베이니아에서 메릴랜드로 갈 때 다시는 40번 국도는 타지 않겠다. 거리가 조금 짧지만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으로 시간도 연료도 더 낭비다. 심한 곳은 등판각이 13도에 이른다. 가이암이 히마찰보다 힘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 코스에서는 그렇지도 않았다.

 

정오 좀 넘어 배달지에서 2마일 떨어진 TA에 도착했다. 6시에나 점검을 할 수 있단다. 배달은 새벽 1시니 시간은 충분하다. 한숨 자고 있자니 3시 30분에 전화가 왔다. 트럭을 샵으로 가져갔다. 나이 많은 정비사는 원인을 찾지 못했다. 이틀 전에 RA가 보내준 메시지대로 APU 내부의 퓨즈를 점검했다. 내가 퓨즈라고 생각한 부분은 릴레이였다. 퓨즈는 다른 곳에 있었다. 퓨즈를 교체하니 히터 전원이 들어왔다. 얼쑤하고 돌아와 트레일러를 연결했다. 그런데 히터 전원이 다시 나갔다. 다시 샵으로 가서 얘기하니, 정비사는 자기들은 그 이상 할 수 없단다. 트럭스탑에 딸린 서비스샵은 경정비만 가능하다.

 

새벽 1시 배달이지만 무작정 배달처로 갔다. 경비 초소에서는 새벽 1시 약속이면 자정에나 와야 한다고 얘기했다.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하는데, 경비는 서류를 달라고 하더니 컴퓨터로 검색했다. 그러더니 입장을 시켜줬다. 주차 영역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전화로 도어를 알려줄 것이라 했다. 한 시간 조금 더 기다려 18번 도어를 배정받았다. 이곳은 초창기에 와봤다. 후진이 몹시 까다로운 곳으로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닥킹했던 기억이 난다. 오늘은 그 당시보다 차량도 적고, 내 실력도 향상된 만큼 혼자서 해냈다. 8시에 배달을 마치고 나왔다.

 

근처 플라잉 J에 갔더니 저녁인데도 자리가 제법 있다. 주차하고 야간 디스패처에게 연락했다. 히터 수리해야 하는데 터미널로 가도 되냐? 터미널까지는 150마일이다. 오라고 연락이 왔다. 출발전에 샵에 전화해 예약부터 했다. 자정 무렵에 도착할 것이다.

 

운전해 가는 도중에 데쉬보드에 에러 메시지가 뜨며 크루즈 컨트롤이 작동하지 않는다. 그저께도 그런 현상이 몇 번 있었다. 정지해서 시동을 다시 걸면 에러 메시지가 사라진다. 그러다 얼마 달리면 다시 나온다. 장거리 운전에 크루즈 컨트롤이 안 되면 피곤하다.

 

자정에 터미널에 도착했다. 인바운드 베이에서 점검하더니 트럭에 오일이 샌단다. 공기가 새는 소리도 나는데 어디서 나는지는 모르겠다. 총체적 난국이다.

 

 

 

열심히 달려왔더니

 

 

새벽 3시에 전화가 왔다. 샵으로 갔다. 결론은 별로 한 게 없다. 데쉬보드에 에러 메시지 뜨는 것은 점검 프로그램 연결해 보고 이상 없음. 오일 새는 것은 딜러샵에 가봐라. 벙크 히터는 퓨즈 교환. 끝. 서비스로 fifth wheel에 파란색 그리즈 뿌려주고. 이거 하려고 먼 길을 달려온 게 아닌데. 아무튼, 현재까지 이상은 없다. 벙크 히터는 잘 돌아가고, 데쉬보드 에러 메시지도 뜨지 않는다. 퓨즈 교환은 TA에서도 했었는데? 터미널 트랙터샵 퓨즈는 뭔가 특별한가? 혹시 몰라서 퓨즈를 여분으로 하나 더 받았다. 나중에 집에 가면 아마존에서 퓨즈 100개 구매할 생각이다.

 

간만에 따뜻하게 잤다. 온도를 올려놓고 잤더니 거의 80도다. 더웠는지 일어나니 이불이 바닥에 있다.

 

다음 화물이 들어왔다. 뉴저지에서 메사추세츠로 가는 화물이다. 내가 아직 매릴랜드에 있는 것으로 아는 모양이다. 소화할 수 있는 일정이지만, 여기까지 온 거리와 돌아가는 거리는 계산에 들지 않는다. 300마일가량 달리고도 내가 받는 거리는 30마일이다. 메시지를 보냈다. 나 어젯밤에 벙크 히터 수리하려고 여기 터미널에 왔다. 이 근처에서 화물 받는게 낫지 않냐? 곧장 화물 취소했다고 연락이 왔다. 글렌이었다면 이렇게 주지 않았을 것이다.

 

운동 후 체중 점검. 체중은 조금 줄었지만, 체지방은 다시 늘어났다. 처음 시작할 당시와 비슷해졌다. 운동 횟수와 강도를 좀 늘여야겠다.

 

막간을 이용해 샤워와 빨래를 했다. 돌아오니 다음 화물이 들어왔다. 여기서 30마일 거리에서 픽업해 커네티컷으로 배달한다. 매릴랜드에서 여기까지 온 거리도 포함돼 엠티(empty) 마일이 185마일이다.

 

빈 트레일러 받아서 출발했다. 내일 오전 3시 배달이다. 시간이 애매하다. 2시간까지 일찍 도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 새벽 1시인데, 그때면 내 운전시간이 끝난다. 배달 마치고 새벽에 갈 곳이 없다. 발송처에서 화물을 받아 가다가 중간에 8시간 휴식을 취하고 가기로 했다. 배달 마치고도 운전할 수 있어 다음 화물을 받으러 가거나 주차가 가능한 곳까지 이동할 수 있다.

 

펜실베이니아 – 뉴욕 – 커네티컷으로 연결되는데 생각 외로 고개가 많아 속도가 안 난다. 커네티컷의 휴게소에 들어서니 오후 6시 10분이다. 새벽 2시 10분에 출발할 수 있다. 남은 거리는 42마일이니 3시까지 빠듯하다. 원래 계획은 한두 시간 일찍 도착하는 것이었다. 그냥 배달처로 직행할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지도를 보니 주변 도로에 주차가 가능한 위치가 아니다. 도로가 넓고 갓길도 있어야 주차를 할텐데, 양방향 2차선에 갓길도 없다. 배달처 앞에 트레일러 세우는 공간이 있는데, 처음 가는 곳이라 그쪽 상황이나 분위기도 모르는 만큼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트라이 스테이트(뉴욕, 뉴저지, 커네티컷)는 웬만하면 여유 주차 공간이 없다고 봐야 한다. 염려했던 눈이 내리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아이스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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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 10분, 8시간 휴식을 채우고 출발했다. 언덕도 많고 제한속도 55마일 구간도 있어 배달처에 도착했을 때는 3시를 조금 넘겼다. 입구 앞에 주차할 공간이 조금 남았다. 주차하고 사무실로 갔다. 83번 도어를 배정받았다. 닥킹하고 다시 사무실로 가서 서류를 접수했다. 끝나면 전화를 준다고 했다. 그러고는 5시간이 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처음에는 앉아 있다가 나중에는 침대에 누워 잤다.

 

도어에 파란불이 들어왔길래 살짝 앞으로 이동해 트레일러 내부를 살펴봤다. 입구에 작은 아이스크림 박스 하나가 놓여 있었다. 반품인가 보다. 이 정도 규모는 클레임이 아니다. 냉장고에 수납할 공간이 있으려나? 아이스크림 상자를 들고 옆 트럭 운전사에게 갔다. 필요한 만큼 가지라고 했더니 그는 2개를 가졌다. 다시 트레일러를 도어에 댔다. 일단 한 개는 먹었다. 냉장고 냉동실 공간에 성에가 껴 아이스크림이 들어가지 않았다. 칼로 성에를 제거했다. 넣을 수 있는 만큼 넣었다. 한 개가 남길래 그것도 먹었다. 작은 크기지만 칼로리가 260K 정도다. 두 개를 먹었으니 520K 칼로리로 한 끼 식사량에 달한다.

 

조금 있으니 트레일러가 다시 흔들거렸다. 뭐지? 또 반품인가? 파란색 불이 들어왔을 때 다시 확인하니 이번에는 팔렛에 아이스크림이 한 줄 놓여 있었다. 헐, 이런 규모는 그냥 넘어갈 수 없다. 클레임은 번거로운데. 중간 규모 크기의 아이스크림이 8개 포장 단위로 15상자니 120통이다.

 

얼마 후 전화가 왔다. 사무실로 가니 럼퍼피를 내란다. 305달러였다. 글렌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바쁜지 거의 30분만에 돈이 들어왔다. 배달처에서 알려준 수표 번호로 입금하고 사무실로 가서 영수증과 서류를 받았다. 클레임이 있었다. 1개는 파손, 4개는 부족, 15개는 주문과 다른 물건 배달로 반품.

 

사진 찍고 프라임 모바일 앱으로 클레임 신고했다. 그다음은 클레임에 전화로 보고. 클레임에서는 반품을 내가 처분해도 좋다고 했다.

 

8시간 휴식을 다시 채울 겸 배달처 앞 주차공간에 세웠다. 다음 화물은 이미 들어왔다. 뉴욕에서 테네시로 가는 화물이다. 8시간 휴식을 채운 후 출발했다. 아까 운전한 1시간을 빼고 다시 시간이 들어왔다. 일단 트레일러 세척부터 하러 갔다. 가는 경로에는 없고 약간 우회해야 했다. 북동부 지역은 트럭 세차 공간이 절대 부족하다. 어떤 경우는 1시간 넘게 운전해 가야 한다. 이번에는 30분 정도니 양호한 편이다.

 

내가 간 곳은 트럭세차장은 아니었다. 주로 유홀 트럭 렌탈하는 곳이었다. 예전에도 이 근처 왔다가 지도로 검색해보고 주차하기 어려울 것 같아 그냥 지났던 곳이다. 오늘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가면서 미리 전화했더니 주인이 입구에 나와 기다리며 앞마당으로 유도했다. 좁았지만 회전은 가능했다. 아이스크림 처분해 줄 수 있냐? 가능하다. 둘이서 팔랫을 들고 트레일러 입구까지 옮겼다. 그는 비닐 포장을 뜯더니 상자를 옮겼다. 팔랫은 바닥으로 낙하.

 

트레일러 세척 시간이 오래 걸렸다. 쓸어낼 것이 많지 않은데? 트레일러로 가보니 얼음 알갱이가 바닥에 있었다. 화씨 –15도로 냉동됐던 트레일러라 물을 뿌리자 바로 얼어버렸다. 그래서 애를 먹었다. 얼마 후 그는 이게 자신의 최선이라며 일을 마쳤다. 또 시간이 지체됐다. 늦어도 2시까지 발송처에 가야 하는데 또 시간이 간당간당하다.

 

발송처에는 2시 조금 넘어 도착했다. 입구를 잘 못 찾아 엉뚱한 곳에 들어갈 뻔했다. 그런데 발송 사무실 문이 잠겨 있고 벨을 눌러도 안 나온다. 발송 시간은 2시 30분이 마감이다. 내 앞으로 트럭이 서 있고, 뒤에도 트럭이 있다. 3개밖에 안 되는 닥에는 모두 트럭이 서 있다. 정문으로 갔다. 거기도 잠겨 있다. 인터폰으로 발송 담당자에게 전화했다. 알았다며 트럭에 가 있으란다. 나중에 보니 그곳이 공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앞 트럭들이 짐을 싣고 빠지기를 기다려 닥킹했다. 또 시간이 한참 걸렸다. 정작 내 짐을 실을 때는 잠깐이었다. 드럼통에 캐러멜 베이스와 페퍼민트 추출액이 들었다. 어쩐지 입구에서부터 고소한 냄새가 난다 했다.

 

내일 아침부터 북동부에 눈으로 트럭 운행 제한이 예고됐다. 빨리 여기를 벗어나야 한다. 부지런히 달렸다. 역시 도로에 차량이 많다. 뉴욕 – 뉴저지 – 펜실베이니아 – 매릴랜드 – 웨스트 버지니아 – 버지니아 순서로 지났다. 펜실베이니아 지나는 도중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레이더 센서에 눈이 쌓여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정지됐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한번 털었지만 20분도 지나지 않아 다시 불능 상태. 밤은 깊었고 웨스트 버지니아에서부터 몇 번 휴게소에 들렀지만 세울 곳이 없었다. 정 안 되면 고속도로 램프나 월마트를 찾아야 할 판이다.

 

계속 달리다 보니 앞에 웨이스테이션이 나왔다. 문을 열었다. 지나며 보니 주차공간이 있었다. 그곳으로 들어갔다. 트럭커들은 웨이스테이션을 좋아하지 않는다. 화물 무게뿐 아니라 다른 인스펙션도 받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들은 조언 중 하나로 웨이스테이션에서 오버나이트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얘기가 있었다. 그래도 같은 값이면 일부러 웨이스테이션을 찾지는 않았다. 더구나 문이 열려 있는 곳을. 오늘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다른 트럭 몇 대가 서 있지만, 주차공간은 넉넉했다. 머리도 아프고 일기도 쓸 수 없을 정도로 피곤해 그냥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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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도착

 

 

종일 비가 내렸다. 어떤 곳은 폭우도 쏟아졌다. 이게 눈이었으면 난리가 났을 거다. 뉴욕, 뉴저지, 펜실베이니아에서는 트럭 운행 제한이 걸렸다. 어제 열심히 빠져나오길 잘했다.

 

웨이스테이션에서 일단 주차를 하면 나갈 때는 무조건 저울을 지나야 한다. 무게 여유는 한참 있어 걱정 없다.

 

어제부터 주라기공원(Jurassic Park) 오디오북을 들으며 간다. 영화로도 봤고, 한국어 번역본도 읽어서 내용 파악은 문제없다. 실생활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과학 설명이 많이 나와 영어공부용으로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다.

 

이번 주유는 러브스 트럭스탑이었다. 웬만하면 파일럿이나 플라잉 제이로 주는데 이곳이 아주 싼가 보다. 아니나 다를까 입구부터 트럭들이 줄지어 섰다. 한참 걸려 주유했다. 여기에 주차하기도 힘들고 나중에 빠져나갈 때도 곤란할 것 같았다.

 

조금 더 달려 테네시주 낙스빌 인근 Flying J에 주차했다. 대도시 인근이라 자리가 없을 줄 알았는데, 워낙 넓은 곳이라 뒤쪽으로는 자리가 많았다. 이곳도 8시를 넘어가니 자리가 거의 찼다.

 

내일 오후 2시면 도착하는데, 배달 약속은 모레 오후 6시다. 야간 디스패처에게 약속 시각 변경할 수 있냐고 물었다. 아마도 일찍 드랍하는 쪽으로 해줄 거라는 답변이 왔다. 일단 밀고 가보기로 했다.

 

내일은 새벽 3시에 출발해 인근 월마트에 들렀다 가기로 했다. 식품 보충을 할 때가 됐다. 채소 중에서도 어떤 종류는 단백질 함량이 높았다. 탄수화물과 지방 섭취는 충분한 편이다. 단백질 섭취를 늘려야 한다.

 

테네시주도 담뱃값이 싸다. 뉴욕에 비하면 절반 가격이다. 버지니아주만 싼 줄 알았더니. 나야 비흡연이니 상관없다만.

 

어제 여권이 도착했다고 아내에게서 연락이 왔다. 독수리가 대단하다고. 사진을 보니 독수리 얼굴이 여권 한 면의 절반을 차지했다. 여권에 출생지는 KOREA로 선명히 적혀 있다. 급행으로 하지 않아도 2주 만에 왔다. 나도 독수리 형제의 일원이 된 건가.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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